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11 왜 인간은 과거로부터 도망치지 못할까─ 영화 《박하사탕》으로 보는 장폴 사르트르의 자유와 책임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영화 박하사탕이 지금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유장폴 사르트르가 말한 자유와 책임의 의미폭력의 시대가 한 인간을 어떻게 바꾸는가인간은 정말 자신의 선택대로 살아갈 수 있는가상처받은 시대 속에서도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인가 저도 처음에는 박하사탕이 그냥 무거운 영화 하나로만 기억 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제천에서 3년째 살면서 진소마을이 촬영지였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 글을 쓰다가 뒤늦게 알게 됐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가까이에 있던 것을 멀리서 찾고 있었던 셈입니다.시간을 거꾸로 돌린 영화, 진소마을이 간직한 기억충청북도 제천시 백운면 진소마을은 영화 박하사탕(2000년 개봉, 감독 이창동)의 주요 촬영지입니다. 영화가 개봉한 지 25년 가.. 2026. 5. 22. 왕보다 먼저 인간을 본 사람들 —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보는 맹자의 인간 철학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 왜 왕과 사는 남자가 단순한 사극 영화가 아닌지맹자의 측은지심과 인간 철학이 무엇인지인간은 왜 약한 사람을 외면하지 못하는지권력을 잃은 뒤에도 남는 인간다움은 무엇인지공동체와 관계가 인간에게 중요한 이유 솔직히 말하면, 저는 청령포에 처음 갔을 때 단종의 이야기가 그렇게 가슴에 꽂힐 줄 몰랐습니다. 영월에 혼자 내려간 남편을 생각하며 걸었던 그 길에서, 저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던지는 질문이 결코 역사 이야기가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권력을 잃은 인간, 관계를 잃은 인간이 어떻게 다시 인간다움을 회복하는지, 맹자의 철학과 제 삶의 이야기로 풀어봅니다.자청한 유배, 그 외로움의 무게남편이 영월로 지방근무를 자청했을 때, 저는 처음엔 그저 거리를 두고 싶었던 것이라 생각했습.. 2026. 5. 16. 우리는 왜 지칠 때 집을 떠올릴까 — 영화 리틀 포레스트로 보는 노자의 느린 삶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 왜 리틀 포레스트가 단순한 힐링 영화가 아닌지노자의 무위자연 철학이 현대인에게 중요한 이유인간은 왜 지칠 때 “집”을 떠올리는지느리게 살아가는 삶에도 가치가 있는 이유경쟁 사회 속에서 자신을 회복하는 방법 지칠 때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빠른 해결책이 아니라 "집"입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꾸준히 회자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저도 퇴직 후 귀농귀촌을 선택하면서 이 영화의 장면들이 자꾸 머릿속에 겹쳤습니다. 경쟁 사회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그럼에도 자녀를 걱정하는 마음 사이에서 흔들렸던 경험이 이 글을 쓰게 만들었습니다.이사를 반복하며 잃어버린 것들 — 배경과 맥락리틀 포레스트 속 주인공 혜원은 도시에서 취업 실패와 관계 단절을 겪고 고향으로 돌.. 2026. 5. 14. 영화 미나리로 보는 맹자의 철학 (가족은 왜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가) 솔직히 저는 주민등록초본을 떼기 전까지 제 삶이 그렇게 떠돌이였는지 몰랐습니다. 귀농귀촌 입주 서류를 준비하다 뽑은 초본에 거주이전 이력이 30건이 넘었습니다. 그 숫자를 보는 순간, 영화 미나리 속 제이콥 가족이 낯선 미국 땅에서 짐을 풀던 장면이 겹쳐 보였습니다. 맹자가 왜 가족 공동체를 인간 본성의 출발점으로 봤는지, 이 나이가 되어서야 조금 이해가 됩니다.성선설이 말하는 것은 단순한 선함이 아니다맹자의 성선설(性善說)은 "인간은 착하다"는 한 줄로 요약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성선설이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도덕적 행위의 씨앗을 내면에 갖고 있다는 철학적 명제입니다. 단순히 착한 성격을 타고난다는 뜻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는 능력 자체가 인간에게 본래 내재되어 있다는 주장입니다.맹자.. 2026. 5. 10. 과거의 나에 붙잡혀 있는가? 영화 더 레슬러로 보는 니체의 자기 재창조 솔직히 저는 퇴직 직후 꽤 오랫동안 제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습니다. 귀농귀촌 교육을 받으러 지방에 내려가서 강한 햇볕에 타들어 가는 와중에도, 도시에서 만난 지인이 "부장님"이라고 부르면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으니까요. 영화 더 레슬러의 주인공 랜디 램과 제가 다르지 않았던 것입니다. 과거의 직함과 현재의 일상 사이에서 정체성이 쪼개지는 그 불편한 감각, 이 글은 그 이야기입니다.정체성 고착화가 왜 위험한가영화 더 레슬러(The Wrestler, 2008)에서 주인공 랜디 램은 전성기가 지난 뒤에도 레슬링 링 위에서만 자신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의사에게 심장 수술을 권고받고도, 딸과의 관계를 회복할 기회가 생겨도, 그는 결국 링으로 돌아갑니다. 이 행동은 단순한 고집이 아닙니다. 심리.. 2026. 5. 7. 중장년 재취업 불안, 우리는 왜 다시 시작이 두려운가 (영화 인턴 × 롤스 정의론) 며칠 전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민간점검원 계약 종료를 알리면서 다른 일자리를 원하면 고용센터를 이용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짧은 문자 한 줄이 꽤 오래 마음에 걸렸습니다. 자격증도 있고 경력도 있는데, 막상 고용24를 열어보니 대부분의 공고에 나이 제한이 달려 있었습니다. 