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부버4 가족은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다시 말을 거는 곳이다 《남매의 여름밤》과 아리스토텔레스, 부버의 관계 철학 여름밤, 할아버지 집 평상에 가족들이 모여 앉아 있습니다. 대단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아닙니다. 부채 하나 들고 더위를 쫓으면서, 서로 건성으로 대꾸하면서, 그냥 그 자리에 있습니다. 그 장면을 보다가 저는 이상하게 눈이 뜨거워졌습니다. 무언가를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그냥 같은 공간에 앉아 있는 것, 그게 왜 이렇게 낯설고 동시에 그리웠을까요.이미 영화를 보신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가려 합니다. 스포일러보다는 그 장면이 남긴 감정에 집중해서요.함께 있는 시간이 왜 이렇게 어색해졌을까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2020)은 옥주와 동주 남매가 아버지와 함께 할아버지의 오래된 2층 양옥집에서 여름을 보내는 이야기입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고모도 함께 지냅니다. 104분 동안 거대한 사건은.. 2026. 10. 5. 《묻어둔 여름》 × 미셸 푸코: 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이라고 말하는가 평일 아침에 극장에 앉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날 저를 조금 낯선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이 보였고, 다들 저처럼 조용히 앉아 스크린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시간에 극장에 있으면 안 되는 건 아닌데, 왜 이렇게 어색하지?' 그 작은 의문이 영화가 끝난 뒤 훨씬 더 큰 질문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누구의 허락을 받아 살아가고 있는 걸까요.스캔들이 아니라 시선이 그들을 무너뜨렸다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들은 영화를 먼저 보신 뒤 이 글로 돌아오셔도 좋습니다.1810년, 에든버러의 두 여성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살아갑니다. 그들이 누군가를 해친 것도, 법을 어긴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학생 하나가 두 사.. 2026. 9. 5. 가족도 결국 서로 다른 한 사람을 만나는 관계다《우리들》 × 마르틴 부버 저는 오랫동안 가족이란 주말에는 함께 있어야 완성되는 존재라고 믿었습니다. 주말에 남편이 자전거를 타러 나가면 왠지 섭섭했고, 아들이 혼자 게임을 하고 있으면 무언가 잘못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영화 한 편이 그 생각을 조용히 흔들어 놓았습니다.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은 초등학생들의 이야기인데, 보고 나서 제 머릿속에 남은 건 아이들이 아니라 저 자신이었습니다.피구 게임과 가족 안에서 '역할'로 존재하는 것《우리들》에는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습니다. 체육 시간, 피구 팀을 나누기 위해 아이들이 하나씩 선택받는 장면입니다. 주인공 선은 마지막까지 지목되지 못하다가 어쩔 수 없이 팀에 끼게 됩니다. 팀 안에서도 선은 눈치를 살피며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밟지도 않은 선을 밟았다는 이유로.. 2026. 8. 30. 할 일이 없어진 날, 다시 찾아간 곳에서 사람을 만났습니다 《리틀 포레스트》 × 장자 × 마르틴 부버 할 일이 없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으십니까. 바쁘게 살아온 사람일수록 그 순간이 더 낯설고 불안합니다. 저는 어느 아침, 비가 쏟아지는 창밖을 바라보며 그 질문 앞에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텃밭에도 갈 수 없고, 특별히 해야 할 일도 떠오르지 않는 날. 귀농은 어렵고 귀촌여건도 안되고 직업을 갖기도 불가능한 지금, 정체성의 혼란 중에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다시 떠올린 건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묻는 핵심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속도로 살고 있습니까?"혜원의 귀향이 도망이 아닌 이유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영화의 줄거리보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작은 질문들이 오늘의 주제입니다.주인공 혜원은 도시에서의 삶을 잠시 내려놓고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처음 그 장.. 2026. 8. 2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