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요유3

남편은 자전거를 타고, 아들은 게임을 하고, 나는 캠핑을 갔습니다 《김씨 표류기》 × 장자 이번 주말, 저는 계곡 캠핑장에 있었고 아들은 PC방에 있었고 남편은 자전거 도로 어딘가에 있었습니다. 한 가족이 같은 날 전혀 다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 셈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예전의 저라면 이 상황 자체를 못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가족이 함께해야 가족답다는 생각, 그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주말이었습니다.소요유(逍遙遊)가 말하는 것: 각자의 리듬을 인정하는 법장자 철학에서 소요유(逍遙遊)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소요유란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본성에 맞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억지로 같은 모양에 끼워 맞추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고통이 커진다는 것이 장자 사상의 핵심입니다.저는 꽤 오래 이 고통 속에 있었습니다. 주말마다 아들과 .. 2026. 8. 29.
미나리는 왜 저절로 자랐을까? 《미나리》로 읽는 장자의 자연 철학 풀을 뽑으러 갔다가 철학을 만나고 왔습니다. 여름 한 철 비워둔 텃밭 앞에서, 저는 한동안 말을 잃었습니다. 제가 공들여 심은 씨앗들은 흔적도 없이 녹아내려 있었고, 아무도 돌보지 않은 잡초들은 제 키를 훌쩍 넘어 있었습니다. 그날 문득, 《미나리》의 한 장면이 겹쳐 보였습니다.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데 혼자 무성하게 자라던 그 초록빛 생명이요. 비닐 안에서 죽어가는 것들에 대하여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한 장면을 떠올려보고 싶습니다. 영화 후반부, 순자 할머니가 물가에 심어놓은 미나리가 무럭무럭 자라는 장면입니다. 비닐도 없고, 비료도 없습니다. 그저 습기가 있는 땅에 뿌리를 내렸을 뿐인데, 이 식물은 영화 안에서 가장 끝까지 살아남습니다.저는 그해 여름 귀농인의 집 텃밭에서 정반대의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2026. 7. 27.
장자 철학으로 본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멀티버스, 호접지몽, 자유) 평행 세계 속 '나'는 지금보다 더 행복할까요? 저는 퇴직 후 3년 차를 맞으며 이 질문을 수없이 되뇌었습니다. 30년 넘게 다닌 직장을 떠나며 "이제 자유다"라고 외쳤지만, 현실은 자녀 결혼 비용과 학원비를 마련하느라 정부 일자리와 직업상담사를 전전하는 저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와 장자 철학을 만났고, 저는 비로소 제가 살아온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헤매던 저에게, 장자는 "모든 길이 결국 하나의 흐름"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끊임없이 변하는 나, 멀티버스 속 자아저는 지금 제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공무원으로 30년을 근무한 사람인가요, 아니면 귀농을 꿈꾸며 체류형창업지원센터에서.. 2026.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