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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영화15

농사일의 어려움을 줄인다면, 나는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위대한 작은 농장》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적 지혜, 하이데거의 거주 철학 농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과 다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같은 날 찾아온 적 있으십니까? 저는 있습니다. 말랑해진 고추를 건조기에 넣으며, 손이 움직이는 것과 달리 머릿속에서는 "이걸 내년에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수확의 기쁨이 클수록 오히려 그 질문이 더 선명해지는 이상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위대한 작은 농장》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이 영화는 낭만적인 전원 생활 이야기가 아닙니다. 꿈과 현실 사이의 거리를 정직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입니다.아리스토텔레스는 "버텨라"고 하지 않았습니다농사가 힘들다고 말하면 돌아오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엔 다 힘들어요." 그 말이 틀린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어딘가 비어 있습니다. 버티는 것과 잘.. 2026. 10. 15.
나는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한국 영화 《인턴》과 보부아르가 바라본 나이와 일의 의미 버스를 놓쳤습니다. 영화 시작 시간은 다가오는데, 다음 버스를 기다리다간 첫 장면을 통째로 날릴 것 같았습니다. 결국 택시를 탔습니다. 그리고 그 짧은 이동 시간이 이 글 전체를 만들었습니다. 택시를 운전하시던 기사님이 "저 66세인데, 75세까지는 일해야죠"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영화관을 나온 뒤에도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75세까지 일해야지'가 아니라 '75세까지는 일할 거야'였습니다. 그 온도 차이가 작지 않았습니다.37년 경력자가 다시 인턴이 된다는 것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스포일러 없이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지점이 있어서요.2026년 9월 16일 개봉한 한국 영화 《인턴》에서 최민식이 연기하는 기호는 37년간 직장 생활을 한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젊은 CEO 선.. 2026. 9. 18.
법을 지키는 사람이 법을 어긴다면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L.A. 컨피덴셜》 × 플라톤 처음 이 영화를 오래전에 TV 토요명화와 명화극장에서 상영하였을 때 저는 범죄 스릴러라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멈추게 됐습니다. 화면 속 경찰이 악당을 쫓는 장면이 아니라, 동료의 비리를 보고도 눈을 감는 장면에서였습니다. 그 표정이 너무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뉴스에서, 직장에서, 어쩌면 저 자신에게서도 본 적 있는 얼굴이었습니다.권력이 드러내는 것들, 플라톤이 먼저 알고 있었다《L.A. 컨피덴셜》은 1997년 커티스 핸슨 감독이 연출한 작품입니다. 배경은 1950년대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빛 뒤에 숨은 부패와 음모를 추적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저는 계속 한 가지 질문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권력은 사람을 타락시키는 것일까요, 아니면 원래 그 사람이었던 것을 그냥 드러내는.. 2026. 7. 28.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와 야스퍼스의 ‘한계상황’: 좌절은 끝이 아니라 비약의 시작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한계상황을 그냥 '불운'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부모님의 죽음도, 반복되는 경제적 어려움도, 뜻대로 되지 않는 자식 문제도 전부 그냥 재수 없는 일 정도로 치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인생은 아름다워》를 다시 떠올리면서 야스퍼스의 철학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고, 그때서야 제가 살아온 방식이 조금 다르게 읽혔습니다.아버지 덕분에 극장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제 아버지는 생전에 극장 포스터를 붙이는 일을 하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많은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엔 그게 얼마나 특별한 경험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냥 아버지 따라 극장 구석에 앉아 화면을 멍하니 보던 기억이 대부분입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 옛날 영화들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요즘도 좋은.. 2026. 7. 17.
