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3 왜 같은 산업재해는 반복되는가─ 《다음 소희》 × 한나 아렌트 사람이 죽는 일에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익숙해졌을까요. 컨베이어 벨트에 사람이 끼었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 저는 잠시 멈췄습니다. 충격 때문이 아니라, 충격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 그 무감각이 더 무서웠습니다. 영화 《다음 소희》는 바로 그 무감각의 구조를 들여다보는 작품입니다.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과 불교의 연기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 영화는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아무도 악인이 아닌데, 왜 한 사람은 무너졌을까영화 속 소희의 하루는 겉으로 보면 평범합니다. 출근하고, 실적을 채우려 애쓰고, 감정을 억누르며 전화를 받습니다. 소희를 망가뜨리는 사람은 따로 없습니다. 관리자는 그저 수치를 관리하고, 학교는 취업률을 신경 쓰고, 회사는 계약을 유지합니다. 각자 자기 역할.. 2026. 6. 9. 기생충으로 보는 계급과 욕망: 우리는 왜 비교하는가-마르크스와 르네 지라르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우리는 왜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가계급 갈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욕망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직장 동료들과의 저녁 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 왜 그렇게 무겁던지요. 누군가는 수도권 아파트를 여러 채 가지고 있다 하고, 누군가는 자녀가 의사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조용히 작아지곤 했습니다. 그때 느꼈던 그 감정의 정체를 뒤늦게 철학에서 찾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계급구조는 단순히 돈 차이가 아니다영화 기생충에는 두 가족이 등장합니다. 반지하에 사는 기택 가족과 대저택에 사는 박 사장 가족. 표면적으로는 재산의 차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복잡한 구조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가족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2026. 4. 23. 영화 기생충(Parasite)과 마르크스 (계급구조, 소외이론, 허위의식) 등교하면 늘 반공포스터를 그리고 새마을 노래를 불렀던 저는 대학에서 처음 마르크스를 접했을 때 충격을 받았습니다. 접경지역에서 자란 탓에 공산주의는 그저 '적'일 뿐이었는데, 80년대 대학가에서 마주한 자본론의 내용은 제가 알던 세계와 전혀 달랐습니다. 그리고 몇 년 전 개봉한 영화 기생충을 보면서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18세기 마르크스가 고민했던 경제적 불평등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말이죠.반지하와 언덕 위, 공간으로 읽는 계급구조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공간의 수직성이었습니다. 기택 가족이 사는 반지하 집은 창문 너머로 취객의 다리만 보이고, 박사장 가족이 사는 집은 언덕 꼭대기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마르크스가 말한 계급구조(class st.. 2026. 3. 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