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윤리3 손님을 맞이하고서야 알게 된 환대의 무게 — 《카모메 식당》,<안경>과 함께 살아가는 기술 손님이 돌아간 뒤 현관문을 닫는 순간, 이상하게도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반가웠다는 따뜻함과, 고됐다는 솔직한 피로감. 그 두 감정이 사실 모순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건, 헬싱키의 작은 일식당을 배경으로 한 영화 한 편을 다시 떠올리면서였습니다. 환대란 무엇인지, 그리고 관계를 지속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조용히 묻는 두 편의 영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 식당》(2006)과 《안경》(2007)을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밥 한 끼가 말하는 것들 — 환대의 무게를 처음 느낀 날어느 날 멀리 사는 지인이 찾아왔습니다.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가고,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이틀 동안 지역 곳곳을 함께 돌아다녔습니다. 배웅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가 처음으로 .. 2026. 10. 11. 죽고 싶다는 말을 들은 뒤, 부모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보통 사람들》과 돌봄윤리, 그리고 가족이 곁에 있는 방식 "죽고 싶다"는 말을 들은 뒤, 부모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아니, 더 정확하게 물어야겠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이 상대의 삶을 '해결해주는 것'과 같은 의미일 수 있을까요? 저는 한동안 그 둘을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1980년 로버트 레드포드의 영화 《보통 사람들(Ordinary People)》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사랑은 해결이 아니라 관계다 — 돌봄윤리와 캘빈의 무력함 사이에서명절 연휴가 끝나고 아들 차를 타고 지방으로 내려가던 길이었습니다. 차 안에서 아들은 회사에 가기 싫다는 말을 반복했고, 말투는 점점 날이 서 갔습니다. 운전 중 과속이 이어졌고,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기도 했습니다. 저는 옆자리에서 아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 아들이 말했습니.. 2026. 9. 28. 모두가 힘든데도 우리는 왜 명절에 모이는가 《걸어도 걸어도》와 공자의 예, 그리고 돌봄윤리 밥상 위에 생선이 놓입니다. 어머니가 아침부터 손질한 것입니다. 가족들은 별말 없이 젓가락을 듭니다. 그런데 그 생선이 놓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마음이 들어갔는지, 아무도 묻지 않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2008)를 보다가 저는 이 장면에서 멈췄습니다. 영화 속 식탁이 이번 추석 명절 시댁 밥상과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앉아 있고, 음식은 풍성하고, 그런데 어딘가 아무도 편하지 않은 그 공기.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먼저 영화를 감상하셔도 좋습니다.말하지 않은 것들이 식탁 위에 쌓인다영화는 딱 하루를 담습니다. 오래전 바다에서 세상을 떠난 장남 준페이의 기일, 남은 가족들이 부모 집에 모이는 하루입니다. 차남 료타는 재혼.. 2026. 9. 2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