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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중심주의3

폭염이 지나간 텃밭에서 기후위기를 만났습니다 《2040》 × 폴 W. 테일러 × 알도 레오폴드 우리는 자연을 소유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잠시 빌려 쓰고 있는 걸까요. 이 질문이 이상하게 느껴진다면, 어쩌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겨온 건지도 모릅니다. 2019년 호주 감독 데이먼 가모가 만든 다큐멘터리 《2040》을 보고 나서, 저는 이 질문을 텃밭에 들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폭염과 폭우 사이에서 뜻밖의 답을 만났습니다.풀도 살고 싶었을 것이다 — 생명중심주의가 텃밭에서 말을 걸다솔직히 처음엔 그냥 짜증이 났습니다.폭염이 지나간 텃밭에 오랜만에 내려갔더니, 정성껏 키우던 작물들은 말라버린 채였고 그 자리에 잡초만 무릎 높이로 자라 있었습니다. 다시 씨앗을 심고, 친구에게 얻어온 배추 모종에 물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폭우가 쏟아졌고, 다시 찾아간 밭에서는 씨앗이 싹.. 2026. 9. 2.
"먼 나라의 전쟁과 우리 집 앞의 불길" : <아웃 오브 아프리카>와 레오폴드의 대지 윤리로 다시 쓰는 점검 일지" 예전의 저에게 환경이란 그저 막연한 배경에 불과했습니다. 미세먼지 민간점검원이라는 소명을 얻기 전까지, 발밑의 흙이나 굴러다니는 돌멩이는 그저 '말 없는 자연'일 뿐이었죠. 하지만 산업단지의 뿌연 하늘 아래 서서 차가운 대기질 측정기를 손에 쥐었을 때, 저는 비로소 대지가 우리에게 보내는 고통스러운 신호를 읽어내기 시작했습니다.영화 의 주인공 카렌은 광활한 아프리카의 땅을 소유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저 역시 인간이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한 착각 속에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생태학자 알도 레오폴드(Aldo Leopold)가 제시한 '대지 윤리(Land Ethics)'를 만난 후, 그 믿음은 산산조각 났습니다. 레오폴드는 인간이 대지의 정복자가 아니라 그저 공동체의 '평범한 구성원.. 2026. 4. 1.
"잡초도 주인공인 우주" : <월-E>의 새싹과 테일러의 생명 중심주의 일반적으로 환경보호는 '인간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미세먼지 민간점검원으로 일하며 삭막한 공사장 구석, 시멘트 가루를 뚫고 올라온 이름 모를 잡초 한 포기를 마주했을 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그 작은 생명은 결코 인간의 활동을 위한 배경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죠.겨우내 얼어붙었던 카페 앞 목련나무에서 꽃망울이 터지는 경이로운 순간을 보며, 저는 영화 속 폐허가 된 지구에서 발견된 단 하나의 '장화 속 새싹'을 떠올렸습니다. 그 새싹은 단순히 산소를 만드는 기계가 아니라, 생존을 향해 처절하게 팔을 뻗는 하나의 '우주'였습니다. 특히 귀농귀촌 후 작은 텃밭을 가꾸며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뽑아내도 봄만 되면 어김없이 고개를 내미는 풀들의 질긴 생명력은 저에.. 2026.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