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205

계약은 끝났지만, 나는 끝난 것이 아니다《뷰티풀 마인드》 × 데카르트 계약이 끝난 사람은 정말 '끝난' 것일까요. 아니면 계약이 끝났다는 사실을 '끝남'으로 읽기로 결정한 것일까요. 저는 짐을 정리하던 그날 오후, 그 두 가지가 전혀 다른 일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뷰티풀 마인드》를 다시 꺼내 본 것은 그로부터 며칠 후였고, 르네 데카르트의 코기토(Cogito)가 불현듯 떠오른 것은 그보다 또 며칠이 지나서였습니다.사무실 짐을 쌀 때, 어떤 생각이 찾아왔는지지방 지자체 공고를 보고 별 기대 없이 지원했습니다.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따고도 나이를 이유로 몇 번이나 서류에서 걸렸던 터라, 근무 요청 연락이 왔을 때 솔직히 조금 놀랐습니다. 통계조사 지원담당으로 들어간 그 자리는 시스템도 낯설고 용어도 생소했습니다. 그런데 25년 넘게 그 일을 해온 총관리자와 관리요.. 2026. 8. 2.
블랙 스완 (Black Swan) x 키에르케고르: 완벽을 향한 집착과 자아의 분열 오늘 계약이 끝났습니다. 짐을 챙겨 나오면서 저는 이상하게도 니나 생각을 했습니다. 발레리나 니나. 완벽한 백조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다가, 결국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그 여자. 퇴직 후 3년째, 몇 달짜리 계약직을 전전하면서 제가 느끼는 이 허전함이 꼭 그녀의 표정과 닮아 있었습니다. 뭔가를 열심히 했는데, 남은 것이 없는 것 같은 그 느낌. 《블랙 스완》을 다시 떠올린 건 그날 저녁이었습니다.무너지는 것들,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것이미 영화를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결말보다는 그 과정, 니나의 내면이 어떻게 갈라지는가를 따라가 보고 싶습니다.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2010년 이 영화를 세상에 내놓으면서 발레라는 장르를 선택했습니다. 발레는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 2026. 8. 1.
분노는 싸움으로만 끝나는가《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 마르틴 부버 분노한 사람 앞에서 우리는 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요.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내가 느끼는 불편함만 보고 있는 건지.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를 보고 나서 극장 불이 켜지는 동안 그 질문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화려한 액션보다 오래 남은 건, 피터 파커가 분노한 진을 바라보던 그 짧은 순간이었습니다.분노 뒤에 있는 것을 보려 했던 한 장면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그 장면을 떠올려보려 합니다.피터는 충분히 상대를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슈퍼히어로 영화의 문법대로라면 그렇게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멈춥니다. 주먹 대신 시선을 먼저 씁니다. 진의 분노를 '위협'이 아니라 '신호'로 읽으려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그 순간 솔직히 좀 당황했습니다. 영화가 여기서.. 2026. 7. 31.
모두가 침묵할 때, 한 사람은 왜 끝까지 진실을 말했을까 《다크 워터스》 × 칸트 "네 행위의 준칙이 보편적 법칙이 될 수 있도록 행동하라." 칸트가 남긴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솔직히 너무 당연한 말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다크 워터스》(2019, 토드 헤인즈 감독)를 보고 나서야 이 말이 실제로 얼마나 무거운 요구인지 실감했습니다. 영화를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한 장면부터 다시 들여다보려 합니다.프라이팬 속에 숨겨진 독, 그리고 첫 번째 균열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저는 환경 고발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뉴스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 즉 주부들이 매일 쓰는 프라이팬 코팅에 발암 가능성이 있는 과불화화합물(PFOA)이 들어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콘택트렌즈, 아기 매트, 방수 옷감. 우리 삶 가장 가까운 곳에 그것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2026. 7. 30.
