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56 농사일의 어려움을 줄인다면, 나는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위대한 작은 농장》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적 지혜, 하이데거의 거주 철학 농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과 다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같은 날 찾아온 적 있으십니까? 저는 있습니다. 말랑해진 고추를 건조기에 넣으며, 손이 움직이는 것과 달리 머릿속에서는 "이걸 내년에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수확의 기쁨이 클수록 오히려 그 질문이 더 선명해지는 이상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위대한 작은 농장》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이 영화는 낭만적인 전원 생활 이야기가 아닙니다. 꿈과 현실 사이의 거리를 정직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입니다.아리스토텔레스는 "버텨라"고 하지 않았습니다농사가 힘들다고 말하면 돌아오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엔 다 힘들어요." 그 말이 틀린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어딘가 비어 있습니다. 버티는 것과 잘.. 2026. 10. 15. 농촌에 산다는 것은 무엇을 선택하는 일일까요? — 영화 《시골영웅》(영어 로컬 히어로)와 하이데거의 거주 철학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공동체 철학 이사를 앞두고 짐을 싸본 적이 있으십니까. 박스에 책을 넣다가, 아무 이유 없이 손이 멈추는 순간이 있습니다. 물건이 아니라 그 물건이 놓여 있던 시간이 자꾸 눈에 밟혀서입니다. 저는 그 멈춤이 뭔지 오래 몰랐습니다. 1983년에 만들어진 빌 포사이스 감독의 영화 《로컬 히어로》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 질문에 이름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장소를 떠난다는 것과 장소에서 산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는 것을.장소를 소유하는 것과 거주하는 것은 다릅니다영화를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 보려 합니다. 결말 이야기는 아니고, 주인공 맥킨타이어가 페르네스 마을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의 시선에 대해서입니다.그는 석유회사 직원으로, 스코틀랜드의 이 작은 해안 마을을 매입하러 왔습니다. 그에게 마을은 계약서 위의.. 2026. 10. 14. 연락 없는 하루, 나는 아직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일까? 영화 《로맨틱 크라운》(영어: Larry Crowne)과 중년의 재출발, 그리고 삶의 리듬을 되찾는 철학 하루 종일 휴대 전화를 내려다봤습니다. 진동 한 번 없는 화면만 반복해서 확인하는 그 기분, 혹시 아시나요? 채용 담당자가 "개별 연락을 드리겠습니다"라고 했던 말이 아침부터 귓가에 맴돌았지만, 해가 기울도록 아무 소식이 없었습니다. 그 침묵 속에서 문득 떠오른 영화가 있었습니다. 톰 행크스가 감독하고 직접 주연한 2011년 영화 《래리 크라운》입니다.영화는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으니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오전 아홉 시, 래리는 해고 통보를 받는다회의실 문이 열리고, 래리 크라운은 자리에 앉습니다. 상사의 표정이 이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지만, 래리는 아직 눈치채지 못합니다. "우리 회사에서 당신보다 더 오래 일한 사람은 없습니다." 칭찬인지 통보인지 모를.. 2026. 10. 13. 나이를 묻지 않는다고 차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인턴》과 《더 컴퍼니 맨》으로 바라본 중장년 재취업과 노동의 존엄 저는 채용지원서를 보낸 뒤 하루 종일 메일함을 들여다봤습니다. 담당자가 읽었다는 표시는 떴는데, 아무 답이 없었습니다. 그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무엇이었는지 지금도 기억합니다. 혹시 나이 때문은 아닐까.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력서 맨 위에 적힌 숫자 때문에. 그 의심이 떠오른 순간, 저는 두 편의 영화를 다시 떠올렸습니다.브리프케이스 하나로 출근하는 남자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인턴》(The Intern, 2015)에는 제가 오래 기억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70세의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가 첫 출근을 앞두고 양복을 다려 입고, 낡은 서류가방을 챙기는 장면입니다. 