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부아르3

저 집과 땅이 내 것이면 얼마나 좋을까 《리틀 포레스트》 × 장자 — 남의 좋은 삶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찾아서 혜원이 처음 고향 집 문을 열고 들어서는 장면을 기억하십니까. 짐 가방 하나를 끌고, 아무 말 없이 부엌으로 가서 밥을 짓는 그 장면. 저는 처음 그 장면을 보면서 이상하게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시험에 떨어지고, 연애도 꼬이고, 서울이 버거워진 사람이 결국 돌아온 자리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라는 사실이 그렇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 영화가 귀농을 권유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 저만 그렇게 읽은 게 아닐 거라 믿습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그 장면을 다시 생각해보려 합니다.밭을 갈면서 혜원이 찾은 것《리틀 포레스트》(임순례 감독, 2018)에는 사건이 거의 없습니다. 혜원은 씨를 뿌리고, 풀을 뽑고, 음식을 만들고, 친구와 밥을 먹습니다. 봄이 오면 봄 음식을 만들고, 겨울이 오면.. 2026. 8. 18.
가족을 돌보는 삶과 나 자신으로 사는 삶은 반드시 반대일까《오케이 마담2》 × 시몬 드 보부아르 영화가 끝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저를 기다리고 있던 건 화려한 엔딩 크레딧이 아니었습니다. 쌓인 설거지와 남편의 짐이었습니다. 그 순간 제 안에서 뭔가 작게 꺼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관 안에서는 분명히 살아 있는 기분이었는데, 집 문을 여는 순간 그 감각이 흐릿해졌습니다. 이것이 단순한 피로감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 저는 그날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내재성(immanence)과 초월(transcendence)이라는 개념이 그때 불쑥 떠올랐습니다.영화관 안의 나와 집 안의 나는 왜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을까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장면은 조심스럽게 넘어가겠습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이 장면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싶습니다.《오케이 마담2》에는 평범해 보이는 주인공이 예상치 못.. 2026. 8. 14.
82년생 김지영으로 보는 사회 구조: 보부아르의 우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우리는 어떻게 ‘사회적 존재’로 만들어지는가보부아르의 ‘타자’ 개념 쉽게 이해하기개인의 선택은 어디까지 자유로운가 퇴직 후 처음으로 "내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을 때, 저는 텃밭 앞에 서서 멍하니 굳어버린 적이 있습니다. 삽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 30년 동안 당연하게 해온 집안일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다시 꺼내든 영화가 82년생 김지영이었습니다. 절반은 과거의 제 이야기, 절반은 아직 풀지 못한 숙제처럼 다가왔습니다. 주인공 김지영의 삶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익숙합니다. 너무 현실적이기 때문인데 이러한 현실의 문제는 매트릭스에서도 '보이지 않는 구조’라는 방식으로 드러납니다.사회화: 우리는 어떻게 '역할'로 만들어졌는가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는 "여성은 태.. 2026. 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