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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나라의 전쟁과 우리 집 앞의 불길" : <아웃 오브 아프리카>와 레오폴드의 대지 윤리로 다시 쓰는 점검 일지" 예전의 저에게 환경이란 그저 막연한 배경에 불과했습니다. 미세먼지 민간점검원이라는 소명을 얻기 전까지, 발밑의 흙이나 굴러다니는 돌멩이는 그저 '말 없는 자연'일 뿐이었죠. 하지만 산업단지의 뿌연 하늘 아래 서서 차가운 대기질 측정기를 손에 쥐었을 때, 저는 비로소 대지가 우리에게 보내는 고통스러운 신호를 읽어내기 시작했습니다.영화 의 주인공 카렌은 광활한 아프리카의 땅을 소유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저 역시 인간이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한 착각 속에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생태학자 알도 레오폴드(Aldo Leopold)가 제시한 '대지 윤리(Land Ethics)'를 만난 후, 그 믿음은 산산조각 났습니다. 레오폴드는 인간이 대지의 정복자가 아니라 그저 공동체의 '평범한 구성원.. 2026. 4. 1.
"바보 검프가 증명한 가장 위대한 지능" : 슈바이처의 생명 긍정과 포레스트 검프 "나는 살려고 하는 생명에 둘러싸여 살려고 하는 생명이다."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가 남긴 이 문장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가슴까지 닿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귀농 후 텃밭에서 굳은 흙을 뚫고 올라오는 가느다란 싹을 지켜보고, 미세먼지 민간점검원으로 거대한 산업 단지의 분진 앞에 서서 무력감을 느낄 때 비로소 이 문장은 제 삶 속으로 걸어 들어왔습니다.나의 숨 가쁨이 저 작은 풀꽃의 시듦과 다르지 않다는 감각. 영화 의 주인공처럼 앞뒤 계산하지 않고 오직 생명을 향한 순수한 마음으로 움직이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도 절실한지 요즘 자주 생각합니다. 특히 길 위의 작은 생명들을 위해 자신의 끼니보다 고양이 간식을 먼저 챙기는 제 동생의 뒷모습을 보며, 저는 람바레네의 성자로 불린 슈바이처.. 2026. 3. 31.
"잡초도 주인공인 우주" : <월-E>의 새싹과 테일러의 생명 중심주의 일반적으로 환경보호는 '인간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미세먼지 민간점검원으로 일하며 삭막한 공사장 구석, 시멘트 가루를 뚫고 올라온 이름 모를 잡초 한 포기를 마주했을 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그 작은 생명은 결코 인간의 활동을 위한 배경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죠.겨우내 얼어붙었던 카페 앞 목련나무에서 꽃망울이 터지는 경이로운 순간을 보며, 저는 영화 속 폐허가 된 지구에서 발견된 단 하나의 '장화 속 새싹'을 떠올렸습니다. 그 새싹은 단순히 산소를 만드는 기계가 아니라, 생존을 향해 처절하게 팔을 뻗는 하나의 '우주'였습니다. 특히 귀농귀촌 후 작은 텃밭을 가꾸며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뽑아내도 봄만 되면 어김없이 고개를 내미는 풀들의 질긴 생명력은 저에.. 2026. 3. 30.
"포크레인이 파헤친 땅, 그곳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 <혹성탈출>과 레건의 동물 권리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미세먼지 민간점검원으로 일하기 전까지 저에게 동물은 그저 인간 생활의 편의를 위한 배경쯤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매일같이 산업 단지를 순찰하고 신축 공사 현장을 지키며 제 생각은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거대한 포크레인이 굉음을 내며 땅을 거칠게 파헤칠 때마다, 저는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방금 파헤쳐진 저 흙더미 속을 터전 삼아 살던 작은 생명들은 지금 어디로 떠밀려 갔을까?" 인간의 경제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이름도 없이 사라져가는 생명들. 철학자 톰 레건(Tom Regan)은 이들을 단순한 자연의 일부나 인간의 도구가 아닌, 각자의 고유한 삶을 영위하는 '삶의 주체(Subject-of-a-life)'로 보아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영화 에서 실험실의 유인원.. 2026. 3. 29.