권력은 사람을 타락시키는가, 아니면 본모습을 드러내는가《트레이닝 데이》 × 니체 단기 일자리의 마지막 무렵이었습니다. 그날도 사무실 분위기는 묘하게 눌려 있었고, 퇴근후에 켠 TV뉴스에선 또 경찰 비리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그 두 장면이 겹치는 순간, 오래전에 봤던 영화 한 편이 불쑥 떠올랐습니다. 덴절 워싱턴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2001년작 《트레이닝 데이》였습니다. 권력의지(Wille zur Macht)라는 니체의 개념이 이 영화만큼 선명하게 보이는 작품도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개념은 스크린 밖, 우리 일상 어딘가에도 조용히 살아 있습니다.정의를 말하는 사람이 가장 위험할 수 있다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영화 속 이야기를 짚어보려 합니다.신참 경찰 제이크 호이트는 베테랑 형사 알론조 해리스와 단 하루를 함께 보냅니다. 촬영 내내 알론조는 확신에 차 있.. 2026. 7. 29.
법을 지키는 사람이 법을 어긴다면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L.A. 컨피덴셜》 × 플라톤 처음 이 영화를 오래전에 TV 토요명화와 명화극장에서 상영하였을 때 저는 범죄 스릴러라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멈추게 됐습니다. 화면 속 경찰이 악당을 쫓는 장면이 아니라, 동료의 비리를 보고도 눈을 감는 장면에서였습니다. 그 표정이 너무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뉴스에서, 직장에서, 어쩌면 저 자신에게서도 본 적 있는 얼굴이었습니다.권력이 드러내는 것들, 플라톤이 먼저 알고 있었다《L.A. 컨피덴셜》은 1997년 커티스 핸슨 감독이 연출한 작품입니다. 배경은 1950년대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빛 뒤에 숨은 부패와 음모를 추적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저는 계속 한 가지 질문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권력은 사람을 타락시키는 것일까요, 아니면 원래 그 사람이었던 것을 그냥 드러내는.. 2026. 7. 28.
미나리는 왜 저절로 자랐을까? 《미나리》로 읽는 장자의 자연 철학 풀을 뽑으러 갔다가 철학을 만나고 왔습니다. 여름 한 철 비워둔 텃밭 앞에서, 저는 한동안 말을 잃었습니다. 제가 공들여 심은 씨앗들은 흔적도 없이 녹아내려 있었고, 아무도 돌보지 않은 잡초들은 제 키를 훌쩍 넘어 있었습니다. 그날 문득, 《미나리》의 한 장면이 겹쳐 보였습니다.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데 혼자 무성하게 자라던 그 초록빛 생명이요. 비닐 안에서 죽어가는 것들에 대하여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한 장면을 떠올려보고 싶습니다. 영화 후반부, 순자 할머니가 물가에 심어놓은 미나리가 무럭무럭 자라는 장면입니다. 비닐도 없고, 비료도 없습니다. 그저 습기가 있는 땅에 뿌리를 내렸을 뿐인데, 이 식물은 영화 안에서 가장 끝까지 살아남습니다.저는 그해 여름 귀농인의 집 텃밭에서 정반대의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2026. 7. 27.
손해를 보더라도 옳은 일을 해야 하는가 《인사이더》 × 칸트 옳은 일을 하면 반드시 보상이 따른다고, 누가 처음 그런 말을 퍼뜨린 걸까요. 저는 그 말을 오랫동안 믿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게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그 다음 질문이 훨씬 더 무겁게 찾아왔습니다. 보상이 없어도 옳은 일을 해야 하는가. 영화 《인사이더》와 칸트의 도덕철학은 바로 그 질문 위에 함께 서 있습니다.침묵이 더 쉬웠을 그 순간이미 영화를 보신 분들과 함께 한 장면을 떠올려보고 싶습니다. 제프리 와이건드가 CBS 스튜디오 안에서 혼자 앉아 있는 장면입니다. 변호사들이 그를 둘러싸고, 회사가 보낸 서류가 쌓여 있고, 전화기는 계속 울립니다. 러셀 크로우의 표정은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침묵이 너무 크게 들립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멈춰 화면을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2026. 7. 26.
