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2 왜 같은 산업재해는 반복되는가─ 《다음 소희》 × 한나 아렌트 사람이 죽는 일에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익숙해졌을까요. 컨베이어 벨트에 사람이 끼었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 저는 잠시 멈췄습니다. 충격 때문이 아니라, 충격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 그 무감각이 더 무서웠습니다. 영화 《다음 소희》는 바로 그 무감각의 구조를 들여다보는 작품입니다.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과 불교의 연기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 영화는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아무도 악인이 아닌데, 왜 한 사람은 무너졌을까영화 속 소희의 하루는 겉으로 보면 평범합니다. 출근하고, 실적을 채우려 애쓰고, 감정을 억누르며 전화를 받습니다. 소희를 망가뜨리는 사람은 따로 없습니다. 관리자는 그저 수치를 관리하고, 학교는 취업률을 신경 쓰고, 회사는 계약을 유지합니다. 각자 자기 역할.. 2026. 6. 9. "비산먼지 자욱한 현장에서 읽는 '노동 소외':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와 나의 닮은꼴 하루" 봄철이면 미세먼지 '나쁨' 수치가 일상이 된 계절, 저는 매일 아침 측정 장비와 근무일지를 챙겨 현장으로 나섭니다. 하지만 지난주, 그 익숙했던 점검 현장에서 거대한 덤프트럭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비산먼지가 자욱해 앞이 보이지 않았다던 트럭 운전사의 말처럼, 병원 침대에 누워 마주한 제 삶의 풍경 또한 안개 속 같았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뒤 제가 던진 첫 질문은 지독하리만큼 실존적이었습니다. "이 반복되는 시스템 속에서 나는 과연 무엇을 하는 존재인가?"매일 같은 경로를 돌며 비산먼지 수치를 기록하고 사진을 찍는 일상은,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예찬했던 '분업의 효율성'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반복되는 노동은 어느새 저를 거대한 .. 2026. 4. 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