"강아지, 고양이는 가족, 돼지는 삼겹살?" : 영화 <옥자>와 피터 싱어가 폭로한 우리의 이중성 우리는 흔히 반려동물을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모든 동물을 존중할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저는 미세먼지 민간점검원으로 현장을 누비며, 이 믿음이 얼마나 약한 고리 위에 서 있는지 목격했습니다. 순찰 중 만난 이웃분들은 품에 안긴 강아지나 고양이를 가족처럼 아끼면서도, 그날 저녁 식탁에 오를 삼겹살과 치킨에 대해서는 무감각했습니다. 저 역시 그 이중성에서 자유롭지 못했죠. 고양이를 키우는 제 동생들은 고양이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지만, 제가 염소 도축장을 점검할 때 들리는 비명 같은 울음소리에는 담담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와 철학자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론'은 바로 이 지점, 우리가 사랑하는 동물과 먹는 동물 사이에 그어둔 날카롭고도 모순적인 선을 파고듭니다. 오늘은 그 이중성의 경계.. 2026. 3. 28.
"아이들에게 물려줄 세상이 두렵다면" : 영화 <인터스텔라>와 요나스의 책임 윤리 아이들을 데리고 체험학습을 다니며 유적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줄 때, 제 마음 한구석에는 늘 미안함과 정체 모를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내가 지금 누리는 이 맑은 공기와 푸른 숲을, 우리 아이들도 어른이 되어서 똑같이 누릴 수 있을까?"라는 의문 때문이었죠. 부모로서 맛있는 것을 먹이고 좋은 옷을 입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그들이 살아갈 '터전'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면 지금 나의 노력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서글픈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이러한 개인적인 부채감은 제가 최근 미세먼지 민간점검원으로 활동하며 마주한 현실과 맞물려 더욱 깊어졌습니다. 오늘은 현대 기술 문명의 폭주를 경고하며 '미래 세대에 대한 현세대의 책임'을 역설한 철학자 한스 요나스(Hans Jonas)의 사상을 통해, 인류의 생존.. 2026. 3. 27.
"되돌릴 수 없는 판결의 무게" : 영화 <심판>과 베카리아의 사형제 폐지론 대한민국은 법적으로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1997년 이후 단 한 건의 집행도 하지 않은 '사실상 사형 폐지국'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뉴스에서 흉악범죄 보도가 나올 때마다 피해자의 고통에 감정이입 하며 "왜 저런 자들을 사형시키지 않는가"라고 분개하곤 했던 평범한 시민이었습니다. 정의는 곧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아주는 것이라 믿었죠.그러던 어느 날,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다 수십 년 만에 재심으로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된 한 노인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사형이 집행되었다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겠지요"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그를 보며, 저는 등 뒤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인간의 판단이 가진 '오류의 가능성'을 간과했던 제 확신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었는지 깨달.. 2026. 3. 26.
"착한 사람들이 모이면 왜 괴물이 될까?" : 영화 <미스트>와 니부어의 도덕적 인간, 비도덕적 사회 평소 다정하고 예의 바른 직장 동료가 업무 중 어느 순간 서늘할 정도로 권위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직업상담사로 일하며 상담실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인사 담당자들에게서 이런 기묘한 이중성을 목격하곤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화할 땐 누구보다 따뜻하고 상식적인 분들이, '조직의 논리'라는 방패 뒤에 서면 나이나 경력을 잣대로 냉정하게 사람을 거르는 '비정한 칼'이 되더군요.하지만 정작 저를 가장 괴롭게 했던 건 제 안의 모습이었습니다. 평소 온화하던 동료가 민원인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보일 때, 저 역시 그 부당함을 알면서도 조직의 평화를 해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침묵하며 동조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비겁했던 제 뒷모습은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공허했습니다. 왜 선량한 개인들.. 2026. 3. 25.
