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주의13 삶의 목적을 꼭 찾아야만 행복할까─ 《소울(Soul)》 × 불교 철학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왜 우리는 끊임없이 “특별한 삶”을 꿈꾸는가불교는 왜 “진짜 나”에 집착하지 말라고 말하는가번아웃과 공허함이 반복되는 이유영화 《소울》이 현대인의 불안을 어떻게 보여주는가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순간일 수 있다는 불교적 통찰 서양 철학은 오랫동안 이렇게 물어왔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불교는 그 질문 자체를 뒤집습니다. "'무엇을 위해'라는 집착이 이미 고통의 씨앗이다."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을 처음 봤을 때는 이 두 사유가 한 영화 안에서 이렇게 팽팽하게 충돌하고 있다는 걸 미처 몰랐습니다. 두 번째 봤을 때, 조 가드너가 피자 한 조각을 천천히 씹는 그 짧은 장면에서 손이 멈췄습니다.꿈을 이루는 순간 찾아온 공허함영화는 조 가드너가 평생 꿈꿔온 재즈 무대에 .. 2026. 5. 27. 《밀양》으로 읽는 용서의 철학 (불교의 사성제, 야스퍼스와 실존주의, 고통)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영화 《밀양》이 왜 인간의 가장 깊은 상처를 건드리는 작품인지불교 철학이 말하는 “고통”과 “용서”의 진짜 의미억지 용서가 왜 오히려 인간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중장년기의 상실과 배신감을 다루는 현실적인 마음 수행 방법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바라보는 불교적 치유 방식 교도소 면회 장면이 끝나고 화면이 잠시 멈추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하나님께 이미 용서받았습니다"라는 말을 들은 신애의 얼굴이 무너지는 그 순간, 저도 모르게 등받이에서 몸을 앞으로 기울였습니다. 그건 슬픔이 아니었습니다. 설명하기 어려운 분노였습니다. 피해자가 아직 고통 속에 허우적이는 동안, 가해자가 먼저 평안해지는 장면. 《밀양》은 그 부조리를 너무도 정확하게 찔러왔습니다. 저는 그날 이후 한참을 이 영화와 .. 2026. 5. 26. 왜 우리는 슬픔을 피하려 할까─ 《인사이드 아웃》으로 보는 불교의 마음 수행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 왜 인간은 슬픔과 불안을 자꾸 밀어내려 하는가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많은 사람에게 위로가 된 이유불교가 감정을 대하는 방식“마음 수행”이 현실에서 왜 중요한가감정을 없애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의 차이 애니메이션이라는 말을 듣고 별 기대 없이 앉았다가, 영화가 끝난 뒤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슬픔이라는 캐릭터가 핵심 기억 구슬을 건드리는 순간, 뭔가 불편한 감정이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왜 불편했을까요. 아마도 그 파란 캐릭터가 저 자신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인사이드 아웃》은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동서양 철학이 오랫동안 씨름해온 바로 그 지점에서 건드립니다.슬픔이라는 캐릭터가 불편했던 이유처음 영화를 볼 때, 저는 솔직히 기쁨이 .. 2026. 5. 25. 부처님 오신날 《신과함께》로 읽는 업(業)과 실존의 심판 처음 《신과함께》를 극장에서 봤을 때,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화려한 CG 판타지로 소비하고 나왔습니다. 저승 차사가 등장하고, 불꽃이 튀는 지옥 법정이 펼쳐지는 장면들은 분명 볼거리가 풍부했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소방관 김자홍이 재판정에서 자신의 기억과 마주하는 그 표정이었습니다. 지옥의 스케일이 아니라 그 얼굴이 오래 남았습니다. 다시 보고 나서야 이 영화가 묻고 있는 것이 "어디서 벌 받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는가"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저승 법정이라는 거울 — 업(業)의 구조와 영화의 뼈대불교에서 업(業, karma)이란 단순히 "착하게 살면 복 받는다"는 통속적 의미가 아닙니다. 업이란 인간이 몸과 말과 마음으로 행한 모든 의도적 행위의 총체.. 2026. 5. 24. 왜 인간은 과거로부터 도망치지 못할까─ 영화 《박하사탕》으로 보는 장폴 사르트르의 자유와 책임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영화 박하사탕이 지금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유장폴 사르트르가 말한 자유와 책임의 의미폭력의 시대가 한 인간을 어떻게 바꾸는가인간은 정말 자신의 선택대로 살아갈 수 있는가상처받은 시대 속에서도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인가 저도 처음에는 박하사탕이 그냥 무거운 영화 하나로만 기억 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제천에서 3년째 살면서 진소마을이 촬영지였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 글을 쓰다가 뒤늦게 알게 됐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가까이에 있던 것을 멀리서 찾고 있었던 셈입니다.시간을 거꾸로 돌린 영화, 진소마을이 간직한 기억충청북도 제천시 백운면 진소마을은 영화 박하사탕(2000년 개봉, 감독 이창동)의 주요 촬영지입니다. 영화가 개봉한 지 25년 가.. 2026. 5. 22. 계약종료, 나는 누구인가? 영화 업 인 더 에어로 보는 실존주의와 정체성의 위기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저는 처음으로 공장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30년 넘게 일이 곧 저였습니다. 최근 단기 계약직 만료를 앞두고 문득 이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일이 없어지면 나는 누구인가?" 영화 업 인 더 에어는 그 질문에 정면으로 답을 건네는 작품입니다.일이 곧 나였던 삶, 정체성 융합의 함정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계약 만료일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이 엄습해왔는데, 처음에는 그게 단순히 경제적 불안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일이 사라질 것 같다는 공포가 아니라, 제 자신이 사라질 것 같다는 공포였습니다.심리학에서는 이를 직업 정체성 융합(Occupational Identity Fusion)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직업 정체성 융합이란, 개인의 자.. 2026. 5. 6. 라라랜드로 보는 선택과 자유-사르트르가 말한 인간의 책임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우리는 왜 선택이 어려운가자유와 책임의 관계후회 없이 선택하는 방법 선택이 어려운 게 정말 내 탓일까요? 