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62 취업이라는 짐, 그 무거운 자유의 무게: 《어른이 되면》으로 보는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솔직히 저는 아들이 정규직 근로 계약서에 싸인을 하던 날, 제 짐도 함께 내려놓았다고 생각했습니다. 3개월 수습을 버텨내고 이제 스스로 서는구나 싶었는데, 바로 그 직후에 들려온 말이 "출근하기 싫다"였습니다. 한국 독립영화 《어른이 되면》이 그리는 미취업 청년의 불안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저는 그때 몸으로 확인했습니다.실존주의가 말하는 취업 불안의 정체일반적으로 취업에 성공하면 불안이 사라진다고들 합니다.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아들이 월세 집도 얻고 제가 쓰던 차도 넘겨받았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직장 다니기 싫다"는 말이 나왔을 때, 저는 불안이 취업 전후를 가리지 않는다는 걸 실감했습니다.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 2026. 7. 14. 가족을 지키는 것이 정의일까?《김부장》으로 보는 공자의 가족 철학 부모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게 진짜 사랑일까요? 저는 요즘 이 질문을 드라마를 보면서 붙들고 있습니다. 귀농 준비중 후 시골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영화관을 갈 기회가 없어 TV 드라마를 제대로 보게 됐는데, 마침 《김부장》이라는 드라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엔 그냥 액션물이라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싸움보다 그 싸움의 이유가 더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공자의 철학이 떠올랐습니다.공자가 말한 효(孝)와 인(仁), 드라마가 증명한다귀농한다고 내려오고 나니 영화관은 물론 OTT도 여의치 않아서 TV에 의지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웹툰 원작 드라마 《김부장》을 한두 편 봤고, 어느새 본방 사수를 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남북 분단 문제를 배경으로 깔면서도 드라마.. 2026. 7. 13. 부모는 언제 자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까?영화 《굿 윌 헌팅》으로 보는 마르틴 부버의 '나-너(I-Thou)' 철학 1997년 개봉한 영화 《굿 윌 헌팅》은 지금도 유효한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지금 상대를 보고 있습니까, 아니면 당신이 원하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까?" 저는 요즘 이 질문이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97년생 아들이 귀농 준비 중인 제 곁으로 불쑥 찾아와 작은 직장에 취업하고, 독립까지 한 뒤로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습니다.《굿 윌 헌팅》이 보여주는 나-너 관계의 힘일반적으로 사람은 사랑받으면 성장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그 '사랑'의 방식이 핵심이지, 사랑의 양이 핵심이 아닙니다. 영화 속 윌도 사랑이 부족해서 망가진 게 아니었습니다. 그를 바꾸려 들거나, 재능을 도구로 쓰려는 시선들 속에서 스스로를 닫아버린 것이었습니다.상담사 숀이 윌과 나누는 관계는 철학자 마르틴 부버(.. 2026. 7. 12. 좋은 의도가 상처가 될 때: 영화 《도쿄 이야기》와 공자가 말하는 사랑의 기술 솔직히 저는 꽤 오랫동안 사랑은 더 많이 주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결혼한 자식이 좋아하는 과일이 생각나면 묻지도 않고 한 박스 보내는 게 당연한 부모의 마음이라고요. 그런데 돌아온 반응은 "냉장고에 자리도 없는데 왜 또 보내셨어요"였고, 저는 그 말에 한동안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계속 생각나고 내가 무엇을 잘못했길래 자식에게 그런 핀잔을 들어야 하는지 답답하기도 하고 자식이 괘씸하기도 하여 잠을 이룰수가 없었습니다. 좋은 의도가 왜 상처가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달라질 수 있는지를 오주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 《도쿄 이야기》와 공자의 철학을 통해 풀어봤습니다.《도쿄 이야기》가 보여준 건 악인이 아니라 엇박자였습니다1953년 오주 야스지로 감독이 만든 《도쿄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70.. 2026. 7. 11. 나는 사랑했지만, 혹시 내 방식만 고집한 것은 아닐까 《어바웃 타임》으로 보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진심으로 보낸 택배 하나가 핀잔으로 돌아온 날, 저는 오래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좋아하던 과일이었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낸 것이었는데. 그때 떠올린 건 에리히 프롬의 말이었습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배워야 하는 기술이라고. 어쩌면 저는 오랫동안 사랑을 열심히 했지만, 잘 하지는 못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좋은 의도가 왜 상처가 될까 — 방식의 오해사랑했는데 상대가 상처받았다면, 둘 중 하나입니다. 사랑이 부족했거나, 아니면 방식이 어긋났거나.저는 오랫동안 전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더 많이 주면 된다고. 그래서 귀농을 준비하며 주말마다 땀 흘려 키운 채소를 박스에 담아 보냈고, 이번엔 결혼 전 같이 살 때 무척 좋아하던 과일을 택배로 부쳤습니다. 그런데 아들에게서 돌아온 건 감사 인사가 아니었습니다.. 2026. 7. 10. 영화 <와일드 씽>과 사르트르의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가 주는 인생 2막의 위로 퇴직 후 3년째 지방에 내려와 텃밭과 일자리 사이를 오가며 살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귀농귀촌이 이렇게 막막할 줄은 몰랐거든요. 그러던 중 전직 동료들과 함께 영화 한 편을 봤습니다. 손재곤 감독의 이었는데, 20년 만에 다시 무대를 꿈꾸는 중장년 댄서들의 이야기가 가슴 어딘가를 세게 건드렸습니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머릿속에 맴돈 건 "그래서 나는 지금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이었습니다. 영화가 건드린 것: "넌 이미 끝났어"라는 말에 저항하기영화 의 주인공들은 세기말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 출신입니다. 표절 논란으로 강제 해체된 뒤 20년이 지났고, 각자는 생계형 방송 리포터, 빚더미 위의 솔로, 재벌가 며느리라는 전혀 다른 '옷'을 입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 2026. 7. 9. 우리는 왜 사실보다 추측을 더 빨리 믿을까?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로 보는 소크라테스의 질문하는 철학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12인의 성난 사람들》은 성급한 판단보다 숙고와 토론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영화이다.