부모는 언제 자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까?영화 《굿 윌 헌팅》으로 보는 마르틴 부버의 '나-너(I-Thou)' 철학 1997년 개봉한 영화 《굿 윌 헌팅》은 지금도 유효한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지금 상대를 보고 있습니까, 아니면 당신이 원하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까?" 저는 요즘 이 질문이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97년생 아들이 귀농 준비 중인 제 곁으로 불쑥 찾아와 작은 직장에 취업하고, 독립까지 한 뒤로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습니다.《굿 윌 헌팅》이 보여주는 나-너 관계의 힘일반적으로 사람은 사랑받으면 성장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그 '사랑'의 방식이 핵심이지, 사랑의 양이 핵심이 아닙니다. 영화 속 윌도 사랑이 부족해서 망가진 게 아니었습니다. 그를 바꾸려 들거나, 재능을 도구로 쓰려는 시선들 속에서 스스로를 닫아버린 것이었습니다.상담사 숀이 윌과 나누는 관계는 철학자 마르틴 부버(.. 2026. 7. 12.
영화 <와일드 씽>과 사르트르의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가 주는 인생 2막의 위로 퇴직 후 3년째 지방에 내려와 텃밭과 일자리 사이를 오가며 살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귀농귀촌이 이렇게 막막할 줄은 몰랐거든요. 그러던 중 전직 동료들과 함께 영화 한 편을 봤습니다. 손재곤 감독의 이었는데, 20년 만에 다시 무대를 꿈꾸는 중장년 댄서들의 이야기가 가슴 어딘가를 세게 건드렸습니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머릿속에 맴돈 건 "그래서 나는 지금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이었습니다. 영화가 건드린 것: "넌 이미 끝났어"라는 말에 저항하기영화 의 주인공들은 세기말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 출신입니다. 표절 논란으로 강제 해체된 뒤 20년이 지났고, 각자는 생계형 방송 리포터, 빚더미 위의 솔로, 재벌가 며느리라는 전혀 다른 '옷'을 입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 2026. 7. 9.
인간은 왜 서로를 구분하기 시작했을까 《기생충》 × 장자(莊子)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영화 《기생충》이 보여주는 계급의 의미장자가 말한 차별과 구분의 허상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를 철학적으로 바라보는 방법우리는 왜 사람보다 직함과 신분을 먼저 보게 되는가더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처음 〈기생충〉을 봤을 때, 저는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웃어야 할 장면에서 웃었고, 긴장해야 할 장면에서 긴장했는데, 극장을 나오면서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뭔가 찝찝하고, 뭔가 화가 나는 것 같은데, 그 대상이 영화 속 누구인지 정확히 짚을 수 없었습니다. 박 사장이 나쁜 사람인가? 기택이 잘못했나? 근세는? 문광은? 그 물음들이 뒤엉킨 채로 집까지 걸어왔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머릿속에서 끝나지 않는 영화라는 게 있다면, 저에게는 이.. 2026. 6. 24.
〈28년 후〉와 토마스 홉스— 질서가 사라질 때 인간은 무엇으로 남는가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영화 《28년 후》가 던지는 인간 본성의 질문토머스 홉스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란 무엇인가재난이 닥쳤을 때 사회는 왜 쉽게 무너지는가국가와 법은 왜 필요한가인간다움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문명이 통째로 증발한 세계에서, 살아남은 인간은 더 인간다워질까, 아니면 덜 인간다워질까. 〈28년 후〉는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지 한 세대가 지난 세상을 배경으로 이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내든다. 영화가 진짜 무서운 건 감염자가 아니라 감염되지 않은 인간들이라는 사실 때문이다.장면 하나가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살고 싶으면 움직여."짧은 대사다. 하지만 이 한 마디 안에 영화 전체가 압축되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도우려는 말이 아닙니다. 살고 싶으면, 이라는 조건절이 붙는 순.. 2026. 6. 22.