이게 제 개인의 문제인지, 아니면 구조의 문제인지,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나이 차별, 개인의 문제인가 고용 구조의 문제인가취업알선기관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 제가 직접 경험한 일입니다. 구인 업체에서 담당자에게 전화로 "40대 이하, 잘 해야 50대 이하"를 대놓고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그냥 받아 적었지만, 속으로는 꽤 씁쓸했습니다. 나이가 자격 조건보다 먼저 걸러지는 구조를 눈앞에서 보고 .. 2026. 5. 5.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로 보는 완벽과 성장-칼 로저스가 말한 ‘충분히 기능하는 인간’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우리는 왜 완벽을 추구하는가완벽주의가 오히려 위험한 이유성장하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방법 평소에 저는 오랫동안 완벽한 선택을 하고 싶었습니다. 퇴직 후 귀농귀촌 교육을 받으러 지방에 내려오면서도,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도, 블로그 글을 쓰면서도 늘 "이게 맞는 길인가"를 되묻곤 했습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를 보고 나서야 그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걸 어렴풋이 깨달았습니다.완벽주의가 만들어내는 함정: 영화 속 미란다와 심리학의 경고영화 속 미란다는 패션 잡지계의 정점에 선 인물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기준, 냉정한 판단,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위치. 일반적으로 그런 인물은 '성공한 사람'의 표본으로 여겨집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봤습니다.그런데 영화 중반, 미.. 2026. 5. 3. 마션으로 보는 스토아 철학: 흔들리지 않는 삶의 태도 살아가면서 제 마음대로 안되는 것 중 하나가 자식문제였습니다. 퇴직 후 자식과의 갈등으로 지방으로 내려와 혼자 지내다 보니, 마치 화성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때 예전에 보았던 영화 마션을 다시 보면서 스토아 철학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통로가 되었습니다.통제할 수 없는 것을 내려놓는 연습10년을 기다렸습니다. 자식이 스스로 일어서기를 바라면서, 퇴직 후에도 민간점검원 일을 하며 생활비를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지원이 끊기자 자식은 방에서 나오지 않았고, 저는 매일 그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울화가 치밀었습니다. 결국 제가 귀농귀촌을 선택한 건 도망이 아니라 생존이었습니다.스토아 철학에서는 이것을 통제의 이분법(Dichotomy of Control)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통.. 2026. 4. 24. 퍼트넘의 '사회적 자본'과 나 홀로 볼링을 치는 '오베라는 남자'가 문을 열기까지의 거리 귀농 교육 현장에서 만난 이들의 면면은 화려했습니다. 전직 방송국 사장부터 천재 기타리스트, IT 전문가까지. 각계각층의 재능이 모였으니 무엇이든 함께 일굴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지역 사회라는 거대한 유기체 속에서 '이곳 사람'으로 인정받는 일은, 30년 직장 생활보다 훨씬 높은 벽으로 다가왔습니다. 차량 점검을 위해 들른 공업사 사장님이 던진 첫마디, "여기 사람이에요?"라는 물음은 제가 쌓아온 경력과 전문성을 단숨에 무력화시키는, 우리 사회의 견고한 '신뢰 네트워크'가 그어놓은 경계선이었습니다.하버드 대학교의 로버트 퍼트넘(Robert Putnam)은 사람들 사이의 네트워크와 신뢰가 사회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는.. 2026. 4. 9. "30년의 관성을 깨고 텃밭에 서다: <82년생 김지영>과 보부아르의 실존주의"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저는 직장인과 주부라는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며 숨 가쁘게 달려왔습니다. 퇴직 후 비로소 "나만의 삶"을 일구겠다는 일념으로 귀농 교육을 받고 텃밭에 섰을 때, 제가 마주한 것은 낭만적인 전원교향곡이 아니라 흙투성이가 된 채 굳어버린 근육과 현실의 벽이었습니다. 제 손으로 텃밭을 일구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힘들다는 걸 깨달았습니다.누군가의 아내나 엄마, 직원이 아닌 오직 '나'로서 존재하려 했던 첫 시도가 이토록 버거울 줄은 몰랐습니다.막상 독립적인 삶을 시도하니 현실의 벽에 부딪혔습니다.그 막막한 텃밭에서 문득 영화 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논란의 중심이었지만, 제게는 절반은 과거의 제 모습이었고 절반은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처럼 다가왔습니다. 사회가 규정한 '.. 2026. 4. 4. "잡초도 주인공인 우주" : <월-E>의 새싹과 테일러의 생명 중심주의 일반적으로 환경보호는 '인간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미세먼지 민간점검원으로 일하며 삭막한 공사장 구석, 시멘트 가루를 뚫고 올라온 이름 모를 잡초 한 포기를 마주했을 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그 작은 생명은 결코 인간의 활동을 위한 배경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죠.겨우내 얼어붙었던 카페 앞 목련나무에서 꽃망울이 터지는 경이로운 순간을 보며, 저는 영화 속 폐허가 된 지구에서 발견된 단 하나의 '장화 속 새싹'을 떠올렸습니다. 그 새싹은 단순히 산소를 만드는 기계가 아니라, 생존을 향해 처절하게 팔을 뻗는 하나의 '우주'였습니다. 특히 귀농귀촌 후 작은 텃밭을 가꾸며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뽑아내도 봄만 되면 어김없이 고개를 내미는 풀들의 질긴 생명력은 저에.. 2026. 3.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