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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직장을 왜 싫어할까 《노인과 바다》 × 에픽테토스가 말하는 부모의 걱정과 내려놓음 아들이 인센티브 선정 문자를 받고 나서 바로 "이거 받고 그만두고 싶다"고 톡을 보내왔을 때, 저는 한참 동안 답장을 못 했습니다. 정규직에 월세 지원까지 받는 직장인데 왜 싫다는 건지, 솔직히 처음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제가 보는 것과 아들이 보는 것이 애초에 달랐던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통제 가능성 — 부모가 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퇴직하고 나서 시간이 생기니 오히려 자녀 걱정이 는다는 말이 있는데, 저도 정확히 그 상황입니다. 직장에 다닐 때는 제 일에 치여서 아들 걱정을 깊이 할 여유가 없었는데, 지금은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니 걱정도 함께 늘었습니다.부모 입장에서 아들 직장의 조건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정규직 고용 형태회사 제공 월세 지원일정 근속 후 지자체 인.. 2026. 8. 25.
엄마가 원하는 안정과 내가 원하는 삶은 다를 수 있다 《데미안》 × 헤르만 헤세 —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사람 아들이 "계속 다니기 싫다"고 말했을 때, 저는 잠깐 말을 잃었습니다. 정규직에 월세 지원에 근속 인센티브까지. 제가 퇴직 후 기간제 일자리를 전전하면서 얼마나 간절하게 원했던 조건들인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직후,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가 "엄마가 너무 원하는 걸 다 들어줘서 그렇다"는 말까지 듣고 나니, 울고 싶어졌습니다. 내가 잘못 키운 걸까. 더 냉정했어야 했을까. 그 혼란 속에서 오래된 책 한 권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었습니다. OTT 새 가입이 귀찮아서 영화 대신 책으로 손이 갔는데, 그게 오히려 다행이었습니다.싫다는 말 뒤에 있는 것솔직히 처음엔 이해가 안 됐습니다. 아들의 "싫다"가 단순한 불평처럼 들렸습니다. 하지만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도 처음에는.. 2026. 8. 24.
좋은 직장인데 왜 다니기 싫을까? 《소울》 × 빅터 프랭클 — 직업은 삶의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조 가드너가 처음으로 무대에 섭니다. 그토록 원하던 재즈 클럽, 그토록 원하던 스포트라이트. 손끝이 건반을 두드리는 순간, 저는 그 장면에서 잠깐 호흡을 멈췄습니다. 당연히 여기서 영화가 끝나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꿈을 이뤘으니 행복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고. 그런데 픽사는 그 순간 이후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이후'가 저를 한참 붙잡아 두었습니다. 이 글은 영화의 결말을 함께 들여다보는 글입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같이 생각해보려 합니다.꿈을 이루고 나서야 시작되는 질문공연이 끝나고 조는 집으로 돌아옵니다. 기쁨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기쁨은 그가 예상했던 것과 조금 달랐습니다. "다음엔 뭘 하지?" 라는 물음이 그 자리를 채웁니다.돌이켜보면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바라던 .. 2026. 8. 23.
할 일이 없어진 날, 다시 찾아간 곳에서 사람을 만났습니다 《리틀 포레스트》 × 장자 × 마르틴 부버 할 일이 없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으십니까. 바쁘게 살아온 사람일수록 그 순간이 더 낯설고 불안합니다. 저는 어느 아침, 비가 쏟아지는 창밖을 바라보며 그 질문 앞에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텃밭에도 갈 수 없고, 특별히 해야 할 일도 떠오르지 않는 날. 귀농은 어렵고 귀촌여건도 안되고 직업을 갖기도 불가능한 지금, 정체성의 혼란 중에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다시 떠올린 건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묻는 핵심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속도로 살고 있습니까?"혜원의 귀향이 도망이 아닌 이유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영화의 줄거리보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작은 질문들이 오늘의 주제입니다.주인공 혜원은 도시에서의 삶을 잠시 내려놓고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처음 그 장.. 2026. 8. 22.
