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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세이3

〈F1〉과 니체 — 우리는 무엇과 싸우고 있는가 요즘 서점가에 가보면 늘 베스트셀러 자리에 있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니체의 위버맨쉬라는 책입니다. 위버멘쉬(Übermensch, 한국어로 ‘초인’)는 단순히 신체적 능력이나 초능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기존의 도덕·종교·사회적 규범에 의존하지 않으며, 스스로의 가치관에 따라 살아가는 인간을 의미합니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소니 헤이스가 피트레인을 빠져나가는 장면이 있습니다. 카메라는 그의 등 뒤에서 아주 천천히 따라붙습니다. 엔진 소리가 아직 들리지 않는 그 찰나, 그는 잠깐 멈춥니다. 아주 짧게. 관객 대부분은 눈치채지 못할 만큼. 그 순간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저 사람은 지금 상대 드라이버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출발 신호를 보내고 있구나, 라고.가장 무서운 .. 2026. 6. 27.
〈1987〉 과 위르겐 하버마스— 말이 멈출 때 민주주의는 무엇이 되는가 〈1987〉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저는 울 준비를 하고 들어갔습니다. 고문 장면이 나올 거라는 걸 알았고, 비극적인 죽음을 마주하게 될 거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오래 남은 것은 폭력이 아니었습니다. 진실을 알면서도 입을 다물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었습니다. 그 침묵이 어떤 고문 장면보다 더 무거웠습니다. 그리고 극장을 나오며 생각했습니다. 저도 지금, 무언가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있는 건 아닐까.침묵이 지배하는 공간에서, 민주주의란 무엇이었나영화는 1987년 1월에서 시작합니다. 경찰은 박종철이 고문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을 내놓습니다. 이 문장은 지금 들어도 기묘한 울림이 있습니다. 단순히 거짓말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거짓말이.. 2026. 6. 13.
우리는 왜 사랑 때문에 선택하는가: 인터스텔라와 베르그송의 통찰 솔직히 저는 베르그송이라는 철학자를 깊이 공부하지 못했습니다. 소크라테스, 칸트, 데카르트 정도는 이름이라도 익숙하지만, 베르그송은 이름만 들어보고 구체적인 철학사상은 낯설었습니다. 그러다 아르테미스 2호 우주비행사들의 귀환 기자회견을 보다가 문득 인터스텔라가 떠올랐고, 그때부터 시간이라는 개념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베르그송의 '지속', 시간은 시계가 아니라 경험이다민간점검원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던 날이 생각납니다. 8개월이라는 숫자를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이게 언제 다 가나.' 그런데 지금 달력을 보면 단 한 달이 남아 있습니다. 그 8개월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지나온 것인지, 저는 그때서야 베르그송이 말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조금 이해가 됐습니다.앙리 베르그송(H.. 2026.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