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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릴 수 없는 판결의 무게" : 영화 <심판>과 베카리아의 사형제 폐지론 대한민국은 법적으로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1997년 이후 단 한 건의 집행도 하지 않은 '사실상 사형 폐지국'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뉴스에서 흉악범죄 보도가 나올 때마다 피해자의 고통에 감정이입 하며 "왜 저런 자들을 사형시키지 않는가"라고 분개하곤 했던 평범한 시민이었습니다. 정의는 곧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아주는 것이라 믿었죠.그러던 어느 날,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다 수십 년 만에 재심으로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된 한 노인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사형이 집행되었다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겠지요"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그를 보며, 저는 등 뒤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인간의 판단이 가진 '오류의 가능성'을 간과했던 제 확신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었는지 깨달.. 2026. 3. 26.
"착한 사람들이 모이면 왜 괴물이 될까?" : 영화 <미스트>와 니부어의 도덕적 인간, 비도덕적 사회 평소 다정하고 예의 바른 직장 동료가 업무 중 어느 순간 서늘할 정도로 권위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직업상담사로 일하며 상담실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인사 담당자들에게서 이런 기묘한 이중성을 목격하곤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화할 땐 누구보다 따뜻하고 상식적인 분들이, '조직의 논리'라는 방패 뒤에 서면 나이나 경력을 잣대로 냉정하게 사람을 거르는 '비정한 칼'이 되더군요.하지만 정작 저를 가장 괴롭게 했던 건 제 안의 모습이었습니다. 평소 온화하던 동료가 민원인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보일 때, 저 역시 그 부당함을 알면서도 조직의 평화를 해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침묵하며 동조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비겁했던 제 뒷모습은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공허했습니다. 왜 선량한 개인들.. 2026. 3. 25.
"보복인가, 방어인가?" : 미-이란 갈등으로 본 왈처의 정의전쟁론과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 솔직히 저는 뉴스에서 폭격 장면을 볼 때마다 화면을 끄고 싶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 소식, 파괴된 건물과 에너지 시설의 폭파 장면은 제게 그저 멀리 있는 남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죠. 하지만 초등학교까지 공격당했다는 소식을 접한 순간, 이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전쟁에 정의란 게 존재할 수 있을까요? 마이클 왈처(Michael Walzer)의 정의전쟁론(Just War Theory)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여기서 정의전쟁론이란 전쟁이라는 극단적 폭력 속에서도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을 지키자는 윤리 이론입니다. 오늘은 현재 진행 중인 미-이란 갈등과 영화 를 통해, 전쟁의 정당성과 우리가 놓치고 있는 윤리적 문제들을 함께 짚어보려 합니다. 정당한 명분과.. 2026. 3. 24.
"돈이면 성적도 사나요?" 배드 지니어스와 왈처의 다원적 정의로 본 우리 시대의 '경계' "공부는 머리 좋은 놈이 아니라 엉덩이 무거운 놈이 이기는 거야." 제가 주변의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제 자녀들에게 입버릇처럼 했던 말입니다. 적어도 그때는 '노력'이라는 변수가 '돈'이라는 변수보다 힘이 세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뉴스를 장식하는 입시 비리나 부모 찬스 기사들을 보고 있으면, 그 믿음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깨닫게 됩니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오로지 실력만으로 평가받는 독립적인 영역일까요?문득 태국 영화 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그저 스릴 넘치는 부정행위 수법에 감탄했지만, 이번엔 주인공 '린'의 씁쓸한 표정에 자꾸 눈길이 가더군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그녀가 왜 위험한 범죄의 길을 선택해야 했을까. 그건 단순히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교육'.. 2026. 3. 23.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의 국가 권력과 노직의 개인의 자유 (최소 국가론, 감시사회, 저항) 저는 1980년대 대학 시절, 최루탄 가스가 캠퍼스를 뒤덮던 시절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자유를 외치던 젊은이들이 곤봉에 맞아 쓰러지고, 거리 곳곳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때는 국가 권력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피부로 느꼈죠.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정말 자유로워졌을까요? 거리의 CCTV는 제 발걸음을 기록하고, 스마트폰은 제가 어디서 무엇을 샀는지 낱낱이 추적합니다. 군부 독재는 사라졌지만, 디지털 감시는 더욱 교묘해졌습니다.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를 다시 보면서, 국가는 도대체 어디까지 우리를 '지켜줄' 권리가 있는지 진지하게 물어보게 됩니다.로버트 노직의 최소 국가론, 국가는 '치안'만 담당하라국가의 역할은 어디까지여야 할까요? 이 질문에 로버트 노직(Robert Nozic.. 2026. 3. 22.
인 타임으로 본 롤스의 정의론 (무지의베일, 차등원칙, 재취업공정성) 퇴직 후 야심 차게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을 때만 해도, 제2의 인생 문이 활짝 열릴 줄 알았습니댜. 하지만 현실은 차가웠습니다. 돋보기를 쓰고 밤새워 공부하며 얻은 자격증을 내밀어도, 면접관의 시선은 제 화려했던 과거 경력보다는 '나이'라는 숫자에 머물더군요. "경력은 참 좋으신데... 음..." 하며 말끝을 흐리는 그 짧은 침묵 속에서, 저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유리벽을 마주했습니다.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영화 의 한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팔뚝에 새겨진 '시간'이 곧 목숨이자 화폐인 세상. 부유한 이들은 수천 년을 소유하며 느긋하게 영생을 누리지만, 빈민가의 사람들은 당장 내일의 1분을 벌기 위해 숨 가쁘게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 마치 재취업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모습.. 2026. 3. 21.
