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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 한나 아렌트: 절대반지는 왜 혼자서는 파괴할 수 없었을까 저는 《반지의 제왕》이 처음 개봉했을 때 극장 문 근처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판타지라는 장르 자체가 저와는 거리가 먼 세계라고 생각했거든요. 실화 기반의 드라마나 범죄 스릴러를 더 좋아하는 저에게, 요정과 마법사가 나오는 이야기는 그냥 아이들 영화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뒤늦게 작품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이건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프로도가 반지를 들고 걷는 그 여정이, 어느 순간 제 귀촌 준비 과정과 겹쳐 보였습니다. 그리고 한나 아렌트라는 철학자의 이름이 자꾸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판타지라고 무시했던 제가 틀렸습니다《반지의 제왕》은 피터 잭슨 감독이 연출하고 2001년부터 2003년에 걸쳐 세 편이 개봉한 작품입니다. J. R. R. 톨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이미 보신 분들과 함.. 2026. 7. 21.
스페인은 왜 강했을까? 《머니볼》로 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습관 철학 "우리는 반복적으로 행하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 말은 처음 읽을 때 너무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오히려 그냥 넘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저는 이 문장이 진짜로 무섭다는 걸, 귀농 3년 차 어느 무더운 여름 오후에 깨달았습니다. 풀을 뽑다 손을 놓고 멍하니 앉아 있던 그 순간이 떠올랐습니다.스타 없이도 이길 수 있다는 질문《머니볼》은 2011년 베넷 밀러 감독이 연출한 영화입니다. 브래드 피트가 메이저리그 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을 연기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습니다.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이 영화의 핵심 질문은 간단합니다. "돈도 없고 스타도 없는 팀이 어떻게 강팀을 이길 수 있는가?" 빌리 빈이 선택한 답은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 2026. 7. 20.
영화 《마인드스케이프》와 키에르케고르의 실존적 불안: 불안은 자유의 징표 불안은 피해야 할 감정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일까요? 철학자 쇠렌 키에르케고르는 불안을 자유의 가능성에서 비롯되는 필연적 감정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저도 첫째 아이의 결혼 소식을 들었던 날, 기쁨보다 막막함이 먼저였습니다. 그 감정이 무엇인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실존적 불안 — 키에르케고르가 말한 자유의 징표키에르케고르는 그의 저서 《불안의 개념》(1844)에서 실존적 불안(Existential Anxiety)이라는 개념을 처음 체계적으로 다뤘습니다. 여기서 실존적 불안이란 단순히 어떤 대상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다는 자유 그 자체에서 생겨나는 어지러움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나는 이 길도 갈 수 있고 저 길도 갈 수 있다"는 바로 그 가능성이 불안의 뿌리라는 것입.. 2026. 7. 19.
영화 《호프》 × 마르틴 부버: 서로 다른 삶을 인정하는 법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가장 이해하기 어렵다는 역설이 있습니다. 〈호프〉는 괴생명체와 인간의 싸움을 그린 장르영화처럼 보이지만,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전혀 다른 질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서로를 모르면서도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이, 그럼에도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었습니다.호포항이라는 세계, 그 경계에서 벌어지는 일영화의 배경은 휴전선 인근 작은 항구 마을 호포항입니다. 비무장지대와 맞닿은 공간, 육지인지 바다인지 경계가 모호한 항구, 그리고 그곳에 내려온 존재들. 감독은 처음부터 이 영화를 '경계의 이야기'로 세팅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경찰 고범석은 황소 사체를 확인하러 나왔다가 마을 전체가 무너진 것을 목격합니다. 그가 가진 것은 산탄총 하나뿐이고, 지원은 오지 않습니다. 상부.. 2026. 7. 19.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와 야스퍼스의 ‘한계상황’: 좌절은 끝이 아니라 비약의 시작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한계상황을 그냥 '불운'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부모님의 죽음도, 반복되는 경제적 어려움도, 뜻대로 되지 않는 자식 문제도 전부 그냥 재수 없는 일 정도로 치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인생은 아름다워》를 다시 떠올리면서 야스퍼스의 철학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고, 그때서야 제가 살아온 방식이 조금 다르게 읽혔습니다.아버지 덕분에 극장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제 아버지는 생전에 극장 포스터를 붙이는 일을 하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많은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엔 그게 얼마나 특별한 경험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냥 아버지 따라 극장 구석에 앉아 화면을 멍하니 보던 기억이 대부분입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 옛날 영화들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요즘도 좋은.. 2026. 7. 17.
영화 《소울》과 프랭클의 의미치료: 목표 달성 후 허무함을 넘어 목표를 이루고 나서 오히려 무너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손에 쥐던 날, 기대했던 해방감 대신 묘한 공허함이 밀려왔습니다. 이 감정에는 이름이 있었고, 그것을 알고 나서야 조금 숨통이 트였습니다.도착의 오류 — 다 이루고 나서야 알게 된 것심리학에서 '도착의 오류(Arrival Fallacy)'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도착의 오류란, 특정 목표에 도달하면 삶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이 착각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하버드 의대 정신과 전문의 탈 벤-샤하르(Tal Ben-Shahar) 박사가 이 개념을 체계화했는데(출처: Harvard Health), 목표를 이룬 직후의 행복감은 생각보다 훨씬 짧게 끝난다고 설명합니다.저는 퇴직 후 지방으로 내려와 아들 뒷바라.. 2026. 7. 16.
