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리스토텔레스19

농사일의 어려움을 줄인다면, 나는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위대한 작은 농장》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적 지혜, 하이데거의 거주 철학 농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과 다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같은 날 찾아온 적 있으십니까? 저는 있습니다. 말랑해진 고추를 건조기에 넣으며, 손이 움직이는 것과 달리 머릿속에서는 "이걸 내년에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수확의 기쁨이 클수록 오히려 그 질문이 더 선명해지는 이상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위대한 작은 농장》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이 영화는 낭만적인 전원 생활 이야기가 아닙니다. 꿈과 현실 사이의 거리를 정직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입니다.아리스토텔레스는 "버텨라"고 하지 않았습니다농사가 힘들다고 말하면 돌아오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엔 다 힘들어요." 그 말이 틀린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어딘가 비어 있습니다. 버티는 것과 잘.. 2026. 10. 15.
농촌에 산다는 것은 무엇을 선택하는 일일까요? — 영화 《시골영웅》(영어 로컬 히어로)와 하이데거의 거주 철학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공동체 철학 이사를 앞두고 짐을 싸본 적이 있으십니까. 박스에 책을 넣다가, 아무 이유 없이 손이 멈추는 순간이 있습니다. 물건이 아니라 그 물건이 놓여 있던 시간이 자꾸 눈에 밟혀서입니다. 저는 그 멈춤이 뭔지 오래 몰랐습니다. 1983년에 만들어진 빌 포사이스 감독의 영화 《로컬 히어로》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 질문에 이름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장소를 떠난다는 것과 장소에서 산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는 것을.장소를 소유하는 것과 거주하는 것은 다릅니다영화를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 보려 합니다. 결말 이야기는 아니고, 주인공 맥킨타이어가 페르네스 마을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의 시선에 대해서입니다.그는 석유회사 직원으로, 스코틀랜드의 이 작은 해안 마을을 매입하러 왔습니다. 그에게 마을은 계약서 위의.. 2026. 10. 14.
손님을 맞이하고서야 알게 된 환대의 무게 — 《카모메 식당》,<안경>과 함께 살아가는 기술 손님이 돌아간 뒤 현관문을 닫는 순간, 이상하게도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반가웠다는 따뜻함과, 고됐다는 솔직한 피로감. 그 두 감정이 사실 모순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건, 헬싱키의 작은 일식당을 배경으로 한 영화 한 편을 다시 떠올리면서였습니다. 환대란 무엇인지, 그리고 관계를 지속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조용히 묻는 두 편의 영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 식당》(2006)과 《안경》(2007)을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밥 한 끼가 말하는 것들 — 환대의 무게를 처음 느낀 날어느 날 멀리 사는 지인이 찾아왔습니다.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가고,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이틀 동안 지역 곳곳을 함께 돌아다녔습니다. 배웅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가 처음으로 .. 2026. 10. 11.
첫 직장을 얻었다고 성장한 것일까 《부활남: 더 레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다음 소희》와 아리스토텔레스·센·아렌트의 노동 철학 첫 직장에 합격하면 그게 성장일까요. 아니면 성장은 그때부터 시작되는 걸까요. 《부활남: 더 레드》를 보고 극장 문을 나서면서 저는 한동안 이 질문을 놓지 못했습니다. 석환이 첫 출근하는 마지막 장면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는데, 어딘가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해피엔딩이라고 느끼면서도 동시에 '이제 시작인데'라는 말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그 찜찜함의 정체를 찾다 보니 두 편의 영화와 세 명의 철학자에게까지 닿게 됐습니다.영화의 후반부 장면을 다루는 내용이 포함됩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석환의 첫 출근이 불편했던 이유석환은 31세 취업준비생입니다. 2026년 9월 개봉한 《부활남: 더 레드》에서 그는 면접장마다 떨어지고, 급기야 습격을 받아 목숨을 잃습니다. 그런데 72시간 뒤 아무렇지 .. 2026. 10. 9.
