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60 부모는 언제 자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까?영화 《굿 윌 헌팅》으로 보는 마르틴 부버의 '나-너(I-Thou)' 철학 1997년 개봉한 영화 《굿 윌 헌팅》은 지금도 유효한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지금 상대를 보고 있습니까, 아니면 당신이 원하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까?" 저는 요즘 이 질문이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97년생 아들이 귀농 준비 중인 제 곁으로 불쑥 찾아와 작은 직장에 취업하고, 독립까지 한 뒤로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습니다.《굿 윌 헌팅》이 보여주는 나-너 관계의 힘일반적으로 사람은 사랑받으면 성장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그 '사랑'의 방식이 핵심이지, 사랑의 양이 핵심이 아닙니다. 영화 속 윌도 사랑이 부족해서 망가진 게 아니었습니다. 그를 바꾸려 들거나, 재능을 도구로 쓰려는 시선들 속에서 스스로를 닫아버린 것이었습니다.상담사 숀이 윌과 나누는 관계는 철학자 마르틴 부버(.. 2026. 7. 12. 좋은 의도가 상처가 될 때: 영화 《도쿄 이야기》와 공자가 말하는 사랑의 기술 솔직히 저는 꽤 오랫동안 사랑은 더 많이 주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결혼한 자식이 좋아하는 과일이 생각나면 묻지도 않고 한 박스 보내는 게 당연한 부모의 마음이라고요. 그런데 돌아온 반응은 "냉장고에 자리도 없는데 왜 또 보내셨어요"였고, 저는 그 말에 한동안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계속 생각나고 내가 무엇을 잘못했길래 자식에게 그런 핀잔을 들어야 하는지 답답하기도 하고 자식이 괘씸하기도 하여 잠을 이룰수가 없었습니다. 좋은 의도가 왜 상처가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달라질 수 있는지를 오주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 《도쿄 이야기》와 공자의 철학을 통해 풀어봤습니다.《도쿄 이야기》가 보여준 건 악인이 아니라 엇박자였습니다1953년 오주 야스지로 감독이 만든 《도쿄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70.. 2026. 7. 11. 나는 사랑했지만, 혹시 내 방식만 고집한 것은 아닐까 《어바웃 타임》으로 보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진심으로 보낸 택배 하나가 핀잔으로 돌아온 날, 저는 오래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좋아하던 과일이었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낸 것이었는데. 그때 떠올린 건 에리히 프롬의 말이었습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배워야 하는 기술이라고. 어쩌면 저는 오랫동안 사랑을 열심히 했지만, 잘 하지는 못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좋은 의도가 왜 상처가 될까 — 방식의 오해사랑했는데 상대가 상처받았다면, 둘 중 하나입니다. 사랑이 부족했거나, 아니면 방식이 어긋났거나.저는 오랫동안 전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더 많이 주면 된다고. 그래서 귀농을 준비하며 주말마다 땀 흘려 키운 채소를 박스에 담아 보냈고, 이번엔 결혼 전 같이 살 때 무척 좋아하던 과일을 택배로 부쳤습니다. 그런데 아들에게서 돌아온 건 감사 인사가 아니었습니다.. 2026. 7. 10. 영화 <와일드 씽>과 사르트르의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가 주는 인생 2막의 위로 퇴직 후 3년째 지방에 내려와 텃밭과 일자리 사이를 오가며 살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귀농귀촌이 이렇게 막막할 줄은 몰랐거든요. 그러던 중 전직 동료들과 함께 영화 한 편을 봤습니다. 손재곤 감독의 이었는데, 20년 만에 다시 무대를 꿈꾸는 중장년 댄서들의 이야기가 가슴 어딘가를 세게 건드렸습니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머릿속에 맴돈 건 "그래서 나는 지금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이었습니다. 영화가 건드린 것: "넌 이미 끝났어"라는 말에 저항하기영화 의 주인공들은 세기말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 출신입니다. 표절 논란으로 강제 해체된 뒤 20년이 지났고, 각자는 생계형 방송 리포터, 빚더미 위의 솔로, 재벌가 며느리라는 전혀 다른 '옷'을 입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 2026. 7. 9. 우리는 왜 사실보다 추측을 더 빨리 믿을까?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로 보는 소크라테스의 질문하는 철학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12인의 성난 사람들》은 성급한 판단보다 숙고와 토론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영화이다.소크라테스는 질문을 통해 진실에 다가가는 철학을 강조했다.확증 편향은 우리가 추측을 사실처럼 믿게 만드는 대표적인 심리 현상이다.비판적 사고와 경청은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중요한 덕목이다.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6,000개 이상의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생각 중 실제로 확인된 사실에 근거한 것은 얼마나 될까요. 저도 최근 새로운 일터에서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똑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그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는 영화입니다. 빠른 결론이 아니라 끝까지 질문하는 사람이 결국 진실에 가까워진다는 것을.확증 편향 — 우리는 왜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 2026. 7. 8. 우리는 왜 말을 듣기보다 먼저 판단할까?영화 《컨택트(Arrival)》로 보는 가다머의 해석학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컨택트》는 언어와 소통이 갈등을 넘어 이해를 만드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가다머의 해석학은 모든 이해가 선입견과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언어는 단어 자체보다 맥락과 의도를 함께 살펴볼 때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성급한 판단보다 경청과 대화가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우리는 정말 상대의 말을 듣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확인만 하고 있는 걸까요.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부터 배재고 지역비하 발언, 그리고 최근 연예계를 뒤흔든 '무섭노' 표현 논쟁까지 — 저는 이 사건들을 연달아 보면서 묘한 피로감을 느꼈습니다. 갈등의 불씨가 꺼지기도 전에 새 불씨가 켜지는 사회, 그 중심에는 언제나 말의 해석이 있었습니다.선입견이 먼저 작동하는 .. 2026. 7. 7. 우리는 왜 서로를 용서하기 어려울까?