"박물관 100곳보다 중요한 것" : 닥터 스트레인지와 의천의 '교관겸수'로 본 배움의 균형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모 특유의 조급함이 생기곤 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주말마다 체험학습이라는 명목으로 전국 방방곡곡의 유적지와 박물관을 유랑하듯 다녔죠. 하지만 몇 년 뒤, 아이들에게 그때의 기억을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어디를 갔다 왔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나요."라는 말이었죠.그때 깨달았습니다. 무작정 발품을 팔아 경험만 쌓는다고 해서 그것이 온전히 아이들의 배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요. 이론 없는 경험은 공허하고, 경험 없는 이론은 맹목적이라는 말이 뼈저리게 다가왔습니다. 문득 고려 시대 대각국사 의천(義天)이 강조했던 '교관겸수(敎觀兼修)'의 가르침이 떠오른 것은 바로 그 지점이었습니다.영화 속 주인공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2026. 3. 20.
"번아웃의 끝에서 만난 부처" : 영화 <리틀 부다>와 지눌의 '돈오점수'가 준 깨달음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따고 재취업 전선에서 수없이 거절당하던 시기, 제 마음은 늘 조급함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한 번에 인생이 바뀔 순 없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매일 새로운 강의를 듣고 책을 읽었지만, 머리만 무거워질 뿐 삶은 제자리걸음이었죠. 그때 문득 깨달았습니다. 무언가를 '아는 것'과 그것을 내 삶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사실을요.이런 혼란 속에서 다시 꺼내 본 영화가 바로 1993년작 였습니다. 처음엔 서양 감독이 동양의 깊은 불교 사상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한 싯다르타의 수행 과정을 지켜보며 제 오만함은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화려한 영상미 너머로 흐르는 메시지는, 제가 현대 사회에서 겪는 '성과에 대한 강박'과.. 2026. 3. 20.
영화 시빌 워로 본 원효의 화쟁 (갈등해결, 정의충돌, 화해방법) 화려한 액션이 가득한 마블 영화를 즐겨 보지만, 사실 영화 를 처음 마주했을 때는 마음 한구석이 못내 불편했습니다. 어제의 동료였던 히어로들이 서로의 심장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은, 액션의 쾌감보다는 '정의'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분열의 비극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문득 제가 직업상담사로서 현장에서 목격했던 수많은 갈등들이 겹쳐 보였습니다. 노사 간의 대립, 세대 간의 가치관 충돌... 각자는 자신의 입장에서 최선의 '정의'를 외치지만, 그 결과는 늘 깊은 상처와 단절뿐이었죠. 영화 속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대립을 보며 저는 1,300여 년 전 신라의 고승 원효(元曉) 대사가 제시한 갈등 해결의 지혜, '화쟁(和諍)' 사상을 떠올렸습니다.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현대 블록버스터와 고대 철학.. 2026. 3. 19.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기로 했다" : 영화 <예스 맨>과 정제두 양명학의 '지행합일' 요즘은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영월이 인기 명소가 되어 사람들이 발을 디딜 틈이 없어졌는데요. 한편 항상 역사의 한 힉을 긋고 있는 곳이 강화도인데 최근 상대적으로 사람들 발길이 틈한 면이 있어 얼마 전 바람을 쐬러 나선 강화도 나들이길에 우연히 강화박물관을 들렀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조선 사상사의 이단아라 불리는 하곡 정제두의 흔적을 발견하고 묘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당시 주류였던 성리학의 견고한 벽을 깨고 "내 마음이 곧 진리"라고 외쳤던 그의 파격적인 선택이, 재취업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망설이던 제 모습과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중국의 왕양명 사상을 조선의 토양에 맞게 꽃피운 정제두의 양명학은 단순히 이론에 머무는 학문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의 철학을 곱씹으며 문득 짐 캐리 주연의 영화 .. 2026. 3. 19.
박지원 이용후생과 영화 리틀포레스트 (스마트팜, 법고창신, 청년농업) 얼마 전 민간점검원으로 순찰을 돌다가 우연히 청년임대형 스마트팜을 발견했습니다. 호기심에 안으로 들어가 청년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그들이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온 이유가 단순히 귀농이 아니라 '새로운 농업기술'을 배워 자립하기 위해서라는 말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 순간 문득 조선시대 실학자 박지원이 청나라에서 수레와 벽돌을 보며 느꼈을 감동이 이해가 되더군요. 저는 이 경험을 통해 박지원의 이용후생 사상과 영화 가 말하는 '진짜 갓생'이 결국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박지원의 이용후생, 청년 스마트팜에서 만나다박지원은 18세기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실학자로, 실학의 대표적인 철학은 실사구시입니다. 그의 핵심 사상은 실사구시에서 더 나아가 '이용후생(利用厚生)'입니다. 여기서.. 2026. 3. 18.
정약용의 실학정신과 영화 자산어보(실사구시,개혁정신,목민심서) 정약용의 실학사상이 조선 후기 지식인 사회에서 갖는 의미는 단순한 학문적 전환 이상입니다.유배생활 속에서도 500여 권의 저서를 남긴 그의 집념은 '쓸모 있는 지식'에 대한 철저한 신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저는 강진 유배지를 직접 방문했을 때, 그 좁은 초막에서 18년 동안의 유배생활 속에서도 백성을 위한 학문을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그의 형 정약전을 다룬 영화 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저희에게 실학정신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지 함께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실사구시, 백성을 위한 학문의 시작실사구시(實事求是)란 사실에 근거하여 진리를 탐구한다는 실학의 핵심 개념입니다. 여기서 '실사'는 관념이 아닌 구체적 현실을, '구시'는 그 속에서 옳은 해.. 2026.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