소크라테스는 질문을 통해 진실에 다가가는 철학을 강조했다.확증 편향은 우리가 추측을 사실처럼 믿게 만드는 대표적인 심리 현상이다.비판적 사고와 경청은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중요한 덕목이다.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6,000개 이상의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생각 중 실제로 확인된 사실에 근거한 것은 얼마나 될까요. 저도 최근 새로운 일터에서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똑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그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는 영화입니다. 빠른 결론이 아니라 끝까지 질문하는 사람이 결국 진실에 가까워진다는 것을.확증 편향 — 우리는 왜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 2026. 7. 8. 우리는 왜 말을 듣기보다 먼저 판단할까?영화 《컨택트(Arrival)》로 보는 가다머의 해석학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컨택트》는 언어와 소통이 갈등을 넘어 이해를 만드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가다머의 해석학은 모든 이해가 선입견과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언어는 단어 자체보다 맥락과 의도를 함께 살펴볼 때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성급한 판단보다 경청과 대화가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우리는 정말 상대의 말을 듣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확인만 하고 있는 걸까요.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부터 배재고 지역비하 발언, 그리고 최근 연예계를 뒤흔든 '무섭노' 표현 논쟁까지 — 저는 이 사건들을 연달아 보면서 묘한 피로감을 느꼈습니다. 갈등의 불씨가 꺼지기도 전에 새 불씨가 켜지는 사회, 그 중심에는 언제나 말의 해석이 있었습니다.선입견이 먼저 작동하는 .. 2026. 7. 7. 우리는 왜 서로를 용서하기 어려울까?영화 《호텔 르완다》로 보는 넬슨 만델라의 화해 철학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호텔 르완다》는 극한의 갈등 속에서도 인간 존엄과 생명의 가치를 지키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넬슨 만델라는 복수보다 화해와 공존을 선택하며 평화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진정한 평화는 갈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이해를 통해 극복하는 과정이다.오늘날의 사회 갈등 속에서도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가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든다. 1994년 르완다에서 약 100일 동안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극한의 혼란 속에서 호텔 지배인 한 명이 민족도 따지지 않고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 줬습니다. 영화 《호텔 르완다》를 보고 나서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였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고기집에서 외국인들의 대화를 듣다가 뜻밖의 반성을 하게 됐습니다.100일.. 2026. 7. 6. 평화는 이상이 아니라 협력의 실천일까?영화 《모가디슈》로 보는 칸트의 영구평화론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모가디슈》는 전쟁 속에서도 협력과 인간 존엄의 가치를 보여 주는 영화이다.칸트의 《영구평화론》은 평화를 지속적인 협력과 신뢰의 질서로 이해한다.7·4 남북공동성명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보여 준 역사적 사건이다.평화는 이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협력과 존중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총성이 멈추지 않는 모가디슈에서 남한과 북한 외교관들이 같은 차량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념이 아니라 생존이 그들을 하나로 묶은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단순한 액션 영화를 기대했는데, 오히려 "협력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한동안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칸트가 18세기에 꿈꿨던 영구평화론이 2021년 한국 영화.. 2026. 7. 5. 스포츠는 갈등을 키울까, 화해를 만들까? 영화 《인빅터스》로 보는 넬슨 만델라의 화해 철학 아들을 유소년 축구팀에 보내던 날, 상대 팀 학부모가 심판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는 장면을 보고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아이들은 그 어른을 그대로 따라 배우더군요. 최근 고교야구 응원전 비하 사태와 축구 감독 관련 논란을 보면서 그날 기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스포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나 싶어 꺼내 든 영화가 《인빅터스》였는데, 생각보다 훨씬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갈등의 배경 — 스포츠는 왜 화합 대신 분열을 만들까솔직히 저도 처음엔 단순히 럭비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지금 우리 사회와 너무 닮아 있다는 생각에 멈칫했습니다.199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를 공식 종료했습니다. 아파르트헤이트란 1948년부터 이어져 온 인종 분리 정책으로, 흑인과 백인을 법.. 2026. 7. 4. 상대는 이겨야 할 적일까, 존중해야 할 사람일까?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보는 레비나스의 타자 철학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경쟁 속에서도 존중과 연대의 가치를 보여 주는 영화이다.레비나스는 윤리는 타자를 하나의 인간으로 마주하는 순간 시작된다고 설명했다.스포츠맨십은 승리뿐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완성된다.건강한 공동체는 경쟁보다 존엄과 배려를 우선할 때 지속될 수 있다. 승리를 향해 달려가는 경기장에서, 상대는 정말 무너뜨려야 할 적일까요? 고교야구 응원 논란을 보며 저는 오히려 반대 방향의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상대가 없으면 경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 말입니다. 오늘은 영화 한 편과 철학 한 줄을 붙들고, 그 질문을 좀 더 깊이 파고들어 보겠습니다.경기장이 가르쳐 준 것: 스포츠맨십의 구조최근 고교야구 경기에서 상대 지역을 비하하는 응원 구호가 .. 2026. 7. 3. 이전 1 2 3 4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