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2 부처님 오신날 《신과함께》로 읽는 업(業)과 실존의 심판 처음 《신과함께》를 극장에서 봤을 때,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화려한 CG 판타지로 소비하고 나왔습니다. 저승 차사가 등장하고, 불꽃이 튀는 지옥 법정이 펼쳐지는 장면들은 분명 볼거리가 풍부했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소방관 김자홍이 재판정에서 자신의 기억과 마주하는 그 표정이었습니다. 지옥의 스케일이 아니라 그 얼굴이 오래 남았습니다. 다시 보고 나서야 이 영화가 묻고 있는 것이 "어디서 벌 받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는가"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저승 법정이라는 거울 — 업(業)의 구조와 영화의 뼈대불교에서 업(業, karma)이란 단순히 "착하게 살면 복 받는다"는 통속적 의미가 아닙니다. 업이란 인간이 몸과 말과 마음으로 행한 모든 의도적 행위의 총체.. 2026. 5. 24. "되돌릴 수 없는 판결의 무게" : 영화 <심판>과 베카리아의 사형제 폐지론 대한민국은 법적으로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1997년 이후 단 한 건의 집행도 하지 않은 '사실상 사형 폐지국'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뉴스에서 흉악범죄 보도가 나올 때마다 피해자의 고통에 감정이입 하며 "왜 저런 자들을 사형시키지 않는가"라고 분개하곤 했던 평범한 시민이었습니다. 정의는 곧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아주는 것이라 믿었죠.그러던 어느 날,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다 수십 년 만에 재심으로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된 한 노인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사형이 집행되었다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겠지요"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그를 보며, 저는 등 뒤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인간의 판단이 가진 '오류의 가능성'을 간과했던 제 확신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었는지 깨달.. 2026. 3. 2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