취업박람회에서는 늦었다고 했지만, 배움에는 늦은 나이가 없었다 《오마주》와 아렌트·보부아르·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다시 시작하는 삶 어느 날 오전에는 새 기술을 배우며 설레고, 오후에는 취업박람회에서 조용히 낙담했습니다. 같은 날, 같은 몸으로 겪은 두 가지 감정이었습니다. 그 간극 속에서 신수원 감독의 영화 《오마주》가 불쑥 떠올랐습니다. 지완이라는 중년 여성 감독이 낡은 필름 앞에서 다시 카메라를 바라보는 장면처럼, 저도 그날 무언가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취업박람회와 영상 실습 사이에서, 하루에 두 개의 나를 만났습니다그날 아침은 지역 축제 현장에서 시작됐습니다. 자원봉사센터 유튜브 크리에이터 과정의 첫 실습이 있었습니다. 강사님이 알려준 대본을 들고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밀었는데, 막상 해보니 인터뷰 하나가 이렇게 어색할 줄 몰랐습니다. 결국 대본을 살짝 벗어나 제 방식대로 찍었고, 편집을 마치고 나서는 아쉬운 장면이 눈.. 2026. 10. 8.
가족은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다시 말을 거는 곳이다 《남매의 여름밤》과 아리스토텔레스, 부버의 관계 철학 여름밤, 할아버지 집 평상에 가족들이 모여 앉아 있습니다. 대단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아닙니다. 부채 하나 들고 더위를 쫓으면서, 서로 건성으로 대꾸하면서, 그냥 그 자리에 있습니다. 그 장면을 보다가 저는 이상하게 눈이 뜨거워졌습니다. 무언가를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그냥 같은 공간에 앉아 있는 것, 그게 왜 이렇게 낯설고 동시에 그리웠을까요.이미 영화를 보신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가려 합니다. 스포일러보다는 그 장면이 남긴 감정에 집중해서요.함께 있는 시간이 왜 이렇게 어색해졌을까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2020)은 옥주와 동주 남매가 아버지와 함께 할아버지의 오래된 2층 양옥집에서 여름을 보내는 이야기입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고모도 함께 지냅니다. 104분 동안 거대한 사건은.. 2026. 10. 5.
아들은 자격증보다 먼저 어른이 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어바웃 타임》과 부모가 자녀를 바라보는 법(아리스토텔레스, 칸트, 에픽텍토스) 자녀가 어른이 되었다는 걸 증명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자격증 한 장, 통장 잔액, 아니면 안정적인 직함? 저는 한동안 그런 것들로만 아들의 성장을 가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중국집 저녁 한 끼를 계기로 멈칫했습니다. 그 멈칫함이 결국 《어바웃 타임(About Time, 2013)》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보다,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시간을 돌릴 수 있어도 바꾸지 못하는 것리처드 커티스 감독이 2013년에 내놓은 이 영화에서 주인공 팀은 스물한 살이 되던 날, 아버지로부터 가문의 비밀을 듣습니다. 남자들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것. 처음에 팀은 그 능력을 사랑을 얻는 데 씁니다. 어색했던 첫 만.. 2026. 10. 4.
좋은 패를 받은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기로 했다《타짜: 벨제붑의 노래》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연, 니체의 운명애 "필연적인 것을 아름답게 보는 법을 배우고 싶다." 니체가 『즐거운 학문』에서 남긴 말입니다.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는 솔직히 반감이 먼저 들었습니다. 아름답게 보라고?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냐고. 그런데 추석이 끝난 뒤 어느 한산한 날, 저는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나서 그 말이 조금 다르게 들렸습니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였습니다.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은 영화를 먼저 보고 오시길 권합니다.최국희 감독이 연출하고 2026년 9월 23일 개봉한 이 영화는, 변요한이 연기하는 장태영과 노재원이 연기하는 박태영이라는 두 친구의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같은 출발선에서 온라인 카지노 사업을 시작한 두 사람이지만, 성공이 한 사람에게 몰리기 시작하면서 관계 전체가 무.. 2026. 10. 2.
