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위기2 동창은 NASA에 갔다 왔고, 나는 실업 상태였습니다 《어바웃 슈미트》 × 에픽테토스 퇴직 후 텅 빈 사무실 같은 집에 홀로 앉아 있는 남자. 잭 니콜슨이 연기한 워렌 슈미트는 마지막 퇴근을 마치고 돌아온 첫날 밤, 딱히 할 일이 없습니다. 30년 넘게 일한 보험회사는 아무 문제 없이 그 없이도 잘 돌아가고 있었고, 후임자는 정중하게 그를 돌려보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그 표정을 지은 적이 있다고.오랜 친구를 만난 자리에서 동창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눈에 띄지 않던 친구인데, 지금은 서울의 유명 대학 교수가 되어 NASA까지 다녀왔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제 마음은 축하보다 먼저 아래로 가라앉았습니다. 저는 그날 실업 상태였거든요.직업이 사라지면, 나도 사라지는 걸까워렌 슈미트의 가장 큰 고통은 실직이 아닙니다. 그는 정년.. 2026. 8. 31. 과거의 나에 붙잡혀 있는가? 영화 더 레슬러로 보는 니체의 자기 재창조 솔직히 저는 퇴직 직후 꽤 오랫동안 제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습니다. 귀농귀촌 교육을 받으러 지방에 내려가서 강한 햇볕에 타들어 가는 와중에도, 도시에서 만난 지인이 "부장님"이라고 부르면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으니까요. 영화 더 레슬러의 주인공 랜디 램과 제가 다르지 않았던 것입니다. 과거의 직함과 현재의 일상 사이에서 정체성이 쪼개지는 그 불편한 감각, 이 글은 그 이야기입니다.정체성 고착화가 왜 위험한가영화 더 레슬러(The Wrestler, 2008)에서 주인공 랜디 램은 전성기가 지난 뒤에도 레슬링 링 위에서만 자신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의사에게 심장 수술을 권고받고도, 딸과의 관계를 회복할 기회가 생겨도, 그는 결국 링으로 돌아갑니다. 이 행동은 단순한 고집이 아닙니다. 심리.. 2026. 5. 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