젊은 동료들이 후드티 차림으로 노트북을 끼고 들어오는 사무실에, 그는 마치 1970년대 맨해튼 직장인처럼 등장합니다.이 장면은 단순.. 2026. 10. 12. 손님을 맞이하고서야 알게 된 환대의 무게 — 《카모메 식당》,<안경>과 함께 살아가는 기술 손님이 돌아간 뒤 현관문을 닫는 순간, 이상하게도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반가웠다는 따뜻함과, 고됐다는 솔직한 피로감. 그 두 감정이 사실 모순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건, 헬싱키의 작은 일식당을 배경으로 한 영화 한 편을 다시 떠올리면서였습니다. 환대란 무엇인지, 그리고 관계를 지속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조용히 묻는 두 편의 영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 식당》(2006)과 《안경》(2007)을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밥 한 끼가 말하는 것들 — 환대의 무게를 처음 느낀 날어느 날 멀리 사는 지인이 찾아왔습니다.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가고,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이틀 동안 지역 곳곳을 함께 돌아다녔습니다. 배웅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가 처음으로 .. 2026. 10. 11. 'AI를 사용하는 창작자는 어떻게 자기 글의 독창성을 지킬 것인가’ 《오마주》와 《동주》가 묻는 창작자의 자리 "나는 왜 이것을 쓰는가." 이 질문이 떠오른 건 화면 앞이 아니라, 글이 완성된 직후였습니다. AI가 정리해준 문장을 읽다가 손이 멈췄습니다. 문장은 매끄러웠고, 흐름도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낯설었습니다. 《오마주》의 지완과 《동주》의 윤동주,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았던 두 창작자가 같은 질문 앞에 섰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오래된 필름 앞에서, 지완은 무엇을 보았는가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2022년 개봉한 신수원 감독의 《오마주》에서 중년의 여성 감독 지완은 1962년 홍은원 감독의 영화 《여판사》를 복원하는 일을 맡습니다. 거창한 사명감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그냥, 그 일이 생겼습니다.지완이 낡은 필름을 들여다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소리도 없고, 대사도 없이, .. 2026. 10. 10. 첫 직장을 얻었다고 성장한 것일까 《부활남: 더 레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다음 소희》와 아리스토텔레스·센·아렌트의 노동 철학 첫 직장에 합격하면 그게 성장일까요. 아니면 성장은 그때부터 시작되는 걸까요. 《부활남: 더 레드》를 보고 극장 문을 나서면서 저는 한동안 이 질문을 놓지 못했습니다. 석환이 첫 출근하는 마지막 장면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는데, 어딘가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해피엔딩이라고 느끼면서도 동시에 '이제 시작인데'라는 말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그 찜찜함의 정체를 찾다 보니 두 편의 영화와 세 명의 철학자에게까지 닿게 됐습니다.영화의 후반부 장면을 다루는 내용이 포함됩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석환의 첫 출근이 불편했던 이유석환은 31세 취업준비생입니다. 2026년 9월 개봉한 《부활남: 더 레드》에서 그는 면접장마다 떨어지고, 급기야 습격을 받아 목숨을 잃습니다. 그런데 72시간 뒤 아무렇지 .. 2026. 10. 9. 취업박람회에서는 늦었다고 했지만, 배움에는 늦은 나이가 없었다 《오마주》와 아렌트·보부아르·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다시 시작하는 삶 어느 날 오전에는 새 기술을 배우며 설레고, 오후에는 취업박람회에서 조용히 낙담했습니다. 같은 날, 같은 몸으로 겪은 두 가지 감정이었습니다. 그 간극 속에서 신수원 감독의 영화 《오마주》가 불쑥 떠올랐습니다. 지완이라는 중년 여성 감독이 낡은 필름 앞에서 다시 카메라를 바라보는 장면처럼, 저도 그날 무언가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취업박람회와 영상 실습 사이에서, 하루에 두 개의 나를 만났습니다그날 아침은 지역 축제 현장에서 시작됐습니다. 자원봉사센터 유튜브 크리에이터 과정의 첫 실습이 있었습니다. 강사님이 알려준 대본을 들고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밀었는데, 막상 해보니 인터뷰 하나가 이렇게 어색할 줄 몰랐습니다. 결국 대본을 살짝 벗어나 제 방식대로 찍었고, 편집을 마치고 나서는 아쉬운 장면이 눈.. 2026. 10. 8. 