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행합일3 "박물관 100곳보다 중요한 것" : 닥터 스트레인지와 의천의 '교관겸수'로 본 배움의 균형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모 특유의 조급함이 생기곤 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주말마다 체험학습이라는 명목으로 전국 방방곡곡의 유적지와 박물관을 유랑하듯 다녔죠. 하지만 몇 년 뒤, 아이들에게 그때의 기억을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어디를 갔다 왔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나요."라는 말이었죠.그때 깨달았습니다. 무작정 발품을 팔아 경험만 쌓는다고 해서 그것이 온전히 아이들의 배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요. 이론 없는 경험은 공허하고, 경험 없는 이론은 맹목적이라는 말이 뼈저리게 다가왔습니다. 문득 고려 시대 대각국사 의천(義天)이 강조했던 '교관겸수(敎觀兼修)'의 가르침이 떠오른 것은 바로 그 지점이었습니다.영화 속 주인공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2026. 3. 20.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기로 했다" : 영화 <예스 맨>과 정제두 양명학의 '지행합일' 요즘은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영월이 인기 명소가 되어 사람들이 발을 디딜 틈이 없어졌는데요. 한편 항상 역사의 한 힉을 긋고 있는 곳이 강화도인데 최근 상대적으로 사람들 발길이 틈한 면이 있어 얼마 전 바람을 쐬러 나선 강화도 나들이길에 우연히 강화박물관을 들렀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조선 사상사의 이단아라 불리는 하곡 정제두의 흔적을 발견하고 묘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당시 주류였던 성리학의 견고한 벽을 깨고 "내 마음이 곧 진리"라고 외쳤던 그의 파격적인 선택이, 재취업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망설이던 제 모습과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중국의 왕양명 사상을 조선의 토양에 맞게 꽃피운 정제두의 양명학은 단순히 이론에 머무는 학문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의 철학을 곱씹으며 문득 짐 캐리 주연의 영화 .. 2026. 3. 19. 왕양명과 스파이더맨 (지행합일, 실천철학, 양심) 알면서 행동하지 않는다면 정말 아는 것일까요? 명나라 철학자 왕양명(王陽明)이 던진 이 질문은 500년이 지난 지금도 날카롭습니다. 놀랍게도 영화 스파이더맨의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대사가 왕양명의 지행합일(知行合一) 철학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저 역시 자녀 교육을 하면서 이 철학의 진짜 의미를 뒤늦게 깨달았습니다.지행합일이란 무엇이고 왜 스파이더맨과 연결되는가지행합일(知行合一)은 왕양명 심학(心學)의 핵심 개념입니다. 여기서 심학이란 마음의 철학을 뜻하는데, 외부 세계보다 내면의 도덕적 직관을 중시하는 사상 체계입니다. 왕양명은 앎(知)과 실천(行)이 분리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진정으로 안다면 반드시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이 철학은 당시 주자학(朱子學)의 선지후행(先知後行).. 2026. 3.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