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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3

인간은 자연의 주인인가, 일부인가《프린세스 모노노케》로 읽는 노자의 자연철학 숲의 신 모로가 산을 등에 태우고 달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바람을 가르는 흰 늑대의 발소리가 화면을 가득 채우는 그 순간, 저는 리모컨을 내려놓았습니다. 1997년에 처음 봤을 때는 그저 웅장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보면서는 달랐습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멈춰,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자연은 원래부터 인간 바깥에 있던 것인가." 마침 며칠 전 미세먼지 점검원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서를 다시 쓰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지원동기 칸을 채우면서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는 걸,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노자가 경고한 것과 에보시가 선택한 것타타라 마을의 대장장이 에보시는 나쁜 사.. 2026. 8. 8.
"나의 갤러리는 왜 회색이 되었나 — 와일드와 패터슨이 건넨 색채의 위로" 퇴직 후의 삶은 분명 더 다채로운 빛깔일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제 휴대폰 갤러리를 가득 채운 것은 형형색색의 봄꽃도, 가족의 미소도 아닌 온통 무채색의 풍경들입니다. 민간점검원으로서 미세먼지와 비산먼지가 흩날리는 현장을 누비다 보니, 제 렌즈는 어느새 배출구 주변의 먼지 농도와 콘크리트 담벼락의 오염 흔적에만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3,000장이 넘는 '회색 기록'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쓸쓸해지곤 했습니다.그 한숨이 짙어질 무렵, 저는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심미주의(Aestheticism)와 영화 을 만났습니다. 예술이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지루하고 척박한 현실 위에 덧씌우는 '화려한 장막'이어야 한다는 와일드의 선언은 제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2026. 4. 13.
"아이들에게 물려줄 세상이 두렵다면" : 영화 <인터스텔라>와 요나스의 책임 윤리 아이들을 데리고 체험학습을 다니며 유적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줄 때, 제 마음 한구석에는 늘 미안함과 정체 모를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내가 지금 누리는 이 맑은 공기와 푸른 숲을, 우리 아이들도 어른이 되어서 똑같이 누릴 수 있을까?"라는 의문 때문이었죠. 부모로서 맛있는 것을 먹이고 좋은 옷을 입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그들이 살아갈 '터전'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면 지금 나의 노력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서글픈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이러한 개인적인 부채감은 제가 최근 미세먼지 민간점검원으로 활동하며 마주한 현실과 맞물려 더욱 깊어졌습니다. 오늘은 현대 기술 문명의 폭주를 경고하며 '미래 세대에 대한 현세대의 책임'을 역설한 철학자 한스 요나스(Hans Jonas)의 사상을 통해, 인류의 생존.. 2026. 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