일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내 자리를 찾는 일일까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와 하이데거·아렌트·헤겔의 노동 철학 일자리를 찾는다는 게 정말 '내 자리'를 찾는 일과 같을까요? 고용24 화면을 켜서 수백 개의 채용공고를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빈자리는 이렇게 많은데, 왜 저는 이 화면 앞에서 이렇게 막막한 걸까요. 이태겸 감독의 독립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2021)는 바로 그 막막함의 정체를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건드립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이 영화가 남긴 질문을 다시 꺼내보려 합니다.파견된 자리에서, 사람은 무엇을 먼저 찾는가영화 속 정은은 7년을 다닌 회사에서 어느 날 하청업체로 파견됩니다. 본인이 원한 게 아닙니다. 낯선 현장, 낯선 얼굴들 사이에서 정은이 제일 먼저 찾는 건 더 좋은 월급이 아닙니다. '내가 설 수 있는 자리'입니다.이 장면을 보면서 저는 솔직히 처음엔 그.. 2026. 10. 7. 가족이라고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할까 《우리집》과 부버·레비나스·공자의 관계 철학 며느리의 첫 생일을 보내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저는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질 않았습니다.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과일도 함께 먹었습니다. 남편도 있었고, 웃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내내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나는 며느리에게 어디까지 다가가야 하는 걸까. 가족이 됐다는 건, 서로의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미일까요.그 질문을 붙들고 있다가, 윤가은 감독의 영화 《우리집》(2019)이 떠올랐습니다.아이들은 어른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영화는 따뜻하다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유미와 유진 자매는 결국 이사를 갑니다. 하나의 부모는 여전히 다툽니다. 아이들이 온 힘을 다해 '우리집'을 지키려 했지만, 어른들의 세계는 그 노력.. 2026. 10. 6. 가족은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다시 말을 거는 곳이다 《남매의 여름밤》과 아리스토텔레스, 부버의 관계 철학 여름밤, 할아버지 집 평상에 가족들이 모여 앉아 있습니다. 대단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아닙니다. 부채 하나 들고 더위를 쫓으면서, 서로 건성으로 대꾸하면서, 그냥 그 자리에 있습니다. 그 장면을 보다가 저는 이상하게 눈이 뜨거워졌습니다. 무언가를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그냥 같은 공간에 앉아 있는 것, 그게 왜 이렇게 낯설고 동시에 그리웠을까요.이미 영화를 보신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가려 합니다. 스포일러보다는 그 장면이 남긴 감정에 집중해서요.함께 있는 시간이 왜 이렇게 어색해졌을까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2020)은 옥주와 동주 남매가 아버지와 함께 할아버지의 오래된 2층 양옥집에서 여름을 보내는 이야기입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고모도 함께 지냅니다. 104분 동안 거대한 사건은.. 2026. 10. 5. 아들은 자격증보다 먼저 어른이 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어바웃 타임》과 부모가 자녀를 바라보는 법(아리스토텔레스, 칸트, 에픽텍토스) 자녀가 어른이 되었다는 걸 증명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자격증 한 장, 통장 잔액, 아니면 안정적인 직함? 저는 한동안 그런 것들로만 아들의 성장을 가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중국집 저녁 한 끼를 계기로 멈칫했습니다. 그 멈칫함이 결국 《어바웃 타임(About Time, 2013)》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보다,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시간을 돌릴 수 있어도 바꾸지 못하는 것리처드 커티스 감독이 2013년에 내놓은 이 영화에서 주인공 팀은 스물한 살이 되던 날, 아버지로부터 가문의 비밀을 듣습니다. 남자들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것. 처음에 팀은 그 능력을 사랑을 얻는 데 씁니다. 어색했던 첫 만.. 2026. 10. 4. 이전 1 2 3 4 ··· 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