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테토스7 아들이 직장 다녀와서 게임만 하겠다고 한다면 《굿 윌 헌팅》과 에픽테토스가 말하는 부모의 거리 부모가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해주는 것이 정말 사랑일까요? 저는 최근에 이 질문 앞에서 꽤 오래 멈춰 섰습니다. 직장을 다니는 아들이 "이제 다 그만두고 게임이나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저는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습니다. 걱정과 답답함이 동시에 몰려왔고, 그 감정들 사이에서 《굿 윌 헌팅》과 에픽테토스가 떠올랐습니다.게임만 하겠다는 아들, 그 말 뒤에 무엇이 있을까아들은 월세 일부를 지원받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사회복지사 과정도 병행하고, 컴퓨터활용능력 시험도 준비하고, 수영도 새로 시작했습니다. 겉에서 보면 꽤 열심히 살고 있는 청년이었습니다.그런데 어느 날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내려놓겠다고 한 겁니다.저는 처음엔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세도 지원해주.. 2026. 8. 26. 좋은 직장을 왜 싫어할까 《노인과 바다》 × 에픽테토스가 말하는 부모의 걱정과 내려놓음 아들이 인센티브 선정 문자를 받고 나서 바로 "이거 받고 그만두고 싶다"고 톡을 보내왔을 때, 저는 한참 동안 답장을 못 했습니다. 정규직에 월세 지원까지 받는 직장인데 왜 싫다는 건지, 솔직히 처음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제가 보는 것과 아들이 보는 것이 애초에 달랐던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통제 가능성 — 부모가 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퇴직하고 나서 시간이 생기니 오히려 자녀 걱정이 는다는 말이 있는데, 저도 정확히 그 상황입니다. 직장에 다닐 때는 제 일에 치여서 아들 걱정을 깊이 할 여유가 없었는데, 지금은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니 걱정도 함께 늘었습니다.부모 입장에서 아들 직장의 조건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정규직 고용 형태회사 제공 월세 지원일정 근속 후 지자체 인.. 2026. 8. 25. 인생의 목적지를 지나, 이제는 하루를 살아갑니다 《어바웃 타임》 ×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평범한 삶의 행복 시간여행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결국 선택한 것은 완벽한 하루가 아니라 평범한 하루를 다르게 바라보는 일이었습니다. 리처드 커티스 감독의 《어바웃 타임》이 단순한 로맨스 영화로 끝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흘려봤는데, 실직 이후 집으로 가는 어느 기차 안에서 이 영화가 불현듯 다시 떠올랐습니다.에피쿠로스가 말한 행복, 욕망이 아닌 아타락시아에피쿠로스는 쾌락주의자로 알려져 있지만, 그가 실제로 강조한 것은 전혀 달랐습니다. 기원전 4세기 그리스 철학자인 에피쿠로스는 아타락시아(ataraxia)를 행복의 핵심 조건으로 보았습니다. 여기서 아타락시아란 불필요한 불안과 동요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의 평온 상태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무언가를 더 갖고 싶은 욕망이 아니라, 지금 가진 것에서 불안을 걷.. 2026. 8. 13. 〈쇼생크 탈출〉과 에픽테토스 — 감옥 안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 모차르트의 아리아가 교도소 전체에 울려 퍼지는 장면을 처음 봤을 때, 저는 한동안 숨을 참았습니다. 앤디 듀프레인이 방송실 문을 잠그고 마이크 앞에 앉아 레코드판을 올려놓는 그 몇 초 동안, 화면 너머의 저도 무언가에 잠기는 느낌이었습니다. 죄수들이 마당 한가운데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 장면. 음악이 뭔지도 모를 텐데 모두가 잠시 다른 곳에 가 있는 표정. 〈쇼생크 탈출〉은 바로 그 순간에 질문을 던집니다. 저 사람들은 지금 자유로운가, 아닌가.감옥이 빼앗을 수 없는 것1994년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스티븐 킹의 중편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이 영화는, 지금 돌아봐도 탈옥 영화라는 장르 안에 가두기가 민망합니다. 물론 앤디는 탈출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2시간 넘게 공들이는 것은 그 탈출의 순간이 .. 2026. 6. 23. 왜 우리는 평범한 하루를 견디며 살아가는가《퍼펙트 데이즈》 × 스토아 철학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왜 인생의 전환기에는 이유 없는 불안이 찾아오는가《퍼펙트 데이즈》가 중장년 세대에게 유독 깊게 남는 이유스토아 철학은 왜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내려놓으라고 말하는가계약 종료·재취업·새로운 업무 앞에서 인간은 무엇으로 버티는가평범한 하루가 삶의 의미가 될 수 있는 이유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 중장년층(40~64세)의 사직 및 퇴직 사유 1위는 경영상 해고나 계약 종료 등 '비자발적 조기 퇴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현실은 늘 매서운 칼바람 같기만 합니다.저 역시 최근 귀농귀촌을 목표로 지역을 탐방하던 중, 단기간 일했던 민간점검원 계약이 종료되었습니다. 시원섭섭함도 잠시, 다음 날 아침 출근 점퍼와 가방이 방구석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 2026. 6. 1. 마션으로 보는 스토아 철학: 흔들리지 않는 삶의 태도 살아가면서 제 마음대로 안되는 것 중 하나가 자식문제였습니다. 퇴직 후 자식과의 갈등으로 지방으로 내려와 혼자 지내다 보니, 마치 화성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때 예전에 보았던 영화 마션을 다시 보면서 스토아 철학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통로가 되었습니다.통제할 수 없는 것을 내려놓는 연습10년을 기다렸습니다. 자식이 스스로 일어서기를 바라면서, 퇴직 후에도 민간점검원 일을 하며 생활비를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지원이 끊기자 자식은 방에서 나오지 않았고, 저는 매일 그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울화가 치밀었습니다. 결국 제가 귀농귀촌을 선택한 건 도망이 아니라 생존이었습니다.스토아 철학에서는 이것을 통제의 이분법(Dichotomy of Control)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통.. 2026. 4. 24. 마션으로 보는 스토아 철학 (통제론, 감정관리, 실천) 화성에 홀로 남겨진 한 우주비행사가 감자를 재배하며 생존 확률을 높여가는 이야기. 영화 《The Martian》을 처음 봤을 때 저는 단순한 SF 생존기가 아니라 고대 스토아 철학의 현대적 구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 마크 와트니가 보여준 태도는 에픽테토스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강조한 핵심 원리를 정확히 따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통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의 구분스토아 철학의 핵심 명제는 명확합니다. "우리에게 달린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라." 에픽테토스는 《엥케이리디온》에서 이를 스토아 사상의 출발점으로 제시했습니다. 여기서 '통제 가능한 것(ta eph'hemin)'이란 자신의 판단, 선택, 행동을 의미하며, 통제 불가능한 것은 외부 사건, 타인의 반응, 결과를 뜻합니다(출처: .. 2026. 2. 2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