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주의24 영화 <와일드 씽>과 사르트르의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가 주는 인생 2막의 위로 퇴직 후 3년째 지방에 내려와 텃밭과 일자리 사이를 오가며 살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귀농귀촌이 이렇게 막막할 줄은 몰랐거든요. 그러던 중 전직 동료들과 함께 영화 한 편을 봤습니다. 손재곤 감독의 이었는데, 20년 만에 다시 무대를 꿈꾸는 중장년 댄서들의 이야기가 가슴 어딘가를 세게 건드렸습니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머릿속에 맴돈 건 "그래서 나는 지금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이었습니다. 영화가 건드린 것: "넌 이미 끝났어"라는 말에 저항하기영화 의 주인공들은 세기말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 출신입니다. 표절 논란으로 강제 해체된 뒤 20년이 지났고, 각자는 생계형 방송 리포터, 빚더미 위의 솔로, 재벌가 며느리라는 전혀 다른 '옷'을 입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 2026. 7. 9. 자유는 어디에서 오는가? 영화 《Into the Wild》로 보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자연 철학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Into the Wild》는 귀농과 자립, 자유의 의미를 깊이 성찰하게 만드는 영화이다.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자연 속에서 단순하게 살아갈 때 인간은 본래의 자신을 회복할 수 있다고 보았다.귀농은 단순히 시골로 이주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주인이 되는 선택이다.진정한 자유는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살아가는 데서 시작된다.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한 장면에서 멈췄습니다. 크리스토퍼가 자신의 통장 잔고 전부를 기부하고, 자동차에 불을 지르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화염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이 홀가분해 보였거든요. 그 순간 제가 느낀 건 부러움이었는지, 두려움이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귀농귀촌을 두고 갈팡질팡하는 제 처지에서 다시 꺼내 보니, .. 2026. 6. 28. 〈행복을 찾아서〉 빅터프랭클— 행복은 쫓는 것인가, 따라오는 것인가 지하철 화장실 문을 안에서 잠그고, 아들이 잠든 사이 혼자 울음을 삼키는 장면이 있습니다. 〈행복을 찾아서〉에서 제가 가장 오래 붙잡혀 있었던 장면입니다. 화면은 아무 설명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 사람이 거기 있습니다. 울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딘가에서 저도 압니다. 저 사람은 내일 아침에 일어날 거라는 걸. 그 확신이 어디서 오는지, 자막이 올라갈 때까지 계속 생각했습니다.이 영화가 묻는 것은 '어떻게'가 아니라 '왜'입니다크리스 가드너(윌 스미스)는 똑똑합니다. 부지런합니다. 포기도 않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이 사람의 능력보다 그 능력을 작동시키는 연료에 더 오래 카메라를 들이댑니다.무허가 판매원으로 뛰어다니면서도, 노숙자 쉼터 앞에 줄을 서면서도, 그의 눈은 항상 뭔가를 향해 있습니다. 아들 크.. 2026. 6. 21. 〈미키 17〉 과 니체의 영원회귀 — 죽어도 살아야 한다면, 삶은 의미 있는가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영화 《미키 17》이 던지는 철학적 질문니체의 영원회귀와 초인 사상죽음은 인간을 특별하게 만드는가반복되는 삶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실패와 재도전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미키는 또 죽는다. 방호복도 없이 행성의 독성 지형 속으로 밀어 넣어지고, 그 몸은 산산이 부서지거나 녹아 없어진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는 다시 깨어난다. 기억을 품은 채, 죽기 직전의 공포를 고스란히 기억한 채로. 〈미키 17〉이 불편한 이유는 화면이 잔인해서가 아닙니다. 