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철학3 이 나이에 무슨 꿈이냐고 묻는다면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와 보부아르가 말하는 새로운 가능성 "이 나이에 무슨 꿈이야."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이상하게도 반박할 말이 금방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뭔가 억울하기도 한 그 기분.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를 보고 나서야 그 이상한 감각의 정체를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이미 영화를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스토리의 결말보다는 아다 해리스가 파리에서 마주한 장면들, 그 안에 숨어 있는 철학적 질문에 집중할 것입니다.아다가 드레스 앞에서 멈춘 이유1957년 런던, 가정부 아다 해리스는 고객의 옷장에서 크리스티앙 디올의 드레스를 발견합니다. 앤서니 페이비언 감독은 이 장면을 길게 끌지 않습니다. 아다의 손이 천천히 옷감에 닿고, 카메라는 그 손을 가만히 따라갑니다. 대사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침묵.. 2026. 9. 22. 인생의 목적지를 지나, 이제는 하루를 살아갑니다 《어바웃 타임》 ×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평범한 삶의 행복 시간여행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결국 선택한 것은 완벽한 하루가 아니라 평범한 하루를 다르게 바라보는 일이었습니다. 리처드 커티스 감독의 《어바웃 타임》이 단순한 로맨스 영화로 끝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흘려봤는데, 실직 이후 집으로 가는 어느 기차 안에서 이 영화가 불현듯 다시 떠올랐습니다.에피쿠로스가 말한 행복, 욕망이 아닌 아타락시아에피쿠로스는 쾌락주의자로 알려져 있지만, 그가 실제로 강조한 것은 전혀 달랐습니다. 기원전 4세기 그리스 철학자인 에피쿠로스는 아타락시아(ataraxia)를 행복의 핵심 조건으로 보았습니다. 여기서 아타락시아란 불필요한 불안과 동요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의 평온 상태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무언가를 더 갖고 싶은 욕망이 아니라, 지금 가진 것에서 불안을 걷.. 2026. 8. 13. 불합격했는데, 왜 마음 한쪽이 편해졌을까《인생은 아름다워》와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행복의 조건 수용소 안, 귀도는 아들의 눈을 피해 총살장으로 끌려가면서도 과장된 발걸음으로 걷습니다. 마치 우스꽝스러운 병사 흉내를 내듯이. 조슈아가 그 뒷모습을 보고 있다는 걸 알기에, 귀도는 끝까지 웃음을 연기합니다. 그 장면 앞에서 저는 한참 멈췄습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그 순간을 다시 생각해보려 합니다.그런데 저는 그날 유독 그 장면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미세먼지 감시원 채용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은 직후였거든요. 8개월 동안 일했던 자리였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탈락이었습니다. 이상한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몇 시간이 지나자 실망 아래에서 뭔가 후련한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그게 뭔지 몰라서 영화를 다시 켰고, 귀도의 뒷모습을 보다가 문득 에피쿠로스(Epicurus)가 떠.. 2026. 8.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