《에린 브로코비치》 × 아리스토텔레스: 정의를 위해 행동하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무엇일까 "당신들 건강이 망가지는 동안 그 회사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했어요. 정말 그게 사실인지 제가 직접 확인하겠습니다."에린 브로코비치가 주민 앞에서 이렇게 말하는 장면을 보면서 저는 리모컨을 내려놓았습니다. 대단한 연설도 아니고, 어떤 선언도 아닙니다. 그냥 한 사람이 눈을 똑바로 뜨고 사실을 확인하겠다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순간이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이 영화가 정의에 대해 무언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그 감각을 조금 더 들여다보려 합니다.호랑이가 없어진 굴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요즘 제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 꽤 큰 일이 있었습니다. 총책임자의 부당한 요구와 금품 수수 문제가 불거졌고, 그 사람은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저는.. 2026. 7. 25.
침묵은 중립일까, 아니면 선택일까 《스포트라이트》 × 한나 아렌트 보스턴 글로브 편집국의 어느 오후, 기자 한 명이 두꺼운 서류 묶음을 책상에 내려놓습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그 종이들 안에, 수십 년간 아무도 입 밖에 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빼곡히 담겨 있습니다. 영화 《스포트라이트》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이 장면에서 멈췄습니다. 범죄를 폭로하는 장면이 아니었는데도, 가슴이 이상하게 무거워졌습니다. 침묵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두껍게 쌓일 수 있는지를 그 서류들이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수십 년의 침묵은 어떻게 구조가 되는가《스포트라이트》는 2015년 개봉한 실화 기반 영화입니다. 미국 보스턴 글로브 탐사보도팀이 가톨릭 교회의 조직적 아동 성범죄 은폐를 추적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를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그 이후를 생각해보려 합니다.취재가 깊어질.. 2026. 7. 24.
출세, 재물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내부자들》 × 공자, 권력 앞에서 인간다움을 지키는 법 오늘 일터에서 불쾌한 일을 겪었습니다. 거창한 권력 다툼 같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작은 조직 안에서, 오래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경력을 무기처럼 꺼내 드는 사람을 마주한 것입니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영화 《내부자들》의 장면들이 떠올랐습니다. 스케일은 달랐지만, 권력이 사람을 다루는 방식만큼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습니다.권력은 거울이다 — 영화가 보여주는 것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내부자들》(2015, 감독 우민호)은 정치인, 재벌, 언론이 서로를 이용하며 유지되는 권력 구조를 정면으로 들여다봅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저마다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 선택의 기준은 단 하나입니다. 내게 이득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 그것뿐입니다.제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불편했던 장면은 따로 .. 2026. 7. 23.
《세 얼간이》 × 존 듀이: 경쟁보다 함께 성장할 때 더 멀리 갈 수 있다 성적표를 받아들고 아무 말도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까. 아니면 내 아이의 성적표를 보며 괜히 옆집 아이 이름을 떠올린 적이 있습니까. 세대가 달라도 그 공기는 비슷합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경쟁하도록 훈련받아 왔습니다. 그런데 《세 얼간이》를 다시 떠올릴 때마다 저는 같은 질문 앞에 멈춥니다. 과연 경쟁이 우리를 더 멀리 데려다 주는가, 아니면 함께 걷는 것이 더 먼 곳까지 닿는가.우리는 언제부터 서로를 경쟁자로 보게 되었나2009년, 인도 영화가 한국 극장에서 상영된다는 것 자체가 꽤 낯선 일이었습니다. 저는 큰 기대 없이 극장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손이 멈췄습니다. 화면 속 인도의 공과대학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교수 앞에서 긴장한 얼굴들, 성적 순위가 공개.. 2026. 7.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