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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아르6

'AI를 사용하는 창작자는 어떻게 자기 글의 독창성을 지킬 것인가’ 《오마주》와 《동주》가 묻는 창작자의 자리 "나는 왜 이것을 쓰는가." 이 질문이 떠오른 건 화면 앞이 아니라, 글이 완성된 직후였습니다. AI가 정리해준 문장을 읽다가 손이 멈췄습니다. 문장은 매끄러웠고, 흐름도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낯설었습니다. 《오마주》의 지완과 《동주》의 윤동주,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았던 두 창작자가 같은 질문 앞에 섰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오래된 필름 앞에서, 지완은 무엇을 보았는가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2022년 개봉한 신수원 감독의 《오마주》에서 중년의 여성 감독 지완은 1962년 홍은원 감독의 영화 《여판사》를 복원하는 일을 맡습니다. 거창한 사명감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그냥, 그 일이 생겼습니다.지완이 낡은 필름을 들여다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소리도 없고, 대사도 없이, .. 2026. 10. 10.
이 나이에 무슨 꿈이냐고 묻는다면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와 보부아르가 말하는 새로운 가능성 "이 나이에 무슨 꿈이야."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이상하게도 반박할 말이 금방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뭔가 억울하기도 한 그 기분.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를 보고 나서야 그 이상한 감각의 정체를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이미 영화를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스토리의 결말보다는 아다 해리스가 파리에서 마주한 장면들, 그 안에 숨어 있는 철학적 질문에 집중할 것입니다.아다가 드레스 앞에서 멈춘 이유1957년 런던, 가정부 아다 해리스는 고객의 옷장에서 크리스티앙 디올의 드레스를 발견합니다. 앤서니 페이비언 감독은 이 장면을 길게 끌지 않습니다. 아다의 손이 천천히 옷감에 닿고, 카메라는 그 손을 가만히 따라갑니다. 대사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침묵.. 2026. 9. 22.
나는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한국 영화 《인턴》과 보부아르가 바라본 나이와 일의 의미 버스를 놓쳤습니다. 영화 시작 시간은 다가오는데, 다음 버스를 기다리다간 첫 장면을 통째로 날릴 것 같았습니다. 결국 택시를 탔습니다. 그리고 그 짧은 이동 시간이 이 글 전체를 만들었습니다. 택시를 운전하시던 기사님이 "저 66세인데, 75세까지는 일해야죠"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영화관을 나온 뒤에도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75세까지 일해야지'가 아니라 '75세까지는 일할 거야'였습니다. 그 온도 차이가 작지 않았습니다.37년 경력자가 다시 인턴이 된다는 것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스포일러 없이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지점이 있어서요.2026년 9월 16일 개봉한 한국 영화 《인턴》에서 최민식이 연기하는 기호는 37년간 직장 생활을 한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젊은 CEO 선.. 2026. 9. 18.
저 집과 땅이 내 것이면 얼마나 좋을까 《리틀 포레스트》 × 장자 — 남의 좋은 삶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찾아서 혜원이 처음 고향 집 문을 열고 들어서는 장면을 기억하십니까. 짐 가방 하나를 끌고, 아무 말 없이 부엌으로 가서 밥을 짓는 그 장면. 저는 처음 그 장면을 보면서 이상하게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시험에 떨어지고, 연애도 꼬이고, 서울이 버거워진 사람이 결국 돌아온 자리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라는 사실이 그렇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 영화가 귀농을 권유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 저만 그렇게 읽은 게 아닐 거라 믿습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그 장면을 다시 생각해보려 합니다.밭을 갈면서 혜원이 찾은 것《리틀 포레스트》(임순례 감독, 2018)에는 사건이 거의 없습니다. 혜원은 씨를 뿌리고, 풀을 뽑고, 음식을 만들고, 친구와 밥을 먹습니다. 봄이 오면 봄 음식을 만들고, 겨울이 오면.. 2026. 8. 18.
가족을 돌보는 삶과 나 자신으로 사는 삶은 반드시 반대일까《오케이 마담2》 × 시몬 드 보부아르 영화가 끝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저를 기다리고 있던 건 화려한 엔딩 크레딧이 아니었습니다. 쌓인 설거지와 남편의 짐이었습니다. 그 순간 제 안에서 뭔가 작게 꺼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관 안에서는 분명히 살아 있는 기분이었는데, 집 문을 여는 순간 그 감각이 흐릿해졌습니다. 이것이 단순한 피로감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 저는 그날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내재성(immanence)과 초월(transcendence)이라는 개념이 그때 불쑥 떠올랐습니다.영화관 안의 나와 집 안의 나는 왜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을까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장면은 조심스럽게 넘어가겠습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이 장면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싶습니다.《오케이 마담2》에는 평범해 보이는 주인공이 예상치 못.. 2026. 8. 14.
82년생 김지영으로 보는 사회 구조: 보부아르의 우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우리는 어떻게 ‘사회적 존재’로 만들어지는가보부아르의 ‘타자’ 개념 쉽게 이해하기개인의 선택은 어디까지 자유로운가 퇴직 후 처음으로 "내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을 때, 저는 텃밭 앞에 서서 멍하니 굳어버린 적이 있습니다. 삽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 30년 동안 당연하게 해온 집안일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다시 꺼내든 영화가 82년생 김지영이었습니다. 절반은 과거의 제 이야기, 절반은 아직 풀지 못한 숙제처럼 다가왔습니다. 주인공 김지영의 삶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익숙합니다. 너무 현실적이기 때문인데 이러한 현실의 문제는 매트릭스에서도 '보이지 않는 구조’라는 방식으로 드러납니다.사회화: 우리는 어떻게 '역할'로 만들어졌는가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는 "여성은 태.. 2026. 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