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5 모두가 침묵할 때, 한 사람은 왜 끝까지 진실을 말했을까 《다크 워터스》 × 칸트 "네 행위의 준칙이 보편적 법칙이 될 수 있도록 행동하라." 칸트가 남긴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솔직히 너무 당연한 말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다크 워터스》(2019, 토드 헤인즈 감독)를 보고 나서야 이 말이 실제로 얼마나 무거운 요구인지 실감했습니다. 영화를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한 장면부터 다시 들여다보려 합니다.프라이팬 속에 숨겨진 독, 그리고 첫 번째 균열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저는 환경 고발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뉴스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 즉 주부들이 매일 쓰는 프라이팬 코팅에 발암 가능성이 있는 과불화화합물(PFOA)이 들어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콘택트렌즈, 아기 매트, 방수 옷감. 우리 삶 가장 가까운 곳에 그것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2026. 7. 30. 손해를 보더라도 옳은 일을 해야 하는가 《인사이더》 × 칸트 옳은 일을 하면 반드시 보상이 따른다고, 누가 처음 그런 말을 퍼뜨린 걸까요. 저는 그 말을 오랫동안 믿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게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그 다음 질문이 훨씬 더 무겁게 찾아왔습니다. 보상이 없어도 옳은 일을 해야 하는가. 영화 《인사이더》와 칸트의 도덕철학은 바로 그 질문 위에 함께 서 있습니다.침묵이 더 쉬웠을 그 순간이미 영화를 보신 분들과 함께 한 장면을 떠올려보고 싶습니다. 제프리 와이건드가 CBS 스튜디오 안에서 혼자 앉아 있는 장면입니다. 변호사들이 그를 둘러싸고, 회사가 보낸 서류가 쌓여 있고, 전화기는 계속 울립니다. 러셀 크로우의 표정은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침묵이 너무 크게 들립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멈춰 화면을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2026. 7. 26. "법의 테두리를 넘어 진실로 가는 길: 소로의 불복종과 <재심>의 사투" "법만 안 어기면 그만이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듣는 이 말은 때로 가슴 한구석을 묵직한 불편함으로 짓누릅니다. 법이 곧 정의와 일치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미세먼지 점검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늘 그 간극 사이에서 위태롭게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얼마 전, 불법 소각 현장을 적발하기 위해 다급히 핸들을 꺾다 과속 단속에 걸려 과태료 고지서를 받았습니다. 법을 지키기 위해 달려간 길 위에서 법을 어기게 된 이 역설적인 상황은, 저에게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차가운 일갈을 떠올리게 했습니다.소로는 그의 저서 『시민 불복종』에서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길러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는 국가의 법이 개인의 양심과 충돌할 때, 기.. 2026. 4. 10. "착한 사람들이 모이면 왜 괴물이 될까?" : 영화 <미스트>와 니부어의 도덕적 인간, 비도덕적 사회 평소 다정하고 예의 바른 직장 동료가 업무 중 어느 순간 서늘할 정도로 권위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직업상담사로 일하며 상담실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인사 담당자들에게서 이런 기묘한 이중성을 목격하곤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화할 땐 누구보다 따뜻하고 상식적인 분들이, '조직의 논리'라는 방패 뒤에 서면 나이나 경력을 잣대로 냉정하게 사람을 거르는 '비정한 칼'이 되더군요.하지만 정작 저를 가장 괴롭게 했던 건 제 안의 모습이었습니다. 평소 온화하던 동료가 민원인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보일 때, 저 역시 그 부당함을 알면서도 조직의 평화를 해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침묵하며 동조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비겁했던 제 뒷모습은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공허했습니다. 왜 선량한 개인들.. 2026. 3. 25. A Hidden Life로 보는 자연법과 양심 (토마스 아퀴나스, 이성과 신앙, 도덕적 판단) 2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트리아의 한 농부는 히틀러에 대한 충성 서약을 거부했다가 처형당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프란츠 예거슈테터. 테렌스 말릭 감독의 영화 'A Hidden Life'는 이 실화를 다룹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법이 명백히 잘못되었을 때,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행동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사실 13세기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가 평생 탐구했던 핵심 주제이기도 합니다.자연법 - 이성으로 파악하는 도덕의 질서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는 중세 스콜라 철학을 집대성한 인물로, 그의 저서 '신학대전(Summa Theologiae)'은 오늘날까지도 가톨릭 신학의 근간을 이룹니다(출처: 가톨릭 백과사전).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일원론적.. 2026. 3.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