영화 《호텔 르완다》로 보는 넬슨 만델라의 화해 철학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호텔 르완다》는 극한의 갈등 속에서도 인간 존엄과 생명의 가치를 지키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넬슨 만델라는 복수보다 화해와 공존을 선택하며 평화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진정한 평화는 갈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이해를 통해 극복하는 과정이다.오늘날의 사회 갈등 속에서도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가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든다. 1994년 르완다에서 약 100일 동안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극한의 혼란 속에서 호텔 지배인 한 명이 민족도 따지지 않고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 줬습니다. 영화 《호텔 르완다》를 보고 나서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였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고기집에서 외국인들의 대화를 듣다가 뜻밖의 반성을 하게 됐습니다.100일.. 2026. 7. 6. 평화는 이상이 아니라 협력의 실천일까?영화 《모가디슈》로 보는 칸트의 영구평화론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모가디슈》는 전쟁 속에서도 협력과 인간 존엄의 가치를 보여 주는 영화이다.칸트의 《영구평화론》은 평화를 지속적인 협력과 신뢰의 질서로 이해한다.7·4 남북공동성명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보여 준 역사적 사건이다.평화는 이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협력과 존중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총성이 멈추지 않는 모가디슈에서 남한과 북한 외교관들이 같은 차량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념이 아니라 생존이 그들을 하나로 묶은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단순한 액션 영화를 기대했는데, 오히려 "협력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한동안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칸트가 18세기에 꿈꿨던 영구평화론이 2021년 한국 영화.. 2026. 7. 5. 스포츠는 갈등을 키울까, 화해를 만들까? 영화 《인빅터스》로 보는 넬슨 만델라의 화해 철학 아들을 유소년 축구팀에 보내던 날, 상대 팀 학부모가 심판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는 장면을 보고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아이들은 그 어른을 그대로 따라 배우더군요. 최근 고교야구 응원전 비하 사태와 축구 감독 관련 논란을 보면서 그날 기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스포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나 싶어 꺼내 든 영화가 《인빅터스》였는데, 생각보다 훨씬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갈등의 배경 — 스포츠는 왜 화합 대신 분열을 만들까솔직히 저도 처음엔 단순히 럭비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지금 우리 사회와 너무 닮아 있다는 생각에 멈칫했습니다.199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를 공식 종료했습니다. 아파르트헤이트란 1948년부터 이어져 온 인종 분리 정책으로, 흑인과 백인을 법.. 2026. 7. 4. 상대는 이겨야 할 적일까, 존중해야 할 사람일까?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보는 레비나스의 타자 철학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경쟁 속에서도 존중과 연대의 가치를 보여 주는 영화이다.레비나스는 윤리는 타자를 하나의 인간으로 마주하는 순간 시작된다고 설명했다.스포츠맨십은 승리뿐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완성된다.건강한 공동체는 경쟁보다 존엄과 배려를 우선할 때 지속될 수 있다. 승리를 향해 달려가는 경기장에서, 상대는 정말 무너뜨려야 할 적일까요? 고교야구 응원 논란을 보며 저는 오히려 반대 방향의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상대가 없으면 경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 말입니다. 오늘은 영화 한 편과 철학 한 줄을 붙들고, 그 질문을 좀 더 깊이 파고들어 보겠습니다.경기장이 가르쳐 준 것: 스포츠맨십의 구조최근 고교야구 경기에서 상대 지역을 비하하는 응원 구호가 .. 2026. 7. 3. 승리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영화 《코치 카터》로 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덕의 철학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코치 카터》는 스포츠를 통해 인격과 책임을 배우는 과정을 보여 주는 영화이다.아리스토텔레스는 덕은 반복되는 행동과 습관을 통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스포츠맨십은 경기 규칙을 지키는 것을 넘어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까지 포함한다.학교 스포츠의 목표는 우승뿐 아니라 건강한 시민과 공동체 구성원을 길러내는 데 있다.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한 학교 응원단이 상대 학교와 지역을 비하하는 구호를 사용해 논란이 됐습니다. 저는 이 뉴스를 접하면서 단순히 "학생들이 잘못했네"로 넘길 수 없었습니다. 이건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어른들이 수십 년 동안 쌓아온 결과주의 문화가 만들어낸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결과주의가 만들어낸 응원 문화솔직히 이번 사건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성적 .. 2026. 7. 2. 왜 내 정성은 전해지지 않았을까?영화 《카모메 식당》으로 보는 스피노자의 에티카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카모메 식당》은 진심과 기다림, 관계의 회복을 담은 영화이다.스피노자의 《에티카》는 타인의 반응보다 자신의 삶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행복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귀농은 농산물을 수확하는 일이 아니라 자연의 시간과 기다림을 배우는 삶의 방식이다.부모의 사랑은 즉시 인정받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며 자녀의 삶 속에서 의미를 갖게 된다. 정성껏 키운 작물을 자녀에게 보냈다가 "먹지도 않는데 왜 이렇게 많이 보냈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귀농 실습 중 어렵게 수확한 채소를 큰 아들에게 보냈다가 돌아온 말이 딱 그 한마디였습니다. 농사는 결과가 아니라 마음을 심는 일이라는 걸, 그 순간만큼 뼈저리게 느낀 적이 없습니다.귀농 농업실습, 낭만과 현실의 거리귀농을.. 2026. 7. 1. 이전 1 2 3 4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