귀농 귀촌 준비 중 느낀 상실감, 그리고 마음을 달래준 영화 《풍기》에 담긴 철학적 해석 최근 농지은행과 지인을 통해 토지와 거주할 집을 알아보면서 귀농 준비를 본격화하려던 찰나에 귀농귀촌정책중의 하나인 전입주민환영사업 대상자 미선정 문자 한 통이 날아왔습니다. 저도 딱 그 상황이었습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고, 함께 교육받던 동료가 선정 문자를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건 솔직히 꽤 쓸쓸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그리고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상실감의 정체 —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전입주민환영사업은 귀농·귀촌인이 새 지역에 정착하는 초기 비용을 지원하는 지자체 정책입니다. 여기서 전입주민환영사업이란, 주소를 옮긴 신규 전입자에게 환영금 형태로 정착 지원금을 지급하여 농촌 인구 유입을 유도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2026. 7. 15.
취업이라는 짐, 그 무거운 자유의 무게: 《어른이 되면》으로 보는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솔직히 저는 아들이 정규직 근로 계약서에 싸인을 하던 날, 제 짐도 함께 내려놓았다고 생각했습니다. 3개월 수습을 버텨내고 이제 스스로 서는구나 싶었는데, 바로 그 직후에 들려온 말이 "출근하기 싫다"였습니다. 한국 독립영화 《어른이 되면》이 그리는 미취업 청년의 불안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저는 그때 몸으로 확인했습니다.실존주의가 말하는 취업 불안의 정체일반적으로 취업에 성공하면 불안이 사라진다고들 합니다.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아들이 월세 집도 얻고 제가 쓰던 차도 넘겨받았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직장 다니기 싫다"는 말이 나왔을 때, 저는 불안이 취업 전후를 가리지 않는다는 걸 실감했습니다.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 2026. 7. 14.
가족을 지키는 것이 정의일까?《김부장》으로 보는 공자의 가족 철학 부모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게 진짜 사랑일까요? 저는 요즘 이 질문을 드라마를 보면서 붙들고 있습니다. 귀농 준비중 후 시골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영화관을 갈 기회가 없어 TV 드라마를 제대로 보게 됐는데, 마침 《김부장》이라는 드라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엔 그냥 액션물이라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싸움보다 그 싸움의 이유가 더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공자의 철학이 떠올랐습니다.공자가 말한 효(孝)와 인(仁), 드라마가 증명한다귀농한다고 내려오고 나니 영화관은 물론 OTT도 여의치 않아서 TV에 의지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웹툰 원작 드라마 《김부장》을 한두 편 봤고, 어느새 본방 사수를 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남북 분단 문제를 배경으로 깔면서도 드라마.. 2026. 7. 13.
부모는 언제 자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까?영화 《굿 윌 헌팅》으로 보는 마르틴 부버의 '나-너(I-Thou)' 철학 1997년 개봉한 영화 《굿 윌 헌팅》은 지금도 유효한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지금 상대를 보고 있습니까, 아니면 당신이 원하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까?" 저는 요즘 이 질문이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97년생 아들이 귀농 준비 중인 제 곁으로 불쑥 찾아와 작은 직장에 취업하고, 독립까지 한 뒤로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습니다.《굿 윌 헌팅》이 보여주는 나-너 관계의 힘일반적으로 사람은 사랑받으면 성장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그 '사랑'의 방식이 핵심이지, 사랑의 양이 핵심이 아닙니다. 영화 속 윌도 사랑이 부족해서 망가진 게 아니었습니다. 그를 바꾸려 들거나, 재능을 도구로 쓰려는 시선들 속에서 스스로를 닫아버린 것이었습니다.상담사 숀이 윌과 나누는 관계는 철학자 마르틴 부버(.. 2026. 7. 12.
좋은 의도가 상처가 될 때: 영화 《도쿄 이야기》와 공자가 말하는 사랑의 기술 솔직히 저는 꽤 오랫동안 사랑은 더 많이 주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결혼한 자식이 좋아하는 과일이 생각나면 묻지도 않고 한 박스 보내는 게 당연한 부모의 마음이라고요. 그런데 돌아온 반응은 "냉장고에 자리도 없는데 왜 또 보내셨어요"였고, 저는 그 말에 한동안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계속 생각나고 내가 무엇을 잘못했길래 자식에게 그런 핀잔을 들어야 하는지 답답하기도 하고 자식이 괘씸하기도 하여 잠을 이룰수가 없었습니다. 좋은 의도가 왜 상처가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달라질 수 있는지를 오주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 《도쿄 이야기》와 공자의 철학을 통해 풀어봤습니다.《도쿄 이야기》가 보여준 건 악인이 아니라 엇박자였습니다1953년 오주 야스지로 감독이 만든 《도쿄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70.. 2026. 7. 11.
나는 사랑했지만, 혹시 내 방식만 고집한 것은 아닐까 《어바웃 타임》으로 보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진심으로 보낸 택배 하나가 핀잔으로 돌아온 날, 저는 오래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좋아하던 과일이었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낸 것이었는데. 그때 떠올린 건 에리히 프롬의 말이었습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배워야 하는 기술이라고. 어쩌면 저는 오랫동안 사랑을 열심히 했지만, 잘 하지는 못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좋은 의도가 왜 상처가 될까 — 방식의 오해사랑했는데 상대가 상처받았다면, 둘 중 하나입니다. 사랑이 부족했거나, 아니면 방식이 어긋났거나.저는 오랫동안 전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더 많이 주면 된다고. 그래서 귀농을 준비하며 주말마다 땀 흘려 키운 채소를 박스에 담아 보냈고, 이번엔 결혼 전 같이 살 때 무척 좋아하던 과일을 택배로 부쳤습니다. 그런데 아들에게서 돌아온 건 감사 인사가 아니었습니다.. 2026.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