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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3

"법의 테두리를 넘어 진실로 가는 길: 소로의 불복종과 <재심>의 사투" "법만 안 어기면 그만이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듣는 이 말은 때로 가슴 한구석을 묵직한 불편함으로 짓누릅니다. 법이 곧 정의와 일치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미세먼지 점검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늘 그 간극 사이에서 위태롭게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얼마 전, 불법 소각 현장을 적발하기 위해 다급히 핸들을 꺾다 과속 단속에 걸려 과태료 고지서를 받았습니다. 법을 지키기 위해 달려간 길 위에서 법을 어기게 된 이 역설적인 상황은, 저에게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차가운 일갈을 떠올리게 했습니다.소로는 그의 저서 『시민 불복종』에서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길러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는 국가의 법이 개인의 양심과 충돌할 때, 기.. 2026. 4. 10.
"착한 사람들이 모이면 왜 괴물이 될까?" : 영화 <미스트>와 니부어의 도덕적 인간, 비도덕적 사회 평소 다정하고 예의 바른 직장 동료가 업무 중 어느 순간 서늘할 정도로 권위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직업상담사로 일하며 상담실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인사 담당자들에게서 이런 기묘한 이중성을 목격하곤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화할 땐 누구보다 따뜻하고 상식적인 분들이, '조직의 논리'라는 방패 뒤에 서면 나이나 경력을 잣대로 냉정하게 사람을 거르는 '비정한 칼'이 되더군요.하지만 정작 저를 가장 괴롭게 했던 건 제 안의 모습이었습니다. 평소 온화하던 동료가 민원인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보일 때, 저 역시 그 부당함을 알면서도 조직의 평화를 해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침묵하며 동조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비겁했던 제 뒷모습은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공허했습니다. 왜 선량한 개인들.. 2026. 3. 25.
A Hidden Life로 보는 자연법과 양심 (토마스 아퀴나스, 이성과 신앙, 도덕적 판단) 2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트리아의 한 농부는 히틀러에 대한 충성 서약을 거부했다가 처형당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프란츠 예거슈테터. 테렌스 말릭 감독의 영화 'A Hidden Life'는 이 실화를 다룹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법이 명백히 잘못되었을 때,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행동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사실 13세기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가 평생 탐구했던 핵심 주제이기도 합니다.자연법 - 이성으로 파악하는 도덕의 질서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는 중세 스콜라 철학을 집대성한 인물로, 그의 저서 '신학대전(Summa Theologiae)'은 오늘날까지도 가톨릭 신학의 근간을 이룹니다(출처: 가톨릭 백과사전).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일원론적.. 2026. 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