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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제봉투2

에리히 프롬의 "소유의 사슬을 끊고 존재의 약속"과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민간점검원 일을 시작한 이후, 제 아침 루틴은 휴대폰 앱의 날씨 정보 체크로 시작됩니다. 예전에는 그저 눈비 소식만 살폈지만, 이제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 그리고 주 1회 에어코리아(AirKorea)를 통해 우리 동네 대기질 상황을 꼼꼼히 살핍니다. 수려한 경관에 반해 정착한 이 지방 도시에서 제2의 인생을 꿈꿨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도심 외곽의 시멘트 공장과 광산, 각종 축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취와 유해 물질들을 마주하며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가동되는 산업 시설들이, 정작 우리 생명의 터전인 자연을 얼마나 처절하게 파괴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우리는 더 많이 '소유'하고 누리기 위해, 우리가 '존재'해야 할 기반을 스스로 허물고 있었습니다.에리히 프롬이 .. 2026. 4. 3.
"중동의 포성이 내 장바구니를 멈추게 할 때" : 연결된 세계와 네스의 심층 생태학 "마트에서 종량제 봉투를 한 사람당 세 장씩만 판다고요?"처음엔 귀를 의심했습니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중동의 갈등이 어떻게 제가 사는 지방 도시 마트의 쓰레기봉투 수량까지 제한할 수 있단 말입니까. 하지만 계산대 앞에서 봉투 추가 구매를 거절당하는 순간, 저는 전율하듯 깨달았습니다. 지구 반대편의 포성이 보이지 않는 가느다란 실이 되어, 지금 내 손바닥 위의 일상을 단단히 옥죄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중동발 전쟁으로 인한 원유 수급 불안정은 석유화학 제품인 폴리에틸렌(PE) 생산에 즉각적인 타격을 주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봉투 한 장조차 결국 거대한 에너지 사슬의 끝자락에 매달려 있었던 셈입니다. 최근 차량 5부제 시행으로 출퇴근길 택시 안에서 만난 이웃들의 한숨 섞인 목소리, 환.. 2026. 4.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