죽음이 그토록 가볍게 소비되는 세계에서,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관객에게 너무 익숙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죽음이 리셋되는 세계, 그래서 오히려 더 잔인한 이야기봉준호 감독은 장르의 문법을 빌려 철학적 질문을 숨겨두.. 2026. 6. 20. 〈Her〉 그녀와 하이데거 — 완벽한 관계가 인간을 외롭게 한다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AI 시대에 왜 인간의 외로움이 더 커질 수 있는가영화 《Her》가 지금 다시 주목받는 이유하이데거가 말한 기술의 본질은 무엇인가AI와 반도체 경쟁이 우리 삶에 던지는 질문기술 발전 속에서 인간다움을 지키는 방법 편안할수록 우리는 더 고독해진다. 역설처럼 들리지만, 〈Her〉를 보고 나면 이 문장이 역설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스파이크 존즈가 2013년에 내놓은 이 영화는 AI와의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은 마찰 없는 관계가 인간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를 가장 정확하게 짚어낸 사람이 스크린이 아니라 20세기 독일의 한 철학자였다는 사실이 저를 계속 이 영화로 돌아오게 합니다.마찰 없는 세계, 혹은 불편함이 사라진 .. 2026. 6. 18. 청년은 왜 시대 앞에서 괴로워하는가─ 《동주》 × 장폴 사르트르 《동주》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 영화가 이렇게 오래 마음에 남을 줄 몰랐습니다. 독립운동 영화라는 말에 어떤 뜨거움을 기대했는데, 막상 스크린 앞에 앉으니 영화는 시종일관 낮은 목소리로만 말했습니다. 흑백의 화면 속 청년은 총을 들지도, 군중을 이끌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를 되묻고 또 되물었습니다. 그 장면에서 저는 묘하게 멈칫했습니다. 어딘가에서 본 듯한 얼굴이었기 때문입니다.영화 속 침묵이 던지는 철학적 물음이 영화에서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건 단순한 서사가 아니었습니다. 윤동주라는 인물이 가장 자주 하는 것은 행동이 아니라 자기 응시입니다. 그는 사촌 송몽규가 직접 투쟁의 길로 나아가는 동안, 혼자 방 안에서 시를 씁니다. 그리고 그 행위 자체를 부끄러워합니다. ".. 2026. 6. 12. 왜 권력은 생각하는 청년을 두려워할까─ 《박열》 × 한나 아렌트 재판정에서 박열은 조선 옷을 입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하나의 선언이었습니다. 굴복하지 않겠다는, 당신이 정의한 세계 안으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이상하게도 법정이 아니라 철학 강의실을 떠올렸습니다. 박열이 권력을 심판받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본질을 해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재판정의 박열, 아렌트가 말한 '생각하는 인간'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독립운동 서사 정도로만 받아들였습니다. 두 번째로 봤을 때, 재판 장면이 완전히 다르게 읽혔습니다. 일본 제국의 검사들이 박열을 심문하는 동안, 정작 당황한 쪽은 권력이었습니다. 그는 답을 숨기거나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질문을 되돌려 보냈습니다. 왜 국가는 인간의 사상을 두려워하는가, 라고.한나 .. 2026. 6. 11. 좋은 정치는 무엇으로 결정될까 《변호인》 × 공자 서양 철학은 오랫동안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제도와 계약으로 답해왔습니다. 홉스는 국가를 개인들이 생존을 위해 맺은 계약의 산물로 봤고, 롤스는 공정한 절차로 정의를 세울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공자는 달랐습니다. 그에게 정치는 제도 이전에 사람의 문제였습니다. 이 두 시선이 충돌하는 지점에 영화 《변호인》이 서 있습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단순히 잘 만든 법정 드라마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봤을 때 비로소 보였습니다. 이 영화가 묻고 있는 것은 특정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권력이란 무엇이며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철학의 가장 오래된 질문이라는 사실을.