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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평범성3

왜 권력은 생각하는 청년을 두려워할까─ 《박열》 × 한나 아렌트 재판정에서 박열은 조선 옷을 입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하나의 선언이었습니다. 굴복하지 않겠다는, 당신이 정의한 세계 안으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이상하게도 법정이 아니라 철학 강의실을 떠올렸습니다. 박열이 권력을 심판받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본질을 해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재판정의 박열, 아렌트가 말한 '생각하는 인간'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독립운동 서사 정도로만 받아들였습니다. 두 번째로 봤을 때, 재판 장면이 완전히 다르게 읽혔습니다. 일본 제국의 검사들이 박열을 심문하는 동안, 정작 당황한 쪽은 권력이었습니다. 그는 답을 숨기거나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질문을 되돌려 보냈습니다. 왜 국가는 인간의 사상을 두려워하는가, 라고.한나 .. 2026. 6. 11.
전쟁은 왜 인간성을 무너뜨리는가《태극기 휘날리며》 × 한나 아렌트 전쟁 영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학창시절 군사독재 정권 아래서 반공 영화를 의무적으로 봐야 했던 기억 때문인지, 총성과 폭발이 반복되는 화면 앞에서 저는 어느 순간 감정이 차갑게 닫히는 걸 느낍니다. 그런데 《태극기 휘날리며》를 처음 다시 꺼내 보던 날 밤, 저는 화면을 끄지 못했습니다.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전투 장면이 아니라, 사람이 변해가는 장면이.감독이 숨긴 철학적 코드: 평범한 얼굴의 괴물솔직히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형제의 비극에만 집중했습니다. 형 진태가 점점 전쟁 기계처럼 변해가는 과정을, 저는 그저 전쟁이 낳은 안타까운 개인사 정도로 읽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다시 보니, 강제규 감독이 훨씬 더 불편한 질문을 화면 깊숙이 묻어두고 있었습니다.진태는 처음부터 폭력적인 인물이 아닙니.. 2026. 6. 3.
왜 평범한 사람은 역사를 움직이게 되는가 — 택시운전사로 보는 한나 아렌트의 철학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왜 택시운전사가 단순한 역사 영화가 아닌지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침묵은 왜 중립이 아닐 수 있는지평범한 인간이 역사를 움직이는 이유민주주의가 왜 끊임없이 지켜져야 하는 가치인지 솔직히 저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도록 5.18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1980년 5월, 중학교 3학년 수업 중 라디오에서 긴급 방송이 흘러나왔고 "전남 광주에서 폭동이 발생해 비상계엄이 발효된다"는 말만 들렸습니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면서 그 시절 제가 얼마나 아무것도 몰랐는지, 아니 알 수 없도록 차단되어 있었는지를 새삼 실감했습니다.악의 평범성 — 괴물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 만든 폭력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정치철학자.. 2026. 5.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