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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필로소피41

환경을 지키는 것은 인간만을 위한 일일까 《월-E》로 읽는 아르네 네스의 심층생태학 마트 장바구니에 담긴 일회용 용기를 꺼내다가 문득 멈췄습니다. 오늘만 몇 개째인지 세어보지도 않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월-E》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쓰레기 더미 위에 홀로 남겨진 작은 로봇이, 아무도 보지 않는 지구에서 묵묵히 쓰레기를 압축하는 장면. 그 모습이 왜인지 낯설지 않았습니다.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어왔지만, 정작 '왜'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인간을 위해서? 미래 세대를 위해서? 그 대답 너머에 아르네 네스(Arne Næss)라는 철학자가 있었습니다.화분 하나를 조심스럽게 들고 가는 로봇의 손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영화 초반, 월-E는 폐허가 된 도시에서 홀로 일합니다. 감독 앤드루 스탠턴은 대사 없이 오직 화.. 2026. 8. 7.
우리는 왜 진실을 보면서도 외면하는가 《돈 룩 업》 × 하이데거 두 과학자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허둥지둥 설명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혜성이 온다고, 몇 달 안에 지구와 충돌한다고, 확률이 아니라 확정이라고. 그런데 대통령은 선거 일정을 꺼내 듭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멈췄습니다. 웃겨야 하는데 웃기지 않았습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장면이었기 때문입니다. 뉴스 속에서, 혹은 제 일상에서.이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됩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우리는 왜 진실을 보면서도 외면하는가영화 《돈 룩 업》은 2021년 애덤 맥케이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혜성 충돌이라는 설정은 사실 기후위기의 메타포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기후위기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왜 알고 있으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걸까, 라는 질문입니다.솔직히 처음.. 2026. 8. 6.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투모로우》로 읽는 한스 요나스의 '책임의 원리' "우리가 경고했습니다. 아무도 듣지 않았을 뿐이죠."영화 속 잭 홀 박사가 이 말을 내뱉는 순간, 저는 스크린을 보면서 묘한 감각이 들었습니다. 무서움도 분노도 아닌,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었습니다. 뉴스에서 본 적 있는 표정, 회의실에서 들어본 적 있는 침묵 같은 것들이 겹쳐 보였습니다.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 2004)》는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만든 재난 블록버스터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한스 요나스(Hans Jonas)의 책임의 원리와 함께 읽으면, 화면 속 폭풍보다 훨씬 무거운 무언가가 남습니다. 경고는 있었다, 듣는 귀가 없었을 뿐 영화에서 제가 가장 오래 기억하는 장면은 해일도 빙하도 아닙니다. 잭 홀 박사가 정치인들 앞에서 기후 붕괴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 2026. 8. 5.
폭풍은 인간을 벌하는가? 《퍼펙트 스톰》으로 읽는 노자의 자연철학 폭풍은 정말 인간을 벌한 걸까요? 아니면 처음부터, 우리가 스스로 그 자리에 걸어 들어간 건 아닐까요?계약 만료 이후 실업 상태로 맞이한 이번 여름은 유독 길게 느껴집니다. 밖에 나가기엔 너무 덥고, 카페에 앉아 있자니 통장이 걱정되고. 에어컨도 마음껏 못 트는 분들이 뉴스에 나올 때면, 기후 위기란 단어가 갑자기 아주 가깝게 다가옵니다. 그 무더운 오후에 저는 오래된 영화 한 편을 다시 꺼내 틀었습니다. 바로 2000년에 개봉한 볼프강 페터젠 감독의 《퍼펙트 스톰(The Perfect Storm)》입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폭풍이 온 게 아니라, 우리가 폭풍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글로스터 항구의 어선 안드레아 게일이 더 많은 어획.. 2026. 8. 4.
월요일 아침, 출근할 곳이 없어졌을 때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니체 잡지사 사진 관리부의 작은 책상. 월터 미티는 오늘도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키보드 위에 올려진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고, 눈은 먼 곳을 향해 있습니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빙하 위를 달리고, 화산 앞에 서고, 낯선 나라의 공기를 마십니다. 그러다 누군가 어깨를 툭 치면, 그는 다시 형광등 아래의 사무실로 돌아옵니다.저도 비슷한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단기 계약이 끝난 뒤 맞이한 첫 월요일 아침, 알람도 울리지 않았는데 눈이 먼저 떠졌습니다. 몸이 출근 시간을 기억하고 있었던 겁니다. 창밖으로는 버스가 지나가고, 사람들은 여전히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달라진 건 저뿐이었습니다. 그 허전함 속에서 문득 월터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상상 속에서만 살던 남.. 2026. 8. 3.
블랙 스완 (Black Swan) x 키에르케고르: 완벽을 향한 집착과 자아의 분열 오늘 계약이 끝났습니다. 짐을 챙겨 나오면서 저는 이상하게도 니나 생각을 했습니다. 발레리나 니나. 완벽한 백조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다가, 결국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그 여자. 퇴직 후 3년째, 몇 달짜리 계약직을 전전하면서 제가 느끼는 이 허전함이 꼭 그녀의 표정과 닮아 있었습니다. 뭔가를 열심히 했는데, 남은 것이 없는 것 같은 그 느낌. 《블랙 스완》을 다시 떠올린 건 그날 저녁이었습니다.무너지는 것들,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것이미 영화를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결말보다는 그 과정, 니나의 내면이 어떻게 갈라지는가를 따라가 보고 싶습니다.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2010년 이 영화를 세상에 내놓으면서 발레라는 장르를 선택했습니다. 발레는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 2026. 8. 1.