감독이 숨긴 철학적 코드 — 무너지는 이름들영화에서 제가 가장 오래 멈췄던 장면은 법정에서 차동영 검사와 송우석이 마.. 2026. 6. 6. 끝날 전쟁인데 왜 계속 싸워야 하는가《고지전》 × 알베르 카뮈 《고지전》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이상하게도 분노보다 멍함이 먼저 왔습니다. 총격전도, 전우의 죽음도 아니라 "곧 휴전인데 왜 아직도 싸우는 거죠?"라는 병사의 한 마디가 가슴에 걸렸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전쟁 서사가 아니라,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라는 것을 깨달은 건 그로부터 한참 뒤였습니다. 카뮈가 이 영화를 봤다면, 그는 아마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맞다. 저게 바로 부조리다."감독이 숨긴 철학적 코드: 끝나지 않는 산, 반복되는 죽음장훈 감독은 애록고지를 단순한 전략적 요충지로 그리지 않습니다. 그 고지는 빼앗기면 다시 빼앗고, 탈환하면 또 빼앗기는 공간입니다. 승패는 없고 반복만 있습니다. 이 구조를 처음 의식했을 때, 솔직히 이 부분에서 멈칫했습니다.. 2026. 6. 4. 아들 장가보낸 엄마의 마음, 왜 이렇게 허전할까─ 영화 《맘마미아!》와 사르트르 실존주의 철학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자녀 결혼 후 부모가 공허함을 느끼는 이유‘빈 둥지 증후군’은 왜 찾아오는가영화 《맘마미아!》가 엄마들의 눈물을 건드리는 이유사르트르의 실존주의가 중년 이후 삶에 주는 메시지자녀를 떠나보낸 후 부모가 다시 자기 삶을 찾는 방법 사랑을 다 쏟아붓고 난 자리는 왜 이렇게 고요할까요. 아이를 세상으로 내보내는 순간, 기쁨과 공허함이 동시에 밀려드는 그 감각 앞에서 저도 한참 멈춰 있었습니다. 영화 《맘마미아!》와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그리고 노자의 도가 철학을 함께 들여다보면, 그 낯선 공허함이 사실 얼마나 깊은 철학적 물음을 품고 있는지 조금씩 윤곽이 잡혀옵니다.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시간 — 《맘마미아!》는 무엇을 묻는가영화 《맘마미아!》(감독 필리다 로이드, 2008)는 그리.. 2026. 5. 31. 《더 킹》으로 읽는 권력과 욕망 (니체의 권력 의지, 무위, 실존)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왜 인간은 권력을 가지면 변하는가니체가 말한 ‘권력 의지’란 무엇인가영화 《더 킹》이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성공 이후 더 공허해지는 인간 심리현대 사회에서 권력과 욕망이 작동하는 방식 "권력은 인간을 타락시킨다." 오래된 명제입니다. 그런데 《더 킹》은 이 명제를 정면으로 뒤집습니다. 타락이 권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이미 안에 있던 무언가를 끌어올린다고 이 영화는 말합니다.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잘 만든 정치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로 봤을 때, 박태수의 눈빛이 달라 보였습니다.이 영화가 품은 철학적 질문 — 권력은 인간을 만드는가, 드러내는가박태수는 처음부터 악인이 아닙니다. 가난하고, 무시당하고, 세상의 규칙을 일찍 눈치챈 소년이었을 뿐입니다. 그가 검.. 2026. 5. 30. 삶의 목적을 꼭 찾아야만 행복할까─ 《소울(Soul)》 × 불교 철학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왜 우리는 끊임없이 “특별한 삶”을 꿈꾸는가불교는 왜 “진짜 나”에 집착하지 말라고 말하는가번아웃과 공허함이 반복되는 이유영화 《소울》이 현대인의 불안을 어떻게 보여주는가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순간일 수 있다는 불교적 통찰 서양 철학은 오랫동안 이렇게 물어왔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불교는 그 질문 자체를 뒤집습니다. "'무엇을 위해'라는 집착이 이미 고통의 씨앗이다."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을 처음 봤을 때는 이 두 사유가 한 영화 안에서 이렇게 팽팽하게 충돌하고 있다는 걸 미처 몰랐습니다. 두 번째 봤을 때, 조 가드너가 피자 한 조각을 천천히 씹는 그 짧은 장면에서 손이 멈췄습니다.꿈을 이루는 순간 찾아온 공허함영화는 조 가드너가 평생 꿈꿔온 재즈 무대에 .. 2026. 5. 27.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