퇴직 후 풍요로움은 언제 시작되는가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과 아리스토텔레스, 장자의 소요유 명절이 끝나고 저는 도심의 구직자 취업역량교육장을 가기위해 남편이 있는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 앞에서 이상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퇴직하면 쉬게 될 줄 알았는데, 왜 이 사람들은 더 바쁘게 사는 걸까. 그리고 왜 나는 그 바쁨이 부러우면서도 내 바쁨은 다르게 느껴지는 걸까. 그 질문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영화가 떠올랐습니다.광고는 아름다웠고, 현실은 낡아 있었다노부인 에블린이 자이푸르 공항을 나서는 장면을 기억하십니까. 브로셔 속 호텔은 하얀 아치와 푸른 타일로 빛나고 있었는데, 눈앞에 펼쳐진 건물은 벽이 허물어지고 전기가 들어왔다 나갔다 했습니다. 존 매든 감독의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2011)은 바로 그 순간, 은퇴에 대한 우리의 기대를 정직하게.. 2026. 9. 30.
죽고 싶다는 말을 들은 뒤, 부모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보통 사람들》과 돌봄윤리, 그리고 가족이 곁에 있는 방식 "죽고 싶다"는 말을 들은 뒤, 부모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아니, 더 정확하게 물어야겠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이 상대의 삶을 '해결해주는 것'과 같은 의미일 수 있을까요? 저는 한동안 그 둘을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1980년 로버트 레드포드의 영화 《보통 사람들(Ordinary People)》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사랑은 해결이 아니라 관계다 — 돌봄윤리와 캘빈의 무력함 사이에서명절 연휴가 끝나고 아들 차를 타고 지방으로 내려가던 길이었습니다. 차 안에서 아들은 회사에 가기 싫다는 말을 반복했고, 말투는 점점 날이 서 갔습니다. 운전 중 과속이 이어졌고,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기도 했습니다. 저는 옆자리에서 아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 아들이 말했습니.. 2026. 9. 28.
남을 것인가, 떠날 것인가 《가능한 사랑》과 아리스토텔레스/키르케고르가 묻는 귀농의 선택 고구마를 다 캐고 난 뒤 텅 빈 밭을 바라보다가, 저는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흙만 남은 밭이 이상하게도 지금 제 삶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뭔가 끝났는데, 다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그 상태. 귀농인의 집 계약이 끝나가고, 월세 집이 나왔다는 소식이 왔고, 구직도 뜻대로 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 복잡한 마음 속에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영화 뉴스처럼 흘려들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 소식이 저를 한 시간 넘게 붙잡아두었습니다. 이창동이 선택한 새로운 길,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지혜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부부와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가 만나면서 서로의 삶과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입니다. 노동, 계급, 관계의 균열을 다룬다고 하.. 2026. 9. 15.
나는 누구를 위해 농사를 짓는가 《라이더》(The Rider)와 에피쿠로스가 묻는 노동과 행복의 의미 저는 그 장면에서 손을 멈췄습니다. 브래디가 다 나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다시 말 위에 오르려는 순간이었습니다. 말을 탈 수 없다면 자신이 누구인지 설명할 수 없다는 듯이. 그 눈빛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이런 질문이 입 밖으로 나왔습니다.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없어지면, 나는 누구인가?"클로이 자오 감독의 《라이더》(The Rider, 2017)는 화려한 사고 실험이 아닙니다. 실존했던 카우보이의 이야기를 거의 다큐멘터리처럼 찍은 영화입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그 질문을 따라가 보려 합니다.일을 잃은 사람은 무엇을 잃는가브래디는 로데오 카우보이입니다. 낙마 사고로 두개골에 금속판이 박힌 뒤 의사는 다시 타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영화가 진짜로 묻는 것은 신체적 위험.. 2026. 9.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