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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다이모니아5

취업박람회에서는 늦었다고 했지만, 배움에는 늦은 나이가 없었다 《오마주》와 아렌트·보부아르·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다시 시작하는 삶 어느 날 오전에는 새 기술을 배우며 설레고, 오후에는 취업박람회에서 조용히 낙담했습니다. 같은 날, 같은 몸으로 겪은 두 가지 감정이었습니다. 그 간극 속에서 신수원 감독의 영화 《오마주》가 불쑥 떠올랐습니다. 지완이라는 중년 여성 감독이 낡은 필름 앞에서 다시 카메라를 바라보는 장면처럼, 저도 그날 무언가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취업박람회와 영상 실습 사이에서, 하루에 두 개의 나를 만났습니다그날 아침은 지역 축제 현장에서 시작됐습니다. 자원봉사센터 유튜브 크리에이터 과정의 첫 실습이 있었습니다. 강사님이 알려준 대본을 들고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밀었는데, 막상 해보니 인터뷰 하나가 이렇게 어색할 줄 몰랐습니다. 결국 대본을 살짝 벗어나 제 방식대로 찍었고, 편집을 마치고 나서는 아쉬운 장면이 눈.. 2026. 10. 8.
아들은 자격증보다 먼저 어른이 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어바웃 타임》과 부모가 자녀를 바라보는 법(아리스토텔레스, 칸트, 에픽텍토스) 자녀가 어른이 되었다는 걸 증명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자격증 한 장, 통장 잔액, 아니면 안정적인 직함? 저는 한동안 그런 것들로만 아들의 성장을 가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중국집 저녁 한 끼를 계기로 멈칫했습니다. 그 멈칫함이 결국 《어바웃 타임(About Time, 2013)》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보다,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시간을 돌릴 수 있어도 바꾸지 못하는 것리처드 커티스 감독이 2013년에 내놓은 이 영화에서 주인공 팀은 스물한 살이 되던 날, 아버지로부터 가문의 비밀을 듣습니다. 남자들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것. 처음에 팀은 그 능력을 사랑을 얻는 데 씁니다. 어색했던 첫 만.. 2026. 10. 4.
퇴직 후 풍요로움은 언제 시작되는가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과 아리스토텔레스, 장자의 소요유 명절이 끝나고 저는 도심의 구직자 취업역량교육장을 가기위해 남편이 있는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 앞에서 이상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퇴직하면 쉬게 될 줄 알았는데, 왜 이 사람들은 더 바쁘게 사는 걸까. 그리고 왜 나는 그 바쁨이 부러우면서도 내 바쁨은 다르게 느껴지는 걸까. 그 질문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영화가 떠올랐습니다.광고는 아름다웠고, 현실은 낡아 있었다노부인 에블린이 자이푸르 공항을 나서는 장면을 기억하십니까. 브로셔 속 호텔은 하얀 아치와 푸른 타일로 빛나고 있었는데, 눈앞에 펼쳐진 건물은 벽이 허물어지고 전기가 들어왔다 나갔다 했습니다. 존 매든 감독의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2011)은 바로 그 순간, 은퇴에 대한 우리의 기대를 정직하게.. 2026. 9. 30.
이 나이에 무슨 꿈이냐고 묻는다면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와 보부아르가 말하는 새로운 가능성 "이 나이에 무슨 꿈이야."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이상하게도 반박할 말이 금방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뭔가 억울하기도 한 그 기분.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를 보고 나서야 그 이상한 감각의 정체를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이미 영화를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스토리의 결말보다는 아다 해리스가 파리에서 마주한 장면들, 그 안에 숨어 있는 철학적 질문에 집중할 것입니다.아다가 드레스 앞에서 멈춘 이유1957년 런던, 가정부 아다 해리스는 고객의 옷장에서 크리스티앙 디올의 드레스를 발견합니다. 앤서니 페이비언 감독은 이 장면을 길게 끌지 않습니다. 아다의 손이 천천히 옷감에 닿고, 카메라는 그 손을 가만히 따라갑니다. 대사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침묵.. 2026. 9. 22.
나는 누구를 위해 농사를 짓는가 《라이더》(The Rider)와 에피쿠로스가 묻는 노동과 행복의 의미 저는 그 장면에서 손을 멈췄습니다. 브래디가 다 나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다시 말 위에 오르려는 순간이었습니다. 말을 탈 수 없다면 자신이 누구인지 설명할 수 없다는 듯이. 그 눈빛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이런 질문이 입 밖으로 나왔습니다.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없어지면, 나는 누구인가?"클로이 자오 감독의 《라이더》(The Rider, 2017)는 화려한 사고 실험이 아닙니다. 실존했던 카우보이의 이야기를 거의 다큐멘터리처럼 찍은 영화입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그 질문을 따라가 보려 합니다.일을 잃은 사람은 무엇을 잃는가브래디는 로데오 카우보이입니다. 낙마 사고로 두개골에 금속판이 박힌 뒤 의사는 다시 타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영화가 진짜로 묻는 것은 신체적 위험.. 2026. 9.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