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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철학3

첫 직장을 얻었다고 성장한 것일까 《부활남: 더 레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다음 소희》와 아리스토텔레스·센·아렌트의 노동 철학 첫 직장에 합격하면 그게 성장일까요. 아니면 성장은 그때부터 시작되는 걸까요. 《부활남: 더 레드》를 보고 극장 문을 나서면서 저는 한동안 이 질문을 놓지 못했습니다. 석환이 첫 출근하는 마지막 장면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는데, 어딘가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해피엔딩이라고 느끼면서도 동시에 '이제 시작인데'라는 말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그 찜찜함의 정체를 찾다 보니 두 편의 영화와 세 명의 철학자에게까지 닿게 됐습니다.영화의 후반부 장면을 다루는 내용이 포함됩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석환의 첫 출근이 불편했던 이유석환은 31세 취업준비생입니다. 2026년 9월 개봉한 《부활남: 더 레드》에서 그는 면접장마다 떨어지고, 급기야 습격을 받아 목숨을 잃습니다. 그런데 72시간 뒤 아무렇지 .. 2026. 10. 9.
일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내 자리를 찾는 일일까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와 하이데거·아렌트·헤겔의 노동 철학 일자리를 찾는다는 게 정말 '내 자리'를 찾는 일과 같을까요? 고용24 화면을 켜서 수백 개의 채용공고를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빈자리는 이렇게 많은데, 왜 저는 이 화면 앞에서 이렇게 막막한 걸까요. 이태겸 감독의 독립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2021)는 바로 그 막막함의 정체를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건드립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이 영화가 남긴 질문을 다시 꺼내보려 합니다.파견된 자리에서, 사람은 무엇을 먼저 찾는가영화 속 정은은 7년을 다닌 회사에서 어느 날 하청업체로 파견됩니다. 본인이 원한 게 아닙니다. 낯선 현장, 낯선 얼굴들 사이에서 정은이 제일 먼저 찾는 건 더 좋은 월급이 아닙니다. '내가 설 수 있는 자리'입니다.이 장면을 보면서 저는 솔직히 처음엔 그.. 2026. 10. 7.
왜 같은 산업재해는 반복되는가─ 《다음 소희》 × 한나 아렌트 사람이 죽는 일에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익숙해졌을까요. 컨베이어 벨트에 사람이 끼었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 저는 잠시 멈췄습니다. 충격 때문이 아니라, 충격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 그 무감각이 더 무서웠습니다. 영화 《다음 소희》는 바로 그 무감각의 구조를 들여다보는 작품입니다.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과 불교의 연기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 영화는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아무도 악인이 아닌데, 왜 한 사람은 무너졌을까영화 속 소희의 하루는 겉으로 보면 평범합니다. 출근하고, 실적을 채우려 애쓰고, 감정을 억누르며 전화를 받습니다. 소희를 망가뜨리는 사람은 따로 없습니다. 관리자는 그저 수치를 관리하고, 학교는 취업률을 신경 쓰고, 회사는 계약을 유지합니다. 각자 자기 역할.. 2026.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