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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영화7

가족은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다시 말을 거는 곳이다 《남매의 여름밤》과 아리스토텔레스, 부버의 관계 철학 여름밤, 할아버지 집 평상에 가족들이 모여 앉아 있습니다. 대단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아닙니다. 부채 하나 들고 더위를 쫓으면서, 서로 건성으로 대꾸하면서, 그냥 그 자리에 있습니다. 그 장면을 보다가 저는 이상하게 눈이 뜨거워졌습니다. 무언가를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그냥 같은 공간에 앉아 있는 것, 그게 왜 이렇게 낯설고 동시에 그리웠을까요.이미 영화를 보신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가려 합니다. 스포일러보다는 그 장면이 남긴 감정에 집중해서요.함께 있는 시간이 왜 이렇게 어색해졌을까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2020)은 옥주와 동주 남매가 아버지와 함께 할아버지의 오래된 2층 양옥집에서 여름을 보내는 이야기입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고모도 함께 지냅니다. 104분 동안 거대한 사건은.. 2026. 10. 5.
죽고 싶다는 말을 들은 뒤, 부모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보통 사람들》과 돌봄윤리, 그리고 가족이 곁에 있는 방식 "죽고 싶다"는 말을 들은 뒤, 부모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아니, 더 정확하게 물어야겠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이 상대의 삶을 '해결해주는 것'과 같은 의미일 수 있을까요? 저는 한동안 그 둘을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1980년 로버트 레드포드의 영화 《보통 사람들(Ordinary People)》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사랑은 해결이 아니라 관계다 — 돌봄윤리와 캘빈의 무력함 사이에서명절 연휴가 끝나고 아들 차를 타고 지방으로 내려가던 길이었습니다. 차 안에서 아들은 회사에 가기 싫다는 말을 반복했고, 말투는 점점 날이 서 갔습니다. 운전 중 과속이 이어졌고,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기도 했습니다. 저는 옆자리에서 아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 아들이 말했습니.. 2026. 9. 28.
모두가 힘든데도 우리는 왜 명절에 모이는가 《걸어도 걸어도》와 공자의 예, 그리고 돌봄윤리 밥상 위에 생선이 놓입니다. 어머니가 아침부터 손질한 것입니다. 가족들은 별말 없이 젓가락을 듭니다. 그런데 그 생선이 놓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마음이 들어갔는지, 아무도 묻지 않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2008)를 보다가 저는 이 장면에서 멈췄습니다. 영화 속 식탁이 이번 추석 명절 시댁 밥상과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앉아 있고, 음식은 풍성하고, 그런데 어딘가 아무도 편하지 않은 그 공기.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먼저 영화를 감상하셔도 좋습니다.말하지 않은 것들이 식탁 위에 쌓인다영화는 딱 하루를 담습니다. 오래전 바다에서 세상을 떠난 장남 준페이의 기일, 남은 가족들이 부모 집에 모이는 하루입니다. 차남 료타는 재혼.. 2026. 9. 26.
시든 채소를 다듬고 나서 <경주기행>을 보았다 — 복수, 애도, 그리고 시간에 관한 짧은 사유 냉장고를 열었을 때, 텃밭에서 가져온 채소들이 반쯤 시들어 있었습니다. 가지, 호박, 양배추. 다듬고 버리고 정리하다 보니 오전이 다 지나갔습니다. 그러고서 본 영화가 하필 복수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상하게도, 시든 채소를 정리하는 일과 8년 된 한을 들고 경주로 향하는 엄마의 이야기가 어딘가 겹쳐 보였습니다. 둘 다, 시간에 관한 이야기였으니까요.멈춰 있는 시간에 대하여 — 복수는 왜 하고 싶어지는가영화를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이 장면들을 떠올려 보려 합니다.엄마 옥실은 8년을 기다렸습니다. 막내딸 경주가 돌아오지 않은 그날부터, 가해자가 출소하는 날까지. 그 8년이 얼마나 다른 시간이었을지,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했습니다.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복수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 2026. 9. 11.
게임을 하는 아들과 영화를 보는 엄마, 그래도 우리는 함께 있었습니다 《미스 리틀 선샤인》 × 마르틴 부버 가족이란 서로를 가장 잘 안다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어쩌면 우리는 가족을 오래 알았다는 이유로, 정작 지금 이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가장 늦게 알아채는 건 아닐까요. 저는 아들과 PC방에 나란히 앉아 서로 다른 화면을 들여다보던 어느 저녁에, 그 질문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붙잡았습니다.《미스 리틀 선샤인》(2006)은 조나단 데이톤과 발레리 페리스 감독이 만든 가족 로드무비입니다. 영화는 이미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낡은 폭스바겐 승합차 한 대. 그 안에 탄 여섯 명은 각자의 실패와 고집과 침묵을 품고 달립니다.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지만, 같은 마음으로 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들은 끝까지 함께 달립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볼 때마다 같은 질문이.. 2026. 9. 1.
가족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나를 희생해야 할까《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에리히 프롬 가족을 사랑한다는 것이, 나를 지워가는 것과 같은 말일까요? 광복절 연휴에 남편과 시어머니 댁에 다녀오는 길에 저는 이 질문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어두워질 때까지 밭에서 비료를 뿌리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잡초를 뽑으러 나갔지만 하필 비가 내렸습니다. 결국 시어머니의 표정은 끝내 풀리지 않은 것 같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저는 오래된 영화 한 편을 떠올렸습니다. 민규동 감독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었습니다.어머니의 손이 멈추는 장면에서이미 영화를 보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영화 속 어머니는 쉬지 않습니다. 밥을 하고, 빨래를 걷고, 남편의 잔소리를 흘려듣고, 자녀들의 일에 마음을 쓰면서 하루를 마칩니다. 카메라는 그 반복되는 손을 자주 보여줍니다. 아무 설명 없이,.. 2026. 8. 16.
인간은 원래 선한 존재일까?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으로 보는 맹자의 성선설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그것만이 내 세상》은 가족의 화해와 성장을 통해 인간의 선한 본성을 보여 주는 영화이다.맹자의 성선설은 인간은 누구나 선한 가능성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설명한다.측은지심은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마음이며, 인간다움의 출발점이다.가족은 서로를 변화시키고 함께 성장하게 만드는 가장 가까운 공동체이다. 가족인데 남처럼 지낸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아시나요. 저는 그 감각을 꽤 오랫동안 마음 한켠에 안고 살았습니다. 큰아이가 유학을 떠난 뒤 작은아이와의 시간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고, 그 어긋남이 몇 년째 쌓이다 보니 같은 집 안에 있어도 서로 다른 세계를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을 본 것도 그 무렵이었습니다.가족관계가 멀어졌다고 느낄 때, 무엇이 .. 2026. 6.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