"보복인가, 방어인가?" : 미-이란 갈등으로 본 왈처의 정의전쟁론과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 솔직히 저는 뉴스에서 폭격 장면을 볼 때마다 화면을 끄고 싶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 소식, 파괴된 건물과 에너지 시설의 폭파 장면은 제게 그저 멀리 있는 남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죠. 하지만 초등학교까지 공격당했다는 소식을 접한 순간, 이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전쟁에 정의란 게 존재할 수 있을까요? 마이클 왈처(Michael Walzer)의 정의전쟁론(Just War Theory)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여기서 정의전쟁론이란 전쟁이라는 극단적 폭력 속에서도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을 지키자는 윤리 이론입니다. 오늘은 현재 진행 중인 미-이란 갈등과 영화 를 통해, 전쟁의 정당성과 우리가 놓치고 있는 윤리적 문제들을 함께 짚어보려 합니다. 정당한 명분과.. 2026. 3. 24.
"돈이면 성적도 사나요?" 배드 지니어스와 왈처의 다원적 정의로 본 우리 시대의 '경계' "공부는 머리 좋은 놈이 아니라 엉덩이 무거운 놈이 이기는 거야." 제가 주변의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제 자녀들에게 입버릇처럼 했던 말입니다. 적어도 그때는 '노력'이라는 변수가 '돈'이라는 변수보다 힘이 세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뉴스를 장식하는 입시 비리나 부모 찬스 기사들을 보고 있으면, 그 믿음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깨닫게 됩니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오로지 실력만으로 평가받는 독립적인 영역일까요?문득 태국 영화 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그저 스릴 넘치는 부정행위 수법에 감탄했지만, 이번엔 주인공 '린'의 씁쓸한 표정에 자꾸 눈길이 가더군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그녀가 왜 위험한 범죄의 길을 선택해야 했을까. 그건 단순히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교육'.. 2026. 3. 23.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의 국가 권력과 노직의 개인의 자유 (최소 국가론, 감시사회, 저항) 저는 1980년대 대학 시절, 최루탄 가스가 캠퍼스를 뒤덮던 시절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자유를 외치던 젊은이들이 곤봉에 맞아 쓰러지고, 거리 곳곳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때는 국가 권력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피부로 느꼈죠.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정말 자유로워졌을까요? 거리의 CCTV는 제 발걸음을 기록하고, 스마트폰은 제가 어디서 무엇을 샀는지 낱낱이 추적합니다. 군부 독재는 사라졌지만, 디지털 감시는 더욱 교묘해졌습니다.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를 다시 보면서, 국가는 도대체 어디까지 우리를 '지켜줄' 권리가 있는지 진지하게 물어보게 됩니다.로버트 노직의 최소 국가론, 국가는 '치안'만 담당하라국가의 역할은 어디까지여야 할까요? 이 질문에 로버트 노직(Robert Nozic.. 2026. 3. 22.
인 타임으로 본 롤스의 정의론 (무지의베일, 차등원칙, 재취업공정성) 퇴직 후 야심 차게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을 때만 해도, 제2의 인생 문이 활짝 열릴 줄 알았습니댜. 하지만 현실은 차가웠습니다. 돋보기를 쓰고 밤새워 공부하며 얻은 자격증을 내밀어도, 면접관의 시선은 제 화려했던 과거 경력보다는 '나이'라는 숫자에 머물더군요. "경력은 참 좋으신데... 음..." 하며 말끝을 흐리는 그 짧은 침묵 속에서, 저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유리벽을 마주했습니다.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영화 의 한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팔뚝에 새겨진 '시간'이 곧 목숨이자 화폐인 세상. 부유한 이들은 수천 년을 소유하며 느긋하게 영생을 누리지만, 빈민가의 사람들은 당장 내일의 1분을 벌기 위해 숨 가쁘게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 마치 재취업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모습.. 2026.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