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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커와 니체 철학 (허무주의, 아모르파티, 초인사상)

by cinema-1 2026. 3. 7.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가 전국을 휩쓸던 시절, 저는 그저 흥겨운 트로트 곡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조커》를 보고 난 뒤, 이 노래 제목이 품고 있던 철학적 무게를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의 라틴어 아모르 파티(Amor Fati)는 단순한 체념이 아니라, 삶의 모든 고통까지 긍정하는 니체 철학의 핵심 개념입니다. 영화 속 아서 플렉이 조커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저는 우리 사회가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을 괴물로 만들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니체의 사상과 영화 조커

 

괴물은 태어나는가, 사회가 만드는가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과정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여기서 괴물이란 단순히 악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성을 상실하고 파괴적 본능에 지배당하는 존재를 의미합니다. 이 문장은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어둠과 그것이 발현되는 조건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 속 아서 플렉은 처음부터 악인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그가 겪는 부조리한 상황들이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더 무서웠습니다. 직장에서의 부당한 해고, 거리에서의 무차별적 폭행, 정신건강 서비스 예산 삭감으로 인한 치료 중단까지. 제가 만약 그와 같은 처지였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니체 철학에서는 이런 상황을 허무주의(Nihilism)로의 전환점으로 봅니다. 허무주의란 삶의 의미와 가치가 완전히 상실된 상태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더 이상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절망의 상태입니다. 영화 속 고담시는 바로 이런 허무주의가 만연한 도시였고, 아서는 그 속에서 점점 무너져갔습니다.

사회 시스템이 개인을 보호하지 못할 때, 인간은 기존의 도덕적 가치 체계에 의문을 품기 시작합니다. 아서가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는 장면 이후 보여주는 그 광기 어린 춤은,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기존 질서로부터의 완전한 이탈을 상징합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괴물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출처: 한국영화평론가협회).

도덕은 누가 만드는가

니체 철학의 핵심 중 하나는 도덕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입니다. 그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도덕이 과연 절대적인 진리인지 끊임없이 질문했습니다. 니체는 인간의 도덕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했습니다.

첫째는 노예 도덕입니다. 이는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합리화하기 위해 만든 가치 체계로, 겸손, 순종, 희생 같은 덕목을 강조합니다. 둘째는 주인 도덕으로, 힘 있는 자들이 세운 가치 체계이며 자기 긍정, 창조, 강함을 중시합니다.

영화 속 아서는 처음에는 전형적인 노예 도덕 속에서 살아갑니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 "참고 견뎌야 한다", "남에게 피해 주지 말아야 한다"는 사회적 규범을 그는 철저히 따릅니다. 저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규범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나를 지켜주는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아서는 점점 깨닫습니다. 자신이 믿었던 도덕이 실은 자신을 전혀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요. 그가 TV 쇼에서 머리에 총을 쏘는 장면은, 기존 도덕 체계에 대한 완전한 거부를 상징합니다. 이 지점에서 니체가 말한 '가치의 전도'가 일어납니다. 가치의 전도란 기존의 선악 개념이 완전히 뒤집히는 현상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착하게 사는 것이 정말 선한가?"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하는 순간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은, 아서의 선택이 완전히 틀렸다고만 말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를 그 지경까지 몰고 간 사회 구조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책임이 있지 않을까요?

허무주의를 넘어서는 길

니체가 진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허무주의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였습니다. 그는 아모르 파티(Amor Fati), 즉 운명 사랑을 하나의 답으로 제시했습니다. 아모르 파티는 단순한 체념이나 낙관주의가 아닙니다.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 심지어 고통과 불행까지도 포함해서 자신의 삶을 긍정하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니체는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삶을 영원히 반복해서 살아도 좋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것이 바로 영원 회귀(Eternal Recurrence) 개념입니다. 영원 회귀란 동일한 삶이 무한히 반복된다고 가정했을 때, 그 삶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묻는 사유 실험입니다. 쉽게 말해, 지금 당신의 삶이 똑같이 다시 시작된다면 그것을 사랑할 수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저는 처음 이 개념을 접했을 때 솔직히 두려웠습니다. 제 삶을 다시 산다고 생각하면 바꾸고 싶은 순간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니체의 메시지는 그 고통마저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긍정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영화 속 조커는 아모르 파티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고통을 긍정하는 대신 복수를 선택했습니다. "이제 나는 세상을 신경 쓰지 않겠다"는 그의 선언은 허무주의의 가장 파괴적인 형태입니다. 니체가 말한 초인(Übermensch)은 이와 정반대입니다. 초인이란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존재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삶의 의미를 남이 아닌 자기 스스로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출처: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조커는 파괴했지만, 초인은 창조합니다. 조커는 세상을 조롱했지만, 초인은 삶을 긍정합니다. 이 차이가 바로 니체 철학의 핵심입니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영화를 보고 나서 저는 한동안 뉴스를 볼 때마다 조커가 떠올랐습니다. 각종 사건 사고, 사회적 부조리, 시스템의 붕괴. 이런 것들을 그냥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조커처럼 저항해야 하는 걸까요?

니체의 답은 둘 다 아닙니다. 그는 우리에게 제3의 길을 제시합니다. 바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사회가 부조리하다고 해서 파괴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도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진정한 초인의 자세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물질만능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려는 사회.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도덕을 세워야 할까요? 니체라면 이렇게 답했을 것 같습니다. "타인에게 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라. 그것이 새로운 시대의 도덕이다."

중요한 것은 선택입니다. 사회가 우리를 괴물로 만들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 환경 속에서도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 나는 환경의 피해자로만 머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것인가
  • 삶의 고통을 파괴의 이유로 삼을 것인가,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것인가
  • 허무주의에 빠질 것인가, 아모르 파티를 실천할 것인가

영화 《조커》는 우리에게 불편한 거울을 보여줍니다. 그 거울 속에는 괴물이 될 수도 있었던 우리 자신이 비칩니다. 하지만 동시에 니체는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인간은 환경에 지배당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창조할 수 있는 존재라고요.

저는 아직도 제 삶을 영원히 반복해서 살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통의 시간을 견디면서 새로운 도덕을 세워가는 과정. 그것이 바로 니체가 말한 초인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화 속 조커는 파괴를 선택했지만, 우리는 창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 가진 가장 위대한 자유입니다.


참고: https://infocarry.tistory.com/entry/%EC%98%81%ED%99%94-%EC%A1%B0%EC%BB%A4Joker-%EB%A6%AC%EB%B7%B0-%E2%80%93-%EC%95%85%EC%9D%B8%EC%9D%B4-%EC%95%84%EB%8B%8C-%EC%82%AC%ED%9A%8C%EA%B0%80-%EB%A7%8C%EB%93%A4%EC%96%B4%EB%82%B8-%EB%B9%84%EA%B7%B9%EC%9D%98-%ED%83%84%EC%83%9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