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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3

퍼트넘의 '사회적 자본'과 나 홀로 볼링을 치는 '오베라는 남자'가 문을 열기까지의 거리 귀농 교육 현장에서 만난 이들의 면면은 화려했습니다. 전직 방송국 사장부터 천재 기타리스트, IT 전문가까지. 각계각층의 재능이 모였으니 무엇이든 함께 일굴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지역 사회라는 거대한 유기체 속에서 '이곳 사람'으로 인정받는 일은, 30년 직장 생활보다 훨씬 높은 벽으로 다가왔습니다. 차량 점검을 위해 들른 공업사 사장님이 던진 첫마디, "여기 사람이에요?"라는 물음은 제가 쌓아온 경력과 전문성을 단숨에 무력화시키는, 우리 사회의 견고한 '신뢰 네트워크'가 그어놓은 경계선이었습니다.하버드 대학교의 로버트 퍼트넘(Robert Putnam)은 사람들 사이의 네트워크와 신뢰가 사회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는.. 2026. 4. 9.
"30년의 관성을 깨고 텃밭에 서다: <82년생 김지영>과 보부아르의 실존주의"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저는 직장인과 주부라는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며 숨 가쁘게 달려왔습니다. 퇴직 후 비로소 "나만의 삶"을 일구겠다는 일념으로 귀농 교육을 받고 텃밭에 섰을 때, 제가 마주한 것은 낭만적인 전원교향곡이 아니라 흙투성이가 된 채 굳어버린 근육과 현실의 벽이었습니다. 제 손으로 텃밭을 일구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힘들다는 걸 깨달았습니다.누군가의 아내나 엄마, 직원이 아닌 오직 '나'로서 존재하려 했던 첫 시도가 이토록 버거울 줄은 몰랐습니다.막상 독립적인 삶을 시도하니 현실의 벽에 부딪혔습니다.그 막막한 텃밭에서 문득 영화 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논란의 중심이었지만, 제게는 절반은 과거의 제 모습이었고 절반은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처럼 다가왔습니다. 사회가 규정한 '.. 2026. 4. 4.
"잡초도 주인공인 우주" : <월-E>의 새싹과 테일러의 생명 중심주의 일반적으로 환경보호는 '인간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미세먼지 민간점검원으로 일하며 삭막한 공사장 구석, 시멘트 가루를 뚫고 올라온 이름 모를 잡초 한 포기를 마주했을 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그 작은 생명은 결코 인간의 활동을 위한 배경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죠.겨우내 얼어붙었던 카페 앞 목련나무에서 꽃망울이 터지는 경이로운 순간을 보며, 저는 영화 속 폐허가 된 지구에서 발견된 단 하나의 '장화 속 새싹'을 떠올렸습니다. 그 새싹은 단순히 산소를 만드는 기계가 아니라, 생존을 향해 처절하게 팔을 뻗는 하나의 '우주'였습니다. 특히 귀농귀촌 후 작은 텃밭을 가꾸며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뽑아내도 봄만 되면 어김없이 고개를 내미는 풀들의 질긴 생명력은 저에.. 2026.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