아침마다 커피를 마실지 보이차를 마실지 고민하는 저도 그렇고, 60대를 지나면서 계속 일을 할지 쉬어갈지 갈림길에 서 있는 저도 그렇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선택의 무게는 나이가 들수록 가벼워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묵직해지더군요. 라라랜드가 보여주는 것도 그 무게였습니다.선택은 얻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는 것이다영화 라라랜드에서 미아와 세바스찬은 사랑과 꿈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로맨스로만 기억하시는데, 저는 처음 봤을 때부터 이건 선택에 관한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두 주인공이 특별히 나쁜 선택을 한 게 아닙니다. 각자 자신의 길을 선택했을 뿐인데.. 2026. 5. 2.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세상은 왜 이해되지 않는가-카뮈로 보는 부조리한 세계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부조리란 무엇인가왜 우리는 세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느끼는가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 처음 이 영화 제목을 봤을 때, 솔직히 요즘 사회 문제를 다루는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노인 복지나 세대 갈등 같은 내용이겠거니 싶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전혀 달랐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세상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느낌, 한 번쯤 겪어보셨다면 이 영화와 카뮈의 이야기가 분명 어딘가 와닿으실 겁니다.영화가 불편했던 이유: 정의는 오지 않았다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가장 당혹스러웠던 장면은 마지막이었습니다. 보통의 영화라면 주인공이 악당을 잡거나, 최소한 정의가 어떤 형태로든 실현되는 결말로 끝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냥 끝나버렸습니다. 허.. 2026. 4. 29. 니체 초인 사상과 록키로 보는 자기극복의 철학: 우리는 왜 성장해야 하는가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니체 초인의 진짜 의미왜 인간은 끊임없이 성장해야 하는가현실에서 자기극복을 실천하는 방법 칠판 앞이 뿌옇게 번지던 날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 안과에서 약시 판정을 받았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집에서 할 수 있는 건 안경 하나 맞추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학교를 다니고,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 임용 신체검사에서 떨어질까 노심초사하며 30년을 버텼습니다. 퇴직 후 지금도 민간점검원으로 직접 운전하며 현장을 다니는 삶. 그 삶 속에서 처음으로 니체를 읽고 눈물이 났습니다.인간은 왜 부족하다고 느끼는가프리드리히 니체는 인간을 "동물과 초인 사이에 걸쳐진 다리"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말이 처음엔 그냥 문학적 수사처럼 들렸습니다. 그런데 곱씹을수록 이 한.. 2026. 4. 26. 조커로 보는 사회와 개인: 괴물은 만들어지는가-푸코,홉스,사르트르의 입장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조커는 왜 탄생했는가사회와 개인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인간은 본래 폭력적인 존재인가 괴물은 태어나는 걸까요, 아니면 만들어지는 걸까요. 영화 조커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이 질문 앞에서 한동안 멈췄습니다. 아서 플렉이 무너지는 과정을 보면서 불편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었던 건, 그게 단순한 악당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입니다. 아서 플렉은 처음부터 괴물이었는가직접 겪어보니 이런 질문이 참 불편합니다. 뉴스에서 끔찍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우리는 가해자를 향해 "원래 저런 사람이었겠지"라고 말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그 판단이 얼마나 성급한 것인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아서는 폭력적으로 태어난 인물이 아닙니다. 그는 감정 조절이 어.. 2026. 4. 22. 야스퍼스가 경고한 기술의 광기 그리고 "오펜하이머"의 고뇌와 기술 윤리 아침 출근길, 멀리서 들려오는 소방차의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에 저도 모르게 휴대폰을 집어 듭니다. '혹시 깜빡하고 끄지 않은 전기장판 때문은 아닐까?' 하는 서늘한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던 고마운 기술이 한순간에 나의 모든 것을 앗아갈 화마로 돌변할 수 있다는 이 아이러니는, 현대 기술 문명 속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민낯일지도 모릅니다.실존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Karl Jaspers)는 기술을 그 자체로 선도 악도 아닌, 인간의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 '공허한 힘'이라 정의했습니다. 하지만 민간점검원으로서 산업단지의 거대한 설비들 앞에 서면, 야스퍼스의 말처럼 기술이 과연 수단에 머물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측정기에 찍히는 숫자 하나가 누군가의 생계를 흔들 때, 우리는 기술을 .. 2026. 4. 11. "30년의 관성을 깨고 텃밭에 서다: <82년생 김지영>과 보부아르의 실존주의"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저는 직장인과 주부라는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며 숨 가쁘게 달려왔습니다. 퇴직 후 비로소 "나만의 삶"을 일구겠다는 일념으로 귀농 교육을 받고 텃밭에 섰을 때, 제가 마주한 것은 낭만적인 전원교향곡이 아니라 흙투성이가 된 채 굳어버린 근육과 현실의 벽이었습니다. 제 손으로 텃밭을 일구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힘들다는 걸 깨달았습니다.누군가의 아내나 엄마, 직원이 아닌 오직 '나'로서 존재하려 했던 첫 시도가 이토록 버거울 줄은 몰랐습니다.막상 독립적인 삶을 시도하니 현실의 벽에 부딪혔습니다.그 막막한 텃밭에서 문득 영화 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논란의 중심이었지만, 제게는 절반은 과거의 제 모습이었고 절반은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처럼 다가왔습니다. 사회가 규정한 '.. 2026. 4. 4.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