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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고르2

남을 것인가, 떠날 것인가 《가능한 사랑》과 아리스토텔레스/키르케고르가 묻는 귀농의 선택 고구마를 다 캐고 난 뒤 텅 빈 밭을 바라보다가, 저는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흙만 남은 밭이 이상하게도 지금 제 삶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뭔가 끝났는데, 다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그 상태. 귀농인의 집 계약이 끝나가고, 월세 집이 나왔다는 소식이 왔고, 구직도 뜻대로 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 복잡한 마음 속에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영화 뉴스처럼 흘려들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 소식이 저를 한 시간 넘게 붙잡아두었습니다. 이창동이 선택한 새로운 길,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지혜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부부와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가 만나면서 서로의 삶과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입니다. 노동, 계급, 관계의 균열을 다룬다고 하.. 2026. 9. 15.
First Reformed로 보는 키르케고르의 실존 회복 (신앞의 단독자, 불안, 도약) 솔직히 저는 제 SNS 프로필을 꾸미면서 제가 누구인지 고민한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여러 오픈채팅방마다 다른 닉네임을 쓰고, 상황에 맞춰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면서도 그게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올린 글의 조회수가 나오지 않거나 반응이 없을 때 느껴지는 그 불안함은 대체 뭘까요? 키르케고르가 말한 '신 앞에 선 단독자(The Single Individual)'라는 개념을 접하면서, 제가 겪던 그 불안의 정체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군중 속에 숨어 살면서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 잊고 살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실존적 불안의 진짜 의미키르케고르 철학에서 불안(Angst)은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이 아닙니다. 여기서 불안이란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느끼.. 2026.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