〈미키 17〉 과 니체의 영원회귀 — 죽어도 살아야 한다면, 삶은 의미 있는가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영화 《미키 17》이 던지는 철학적 질문니체의 영원회귀와 초인 사상죽음은 인간을 특별하게 만드는가반복되는 삶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실패와 재도전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미키는 또 죽는다. 방호복도 없이 행성의 독성 지형 속으로 밀어 넣어지고, 그 몸은 산산이 부서지거나 녹아 없어진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는 다시 깨어난다. 기억을 품은 채, 죽기 직전의 공포를 고스란히 기억한 채로. 〈미키 17〉이 불편한 이유는 화면이 잔인해서가 아닙니다. 죽음이 그토록 가볍게 소비되는 세계에서,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관객에게 너무 익숙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죽음이 리셋되는 세계, 그래서 오히려 더 잔인한 이야기봉준호 감독은 장르의 문법을 빌려 철학적 질문을 숨겨두.. 2026. 6. 20.
〈공동경비구역 JSA〉와 레비나스— 얼굴을 마주한 순간, 적은 사라졌다 적을 죽이는 것이 윤리적으로 정당한가? 아니, 그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적'이었는가. 〈공동경비구역 JSA〉는 바로 그 질문을 총성 대신 초코파이 하나로 꺼내듭니다. 2000년 개봉 당시, 저는 이 영화가 스릴러인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암전된 화면이 켜지고 자막이 올라가던 그 순간, 가슴속에 남은 것은 범인의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저 사람들은 왜 서로를 죽여야 했을까"라는, 답이 없는 질문이었습니다.판문점의 미장센, 혹은 분단이 만든 시각 질서영화는 처음부터 공간으로 말합니다. 미장센(mise-en-scène)이 이 영화의 첫 번째 언어입니다. 미장센이란 카메라 앵글, 조명, 배우의 위치, 소품 배치 등 화면 안에 구성된 모든 시각 요소를 가리키는 개념입니다. 박찬욱 .. 2026. 6. 15.
〈1984〉와 미셸푸코— 우리는 지금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가 어느 날 아침, 스마트폰 알림을 끄면서 문득 멈췄습니다. 어젯밤 제가 검색했던 단어들이 오늘 피드에 광고로 떠 있었고, 며칠 전 친구와 나눈 대화 주제가 추천 콘텐츠로 줄지어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 순간 〈1984〉의 텔레스크린이 떠올랐습니다. 조지 오웰이 그린 감시 장치와 제 손 안의 화면이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 그 불편함이 이 글을 쓰게 했습니다.텔레스크린이 꺼지지 않는 세계마이클 래드퍼드 감독이 연출한 1984년작 〈1984〉는, 오웰의 소설이 출판된 지 35년이 지난 해에 완성됐습니다. 그 타이밍 자체가 이미 하나의 알레고리(allegory)였습니다. 알레고리란 표면의 이야기 아래 다른 층위의 의미를 숨겨두는 서사 방식으로, 이 영화는 독재 국가를 그리는 척하며 실은 권력이 인간 존재에 침.. 2026. 6. 14.
아들 장가보낸 엄마의 마음, 왜 이렇게 허전할까─ 영화 《맘마미아!》와 사르트르 실존주의 철학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자녀 결혼 후 부모가 공허함을 느끼는 이유‘빈 둥지 증후군’은 왜 찾아오는가영화 《맘마미아!》가 엄마들의 눈물을 건드리는 이유사르트르의 실존주의가 중년 이후 삶에 주는 메시지자녀를 떠나보낸 후 부모가 다시 자기 삶을 찾는 방법 사랑을 다 쏟아붓고 난 자리는 왜 이렇게 고요할까요. 아이를 세상으로 내보내는 순간, 기쁨과 공허함이 동시에 밀려드는 그 감각 앞에서 저도 한참 멈춰 있었습니다. 영화 《맘마미아!》와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그리고 노자의 도가 철학을 함께 들여다보면, 그 낯선 공허함이 사실 얼마나 깊은 철학적 물음을 품고 있는지 조금씩 윤곽이 잡혀옵니다.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시간 — 《맘마미아!》는 무엇을 묻는가영화 《맘마미아!》(감독 필리다 로이드, 2008)는 그리.. 2026.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