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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필로소피74

〈1987〉 과 위르겐 하버마스— 말이 멈출 때 민주주의는 무엇이 되는가 〈1987〉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저는 울 준비를 하고 들어갔습니다. 고문 장면이 나올 거라는 걸 알았고, 비극적인 죽음을 마주하게 될 거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오래 남은 것은 폭력이 아니었습니다. 진실을 알면서도 입을 다물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었습니다. 그 침묵이 어떤 고문 장면보다 더 무거웠습니다. 그리고 극장을 나오며 생각했습니다. 저도 지금, 무언가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있는 건 아닐까.침묵이 지배하는 공간에서, 민주주의란 무엇이었나영화는 1987년 1월에서 시작합니다. 경찰은 박종철이 고문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을 내놓습니다. 이 문장은 지금 들어도 기묘한 울림이 있습니다. 단순히 거짓말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거짓말이.. 2026. 6. 13.
왜 같은 산업재해는 반복되는가─ 《다음 소희》 × 한나 아렌트 사람이 죽는 일에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익숙해졌을까요. 컨베이어 벨트에 사람이 끼었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 저는 잠시 멈췄습니다. 충격 때문이 아니라, 충격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 그 무감각이 더 무서웠습니다. 영화 《다음 소희》는 바로 그 무감각의 구조를 들여다보는 작품입니다.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과 불교의 연기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 영화는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아무도 악인이 아닌데, 왜 한 사람은 무너졌을까영화 속 소희의 하루는 겉으로 보면 평범합니다. 출근하고, 실적을 채우려 애쓰고, 감정을 억누르며 전화를 받습니다. 소희를 망가뜨리는 사람은 따로 없습니다. 관리자는 그저 수치를 관리하고, 학교는 취업률을 신경 쓰고, 회사는 계약을 유지합니다. 각자 자기 역할.. 2026.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