일자리를 내려놓으니 비로소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키루》 살다× 빅터 프랭클 통계조사 지원업무 계약 만료 후 아침에 눈을 떴는데 갈 곳이 없었던 날이 종종 있었습니다. 알람을 끄고 천장을 바라보다가, 문득 오늘 하루를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을 잃은 것도, 아픈 것도 아닌데, 그냥 허공에 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이키루》(1952)를 다시 꺼내 든 건 바로 그 즈음이었습니다. 이 글은 영화를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그 여운을 천천히 들여다보려는 사색의 기록입니다.삶의 무게를 처음 느낀 순간, 와타나베처럼와타나베는 30년 넘게 관공서 책상에 앉아 서류를 처리해온 공무원입니다. 그는 성실했지만, 어느 날 자신이 살아 있다는 실감을 잃어버렸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리고 위암 선고를 받습니다.그 장면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 2026. 8. 21.
퇴직 후 "지금 무슨 일을 하세요?"라는 질문 앞에서 —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과 정약용에게 묻다 명함을 처음 없애본 게 언제였습니까. 저는퇴직 다음 날 잘 사용하지 않았던 명함이었지만 서랍 한쪽에 있었던 명함 뭉치를 버리려다가, 그냥 서랍 안에 넣어두었습니다. 버리지도 못하고. 그 작은 종이 몇 장이 없어진다는 게 생각보다 훨씬 묵직했습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보다가 그 서랍속 명함 생각이 났습니다. 직함이 사람을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이 직함 없이도 충분한 것인지. 그 질문을 영화는 조용히, 그러나 아주 또렷하게 던집니다.커피를 타는 손이 장부를 꿰뚫는다2020년 개봉한 이종필 감독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만, 이 영화의 핵심은 결말의 반전이 아니라 세 여자의 일상에 있습니다.이자영, 유나, 보람. 셋 다 상고 .. 2026. 8. 20.
자연을 지키면서도 먹고살 수 있을까 《허니랜드》 × 한스 요나스 — 인간과 자연 사이의 책임 "반은 나를 위해, 반은 벌을 위해."이 짧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한동안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거창한 선언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한 여자가 벌집 앞에서 중얼거리듯 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문장이 유독 마음에 걸렸습니다. 어쩌면 제가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본 적 없는 것을 아주 단순하게 말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배추 모종 하나가 품고 있던 질문실업급여 신청 결과를 기다리던 어느 여름, 저는 작은 텃밭에 배추 모종을 심었습니다. 친구 남편이 건네준 모종 몇 포기였습니다. 밭을 고르고 비닐을 씌우고 조심스럽게 심었는데, 며칠 만에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면서 잎이 힘없이 늘어졌습니다.물을 주며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 TV를 켜니 아랫지방에 폭우가 계속된다는 뉴스가 흘러나왔습.. 2026. 8. 19.
저 집과 땅이 내 것이면 얼마나 좋을까 《리틀 포레스트》 × 장자 — 남의 좋은 삶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찾아서 혜원이 처음 고향 집 문을 열고 들어서는 장면을 기억하십니까. 짐 가방 하나를 끌고, 아무 말 없이 부엌으로 가서 밥을 짓는 그 장면. 저는 처음 그 장면을 보면서 이상하게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시험에 떨어지고, 연애도 꼬이고, 서울이 버거워진 사람이 결국 돌아온 자리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라는 사실이 그렇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 영화가 귀농을 권유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 저만 그렇게 읽은 게 아닐 거라 믿습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그 장면을 다시 생각해보려 합니다.밭을 갈면서 혜원이 찾은 것《리틀 포레스트》(임순례 감독, 2018)에는 사건이 거의 없습니다. 혜원은 씨를 뿌리고, 풀을 뽑고, 음식을 만들고, 친구와 밥을 먹습니다. 봄이 오면 봄 음식을 만들고, 겨울이 오면.. 2026. 8. 18.
