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정체성2 블랙 스완 (Black Swan) x 키에르케고르: 완벽을 향한 집착과 자아의 분열 오늘 계약이 끝났습니다. 짐을 챙겨 나오면서 저는 이상하게도 니나 생각을 했습니다. 발레리나 니나. 완벽한 백조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다가, 결국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그 여자. 퇴직 후 3년째, 몇 달짜리 계약직을 전전하면서 제가 느끼는 이 허전함이 꼭 그녀의 표정과 닮아 있었습니다. 뭔가를 열심히 했는데, 남은 것이 없는 것 같은 그 느낌. 《블랙 스완》을 다시 떠올린 건 그날 저녁이었습니다.무너지는 것들,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것이미 영화를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결말보다는 그 과정, 니나의 내면이 어떻게 갈라지는가를 따라가 보고 싶습니다.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2010년 이 영화를 세상에 내놓으면서 발레라는 장르를 선택했습니다. 발레는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 2026. 8. 1. "알고리즘이 설계한 욕망, 나의 진심은 어디에 있는가: 아도르노와 <퍼펙트 블루>" 포인트를 준다는 앱 광고를 무심코 클릭했을 뿐인데, 며칠 뒤 저는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상품을 결제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분명 제가 먼저 필요해서 찾았던 물건이 아니었음에도, 어느새 그것은 제 삶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둔갑해 있었습니다. 누군가 제 머릿속에 들어와 욕망의 스위치를 몰래 켜고 간 듯한 이 섬뜩한 기분, 아마 여러분도 한 번쯤 느껴보셨을 겁니다. 독일의 철학자 테오도르 아도르노(Theodor Adorno)는 일찍이 이러한 현상을 '문화산업(Culture Industry)'이라는 개념으로 꿰뚫어 보았습니다. 그는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문화와 예술이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는 규격품처럼 변질되었으며, 이것이 대중의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킨다고 경고했죠. 알고리즘이 떠먹여 주.. 2026. 4. 1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