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웬델베리3

딸기 모종 하나를 양보하고 생각한 농부의 의미 《The Biggest Little Farm(위대한 작은 농장)》과 레오폴드의 대지윤리 딸기 모종 심기를 양보하면서 저는 멈췄습니다. 아주 작은 순간이었는데, 이상하게 오래 남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작두콩 봉지를 식탁에 올려두고 생각했습니다. 농부는 도대체 무엇을 만드는 사람일까. 농산물이라고 대답하면 맞습니다. 그런데 뭔가 부족합니다. 그 질문을 붙잡고 《The Biggest Little Farm(위대한 작은 농장》을 다시 떠올렸습니다.황무지에서 시작된 질문, 농장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존 체스터 감독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8년을 기록한 이 다큐멘터리는 2019년 미국에서 완성되었고, 한국에서는 2023년에 정식 개봉했습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영화 초반, 체스터 부부가 캘리포니아 남부의 황폐한 농지에 처음 발을 디디는 장면이 있습니다. 카메라는 갈라진 흙을 천천히.. 2026. 9. 20.
농촌에 내 일자리가 없는 것일까, 내 자리가 없는 것일까《로컬 히어로》와 삼돌이마을에서 생각하는 귀농의 의미 고용24 화면을 닫으며 저는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검색어를 바꿔가며 한 시간쯤 일자리를 찾았는데, 화면을 끄고 나서도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농촌에는 정말 나에게 맞는 일자리가 없는 걸까.' 그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다가, 그날 오후 귀농귀촌 교육에서 들은 영월 삼돌이마을 이야기와 뒤섞였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오래전에 본 영화 한 장면이 불쑥 떠올랐습니다. 빌 포사이스 감독의 1983년 영화 《로컬 히어로》였습니다.땅을 보던 사람이 장소를 보게 되기까지영화 속 주인공 맥은 미국 텍사스의 석유회사 직원입니다. 회사의 지시로 스코틀랜드 북부 해안 마을 퍼니스를 사들이러 갑니다. 처음 맥에게 그곳은 숫자로 환산할 수 있는 땅이었습니다. 몇 헥타르인지, 얼마를 제시하면 계약이 성사될지 계산하.. 2026. 9. 19.
달빛아레, <시네마 천국>, 떠남과 뿌리 사이 — 지역소멸의 도시에서 영화음악을 들으며 시몬 베유와 웬델 베리에게 '남는 일'의 의미를 묻다 영사실에서 흘러나온 빛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순간, 어른이 된 토토는 혼자 앉아 울고 있었습니다. 알프레도가 남긴 필름 한 통. 수십 년 전 신부의 손에 잘려 나간 키스 장면들을 몰래 이어 붙인 그것. 저는 그 장면에서 멈췄습니다. 그가 흘리는 눈물이 성공한 감독의 감동이 아니라, 무언가를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버린 사람의 얼굴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뿌리내림과 뿌리 뽑힘, 떠남과 남음 사이에서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서 본 그 자리.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그 자리를 천천히 다시 들여다보려 합니다.알프레도는 왜 "돌아오지 말라"고 했을까영화 속에서 알프레도는 고향 마을을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 땅은 저주받았다." 그러면서 청년 토토에게 단호하게 이릅니다. 돌아오지 말라고, 우리를 생각.. 2026. 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