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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영화5

퇴직 후 풍요로움은 언제 시작되는가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과 아리스토텔레스, 장자의 소요유 명절이 끝나고 저는 도심의 구직자 취업역량교육장을 가기위해 남편이 있는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 앞에서 이상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퇴직하면 쉬게 될 줄 알았는데, 왜 이 사람들은 더 바쁘게 사는 걸까. 그리고 왜 나는 그 바쁨이 부러우면서도 내 바쁨은 다르게 느껴지는 걸까. 그 질문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영화가 떠올랐습니다.광고는 아름다웠고, 현실은 낡아 있었다노부인 에블린이 자이푸르 공항을 나서는 장면을 기억하십니까. 브로셔 속 호텔은 하얀 아치와 푸른 타일로 빛나고 있었는데, 눈앞에 펼쳐진 건물은 벽이 허물어지고 전기가 들어왔다 나갔다 했습니다. 존 매든 감독의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2011)은 바로 그 순간, 은퇴에 대한 우리의 기대를 정직하게.. 2026. 9. 30.
이 나이에 무슨 꿈이냐고 묻는다면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와 보부아르가 말하는 새로운 가능성 "이 나이에 무슨 꿈이야."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이상하게도 반박할 말이 금방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뭔가 억울하기도 한 그 기분.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를 보고 나서야 그 이상한 감각의 정체를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이미 영화를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스토리의 결말보다는 아다 해리스가 파리에서 마주한 장면들, 그 안에 숨어 있는 철학적 질문에 집중할 것입니다.아다가 드레스 앞에서 멈춘 이유1957년 런던, 가정부 아다 해리스는 고객의 옷장에서 크리스티앙 디올의 드레스를 발견합니다. 앤서니 페이비언 감독은 이 장면을 길게 끌지 않습니다. 아다의 손이 천천히 옷감에 닿고, 카메라는 그 손을 가만히 따라갑니다. 대사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침묵.. 2026. 9. 22.
텃밭의 고구마와 아들의 직장 걱정 사이에서, 나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찬실이는 복도 많지》 × 에픽테토스 "네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 하는 한, 너는 노예다." 에픽테토스가 이 말을 했을 때, 그는 로마 제국에서 실제로 노예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는 텃밭에서 남편 전화를 받던 날 이 문장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텃밭 고구마와 아들 직장 걱정 사이에서, 내가 진짜 살고 있는 삶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2020년 김초희 감독이 연출한 장편 데뷔작입니다. 강말금, 윤여정, 윤승아, 배유람이 주연을 맡았고, 감독 자신의 실직 경험이 깊이 녹아 있습니다.찬실이가 잃은 것, 그리고 남은 것영화 프로듀서 찬실은 어느 날 갑자기 일을 잃습니다. 함께 일하던 감독이 술자리에서 급사하고, 준비 중이던 영화는 엎어집니다. 그녀가 잃은 건 직업만.. 2026. 9. 8.
퇴직 후 "지금 무슨 일을 하세요?"라는 질문 앞에서 —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과 정약용에게 묻다 명함을 처음 없애본 게 언제였습니까. 저는퇴직 다음 날 잘 사용하지 않았던 명함이었지만 서랍 한쪽에 있었던 명함 뭉치를 버리려다가, 그냥 서랍 안에 넣어두었습니다. 버리지도 못하고. 그 작은 종이 몇 장이 없어진다는 게 생각보다 훨씬 묵직했습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보다가 그 서랍속 명함 생각이 났습니다. 직함이 사람을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이 직함 없이도 충분한 것인지. 그 질문을 영화는 조용히, 그러나 아주 또렷하게 던집니다.커피를 타는 손이 장부를 꿰뚫는다2020년 개봉한 이종필 감독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만, 이 영화의 핵심은 결말의 반전이 아니라 세 여자의 일상에 있습니다.이자영, 유나, 보람. 셋 다 상고 .. 2026. 8. 20.
블랙 스완 (Black Swan) x 키에르케고르: 완벽을 향한 집착과 자아의 분열 오늘 계약이 끝났습니다. 짐을 챙겨 나오면서 저는 이상하게도 니나 생각을 했습니다. 발레리나 니나. 완벽한 백조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다가, 결국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그 여자. 퇴직 후 3년째, 몇 달짜리 계약직을 전전하면서 제가 느끼는 이 허전함이 꼭 그녀의 표정과 닮아 있었습니다. 뭔가를 열심히 했는데, 남은 것이 없는 것 같은 그 느낌. 《블랙 스완》을 다시 떠올린 건 그날 저녁이었습니다.무너지는 것들,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것이미 영화를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결말보다는 그 과정, 니나의 내면이 어떻게 갈라지는가를 따라가 보고 싶습니다.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2010년 이 영화를 세상에 내놓으면서 발레라는 장르를 선택했습니다. 발레는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 2026. 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