가족을 위해 살다 보면 나는 어디에 있는가 《바튼 핑크》 × 실존주의 호텔 방 벽지가 천천히 부풀어 오릅니다. 뜨거운 습기에 풀이 녹아 벽에서 종이가 떨어지고, 바튼 핑크는 타자기 앞에 앉아 있습니다. 아무것도 써지지 않습니다. 그는 위대한 서민의 이야기를 쓰겠다고 다짐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정작 옆방 서민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멈췄습니다. 타자기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작가가 아니라, 가족이라는 역할에 지쳐버린 누군가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호텔방이라는 이름의 역할 감옥1991년 코엔 형제가 연출한 《바튼 핑크》는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한 극작가가 할리우드로 건너가 창작의 벽에 부딪히는 이야기입니다. 무대는 거의 한 곳, 얼스 호텔 621호실입니다.저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됐습니다. 불쾌할 만큼 답답하고, 이야기는 어.. 2026. 8. 17.
가족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나를 희생해야 할까《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에리히 프롬 가족을 사랑한다는 것이, 나를 지워가는 것과 같은 말일까요? 광복절 연휴에 남편과 시어머니 댁에 다녀오는 길에 저는 이 질문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어두워질 때까지 밭에서 비료를 뿌리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잡초를 뽑으러 나갔지만 하필 비가 내렸습니다. 결국 시어머니의 표정은 끝내 풀리지 않은 것 같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저는 오래된 영화 한 편을 떠올렸습니다. 민규동 감독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었습니다.어머니의 손이 멈추는 장면에서이미 영화를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영화 속 어머니는 쉬지 않습니다. 밥을 하고, 빨래를 걷고, 남편의 잔소리를 흘려듣고, 자녀들의 일에 마음을 쓰면서 하루를 마칩니다. 카메라는 그 반복되는 손을 자주 보여줍니다. 아무 설명 없이,.. 2026. 8. 16.
결과를 알 수 없어도 행동할 이유가 있는가 《하얼빈》 × 알베르 카뮈 "나는 동양 평화를 위해 행동했다." 이 한 마디를 들었을 때, 저는 잠시 멍했습니다. 결과를 확신하지 못한 채 목숨을 걸었던 사람이 남긴 말치고는 너무 담담했기 때문입니다. 《하얼빈》은 그 담담함이 어디서 왔는지를 묻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2026년의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습니다.영화의 스포일러를 일부 다루고 있으므로,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결과를 모르면서도 움직이는 사람들광복절을 앞둔 지난주, 저는 지인과 함께 지역 영상센터에서 《영웅》을 다시 봤습니다. 이미 한 번 본 영화였는데도 이번엔 유독 조마리아 여사의 장면에서 손을 꼭 쥐었습니다. 아들이 죽음을 앞두고 있는데 어머니는 수의를 준비합니다. 살려달라고 빌지 않습니다. 그 장면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저.. 2026. 8. 15.
가족을 돌보는 삶과 나 자신으로 사는 삶은 반드시 반대일까《오케이 마담2》 × 시몬 드 보부아르 영화가 끝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저를 기다리고 있던 건 화려한 엔딩 크레딧이 아니었습니다. 쌓인 설거지와 남편의 짐이었습니다. 그 순간 제 안에서 뭔가 작게 꺼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관 안에서는 분명히 살아 있는 기분이었는데, 집 문을 여는 순간 그 감각이 흐릿해졌습니다. 이것이 단순한 피로감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 저는 그날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내재성(immanence)과 초월(transcendence)이라는 개념이 그때 불쑥 떠올랐습니다.영화관 안의 나와 집 안의 나는 왜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을까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장면은 조심스럽게 넘어가겠습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이 장면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싶습니다.《오케이 마담2》에는 평범해 보이는 주인공이 예상치 못.. 2026.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