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무비3 백만 달러가 거짓이어도 그 길은 진짜였다 《네브래스카》와 보부아르의 노년, 공자의 가족 아무 일도 없는 하루가 있었습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교육 이틀이 끝난 다음 날이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이상하게 텅 빈 느낌이 들었습니다. 블로그 조회수는 0이었고, 캘린더에는 그 하루만 유일하게 공백이었습니다. 억지로 귀농인의 집 방문을 일정에 집어넣고 길을 나섰는데, 마을에 들어서고 나니 2년 전 체험마을 운영자님과 사무장님께 추석 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트에서 작은 선물을 샀고, 얼떨결에 점심을 함께 먹었습니다. 배추밭에 물을 주고 늙은 호박을 정리하다 보니 가로등이 켜져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던 하루가 어느새 가득 차 있었습니다.그 날 저녁, 저는 《네브래스카》를 다시 떠올렸습니다. 아무 이유도 없이 길을 나선 노인의 이야기가, 아무 일도 없을 것 같았던 제 하.. 2026. 9. 23. 시든 채소를 다듬고 나서 <경주기행>을 보았다 — 복수, 애도, 그리고 시간에 관한 짧은 사유 냉장고를 열었을 때, 텃밭에서 가져온 채소들이 반쯤 시들어 있었습니다. 가지, 호박, 양배추. 다듬고 버리고 정리하다 보니 오전이 다 지나갔습니다. 그러고서 본 영화가 하필 복수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상하게도, 시든 채소를 정리하는 일과 8년 된 한을 들고 경주로 향하는 엄마의 이야기가 어딘가 겹쳐 보였습니다. 둘 다, 시간에 관한 이야기였으니까요.멈춰 있는 시간에 대하여 — 복수는 왜 하고 싶어지는가영화를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이 장면들을 떠올려 보려 합니다.엄마 옥실은 8년을 기다렸습니다. 막내딸 경주가 돌아오지 않은 그날부터, 가해자가 출소하는 날까지. 그 8년이 얼마나 다른 시간이었을지,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했습니다.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복수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 2026. 9. 11. 다시 무대에 서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 《Stages》 × 찰스 테일러의 진정성 철학 아들과 나란히 공연장 바닥에 서 있던 그 밤이 자꾸 떠오릅니다. 처음엔 서기 싫다며 그냥 가겠다고 했던 아이가, 막상 가수의 표정을 가까이서 보더니 조금씩 몸이 풀렸습니다. 그 순간 저는 생각했습니다. 저 아이는 지금 음악이 그리운 건지, 아니면 그때의 자기 자신이 그리운 건지. 며칠 뒤 영화 《스테이지》를 혼자 보면서, 그 질문이 다시 살아났습니다.밴드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영화는 벤 가르자가 처음으로 혼자 무대에 서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그 장면을 다시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밴드가 있을 때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름 석 자보다 밴드 이름이 먼저였고, 혼자 틀린 음 하나가 공연 전체를 망치는 법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울타리가 사라졌습니다.철.. 2026. 9.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