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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4

연락 없는 하루, 나는 아직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일까? 영화 《로맨틱 크라운》(영어: Larry Crowne)과 중년의 재출발, 그리고 삶의 리듬을 되찾는 철학 하루 종일 휴대 전화를 내려다봤습니다. 진동 한 번 없는 화면만 반복해서 확인하는 그 기분, 혹시 아시나요? 채용 담당자가 "개별 연락을 드리겠습니다"라고 했던 말이 아침부터 귓가에 맴돌았지만, 해가 기울도록 아무 소식이 없었습니다. 그 침묵 속에서 문득 떠오른 영화가 있었습니다. 톰 행크스가 감독하고 직접 주연한 2011년 영화 《래리 크라운》입니다.영화는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으니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오전 아홉 시, 래리는 해고 통보를 받는다회의실 문이 열리고, 래리 크라운은 자리에 앉습니다. 상사의 표정이 이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지만, 래리는 아직 눈치채지 못합니다. "우리 회사에서 당신보다 더 오래 일한 사람은 없습니다." 칭찬인지 통보인지 모를.. 2026. 10. 13.
오늘은 아들에게 전화하지 않았습니다 《패터슨》과 장자가 말하는 나의 하루 솔직히 저는 그날 오후까지도 전화할 생각이었습니다. 습관이 그랬으니까요. 퇴근 시간 즈음이면 자연스럽게 아들 생각이 났고, "오늘 저녁은 뭐 먹었니?"가 하루의 마침표처럼 붙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직을 하고 나서 그 습관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 하루가 없어진 자리에 아들의 하루가 들어와 있었던 겁니다.실직 후 생긴 이상한 습관, 분리불안처음에는 몰랐습니다. 직장을 잃고 나서 시간이 많아졌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더 바빠졌습니다. 일이 없으니 당연히 한가할 것 같은데, 오히려 아들에 대한 생각이 하루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밥은 먹었는지, 퇴근은 했는지, PC방에 간 건 아닌지.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이라고 부릅니다. 분리불안이란 애.. 2026. 8. 27.
인생의 목적지를 지나, 이제는 하루를 살아갑니다 《어바웃 타임》 ×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평범한 삶의 행복 시간여행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결국 선택한 것은 완벽한 하루가 아니라 평범한 하루를 다르게 바라보는 일이었습니다. 리처드 커티스 감독의 《어바웃 타임》이 단순한 로맨스 영화로 끝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흘려봤는데, 실직 이후 집으로 가는 어느 기차 안에서 이 영화가 불현듯 다시 떠올랐습니다.에피쿠로스가 말한 행복, 욕망이 아닌 아타락시아에피쿠로스는 쾌락주의자로 알려져 있지만, 그가 실제로 강조한 것은 전혀 달랐습니다. 기원전 4세기 그리스 철학자인 에피쿠로스는 아타락시아(ataraxia)를 행복의 핵심 조건으로 보았습니다. 여기서 아타락시아란 불필요한 불안과 동요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의 평온 상태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무언가를 더 갖고 싶은 욕망이 아니라, 지금 가진 것에서 불안을 걷.. 2026. 8. 13.
이제는 나에게로 돌아갈 시간 《오디세이》와 에픽테토스가 말하는 인생 후반의 귀환 실업신고를 마치고 나서 지인과 꿈에 그리던 예쁜 카페에 앉아 있는데, 이상하게 커피가 입에 들어가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손에 머그잔을 들고 있었는데 그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머릿속이 멍했습니다. 실직이 단순히 월급이 끊기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그 카페에서 처음 실감했습니다. 이 글은 그 이후 제가 겪은 일들과, 영화 한 편이 불안했던 저에게 던져준 질문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몸이 먼저 멈추라고 신호를 보냈습니다실업신고 다음 날, 개봉한 지 얼마 안 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를 혼자 관람했습니다. 영화관에서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갑자기 어지럼증이 왔고, 눈이 떨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손발도 저렸습니다.사실 그 증상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눈의 떨림은 이미 2주 가까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2026. 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