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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2

퇴직 후 "지금 무슨 일을 하세요?"라는 질문 앞에서 —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과 정약용에게 묻다 명함을 처음 없애본 게 언제였습니까. 저는퇴직 다음 날 잘 사용하지 않았던 명함이었지만 서랍 한쪽에 있었던 명함 뭉치를 버리려다가, 그냥 서랍 안에 넣어두었습니다. 버리지도 못하고. 그 작은 종이 몇 장이 없어진다는 게 생각보다 훨씬 묵직했습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보다가 그 서랍속 명함 생각이 났습니다. 직함이 사람을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이 직함 없이도 충분한 것인지. 그 질문을 영화는 조용히, 그러나 아주 또렷하게 던집니다.커피를 타는 손이 장부를 꿰뚫는다2020년 개봉한 이종필 감독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만, 이 영화의 핵심은 결말의 반전이 아니라 세 여자의 일상에 있습니다.이자영, 유나, 보람. 셋 다 상고 .. 2026. 8. 20.
가족을 위해 살다 보면 나는 어디에 있는가 《바튼 핑크》 × 실존주의 호텔 방 벽지가 천천히 부풀어 오릅니다. 뜨거운 습기에 풀이 녹아 벽에서 종이가 떨어지고, 바튼 핑크는 타자기 앞에 앉아 있습니다. 아무것도 써지지 않습니다. 그는 위대한 서민의 이야기를 쓰겠다고 다짐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정작 옆방 서민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멈췄습니다. 타자기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작가가 아니라, 가족이라는 역할에 지쳐버린 누군가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호텔방이라는 이름의 역할 감옥1991년 코엔 형제가 연출한 《바튼 핑크》는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한 극작가가 할리우드로 건너가 창작의 벽에 부딪히는 이야기입니다. 무대는 거의 한 곳, 얼스 호텔 621호실입니다.저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됐습니다. 불쾌할 만큼 답답하고, 이야기는 어.. 2026.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