분노는 싸움으로만 끝나는가《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 마르틴 부버 분노한 사람 앞에서 우리는 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요.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내가 느끼는 불편함만 보고 있는 건지.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를 보고 나서 극장 불이 켜지는 동안 그 질문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화려한 액션보다 오래 남은 건, 피터 파커가 분노한 진을 바라보던 그 짧은 순간이었습니다.분노 뒤에 있는 것을 보려 했던 한 장면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그 장면을 떠올려보려 합니다.피터는 충분히 상대를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슈퍼히어로 영화의 문법대로라면 그렇게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멈춥니다. 주먹 대신 시선을 먼저 씁니다. 진의 분노를 '위협'이 아니라 '신호'로 읽으려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그 순간 솔직히 좀 당황했습니다. 영화가 여기서.. 2026. 7. 31.
모두가 침묵할 때, 한 사람은 왜 끝까지 진실을 말했을까 《다크 워터스》 × 칸트 "네 행위의 준칙이 보편적 법칙이 될 수 있도록 행동하라." 칸트가 남긴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솔직히 너무 당연한 말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다크 워터스》(2019, 토드 헤인즈 감독)를 보고 나서야 이 말이 실제로 얼마나 무거운 요구인지 실감했습니다. 영화를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한 장면부터 다시 들여다보려 합니다.프라이팬 속에 숨겨진 독, 그리고 첫 번째 균열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저는 환경 고발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뉴스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 즉 주부들이 매일 쓰는 프라이팬 코팅에 발암 가능성이 있는 과불화화합물(PFOA)이 들어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콘택트렌즈, 아기 매트, 방수 옷감. 우리 삶 가장 가까운 곳에 그것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2026. 7. 30.
권력은 사람을 타락시키는가, 아니면 본모습을 드러내는가《트레이닝 데이》 × 니체 단기 일자리의 마지막 무렵이었습니다. 그날도 사무실 분위기는 묘하게 눌려 있었고, 퇴근후에 켠 TV뉴스에선 또 경찰 비리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그 두 장면이 겹치는 순간, 오래전에 봤던 영화 한 편이 불쑥 떠올랐습니다. 덴절 워싱턴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2001년작 《트레이닝 데이》였습니다. 권력의지(Wille zur Macht)라는 니체의 개념이 이 영화만큼 선명하게 보이는 작품도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개념은 스크린 밖, 우리 일상 어딘가에도 조용히 살아 있습니다.정의를 말하는 사람이 가장 위험할 수 있다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영화 속 이야기를 짚어보려 합니다.신참 경찰 제이크 호이트는 베테랑 형사 알론조 해리스와 단 하루를 함께 보냅니다. 촬영 내내 알론조는 확신에 차 있.. 2026. 7. 29.
법을 지키는 사람이 법을 어긴다면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L.A. 컨피덴셜》 × 플라톤 처음 이 영화를 오래전에 TV 토요명화와 명화극장에서 상영하였을 때 저는 범죄 스릴러라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멈추게 됐습니다. 화면 속 경찰이 악당을 쫓는 장면이 아니라, 동료의 비리를 보고도 눈을 감는 장면에서였습니다. 그 표정이 너무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뉴스에서, 직장에서, 어쩌면 저 자신에게서도 본 적 있는 얼굴이었습니다.권력이 드러내는 것들, 플라톤이 먼저 알고 있었다《L.A. 컨피덴셜》은 1997년 커티스 핸슨 감독이 연출한 작품입니다. 배경은 1950년대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빛 뒤에 숨은 부패와 음모를 추적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저는 계속 한 가지 질문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권력은 사람을 타락시키는 것일까요, 아니면 원래 그 사람이었던 것을 그냥 드러내는.. 2026. 7. 28.
손해를 보더라도 옳은 일을 해야 하는가 《인사이더》 × 칸트 옳은 일을 하면 반드시 보상이 따른다고, 누가 처음 그런 말을 퍼뜨린 걸까요. 저는 그 말을 오랫동안 믿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게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그 다음 질문이 훨씬 더 무겁게 찾아왔습니다. 보상이 없어도 옳은 일을 해야 하는가. 영화 《인사이더》와 칸트의 도덕철학은 바로 그 질문 위에 함께 서 있습니다.침묵이 더 쉬웠을 그 순간이미 영화를 보신 분들과 함께 한 장면을 떠올려보고 싶습니다. 제프리 와이건드가 CBS 스튜디오 안에서 혼자 앉아 있는 장면입니다. 변호사들이 그를 둘러싸고, 회사가 보낸 서류가 쌓여 있고, 전화기는 계속 울립니다. 러셀 크로우의 표정은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침묵이 너무 크게 들립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멈춰 화면을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2026. 7. 26.
《에린 브로코비치》 × 아리스토텔레스: 정의를 위해 행동하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무엇일까 "당신들 건강이 망가지는 동안 그 회사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했어요. 정말 그게 사실인지 제가 직접 확인하겠습니다."에린 브로코비치가 주민 앞에서 이렇게 말하는 장면을 보면서 저는 리모컨을 내려놓았습니다. 대단한 연설도 아니고, 어떤 선언도 아닙니다. 그냥 한 사람이 눈을 똑바로 뜨고 사실을 확인하겠다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순간이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이 영화가 정의에 대해 무언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그 감각을 조금 더 들여다보려 합니다.호랑이가 없어진 굴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요즘 제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 꽤 큰 일이 있었습니다. 총책임자의 부당한 요구와 금품 수수 문제가 불거졌고, 그 사람은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저는.. 2026.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