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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로 보는 갈퉁의 평화사상-폭력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by cinema-1 2026. 4. 30.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
갈퉁의 평화 이론 핵심
보이지 않는 폭력의 구조
왜 폭력은 반복되는가

 

폭력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보면 우리는 거의 자동으로 '누군가 때렸다'는 장면을 먼저 떠올립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평화학자 요한 갈퉁의 이론을 접하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폭력은 주먹이 오가는 순간이 아니라, 이미 훨씬 이전부터 쌓여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폭력의 배경: 갈퉁이 말한 세 가지 폭력 구조

일반적으로 폭력이라고 하면 신체적 상해를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갈퉁의 폭력 삼각형(Violence Triangle) 이론은 이 상식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여기서 폭력 삼각형이란 직접적 폭력, 구조적 폭력, 문화적 폭력 세 가지가 서로를 강화하며 순환한다는 개념입니다. 갈퉁은 눈에 보이는 직접적 폭력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했고, 저는 그 말이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구조적 폭력(Structural Violence)이란 특정 개인이 아니라 제도나 사회 시스템 자체가 만들어내는 불평등과 억압을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법이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 '원래 이 자리는 그런 자리니까' 하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폭력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설국열차계급 시스템과도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제가 학교를 다닌 유신헌법 시절을 떠올려보면 이게 얼마나 일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실감이 납니다. 통금이 있었고, 남성의 장발이나 여성의 미니스커트는 단속 대상이었습니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규범처럼 느껴졌습니다. 구조가 삶 전체를 감싸고 있으면, 사람들은 그 구조를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됩니다.

문화적 폭력(Cultural Violence)은 그 구조를 정당화하는 언어와 가치관을 말합니다. "질서를 위해 어쩔 수 없어", "그게 다 너를 위한 거야" 같은 말들이 문화적 폭력의 전형입니다. 갈퉁의 분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직접적 폭력: 신체적 폭행, 살인 등 눈에 보이는 행위
  • 구조적 폭력: 제도와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불평등과 억압
  • 문화적 폭력: 구조적 폭력을 '정상'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가치관과 이념

갈퉁의 연구에 따르면 직접적 폭력은 대부분 구조적·문화적 폭력이 임계점을 넘을 때 폭발하는 결과물입니다(출처: 평화연구소 PRIO).

핵심 분석: 브이 포 벤데타가 보여준 구조와 저항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사회는 겉으로는 안정적입니다. 폭동도 없고, 거리는 조용합니다. 그런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표현의 자유 억압, 정보 통제, 공포 정치가 일상처럼 운영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익숙한 무언가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하나 등장합니다. 소극적 평화(Negative Peace)입니다. 소극적 평화란 단순히 전쟁이나 폭력이 없는 상태, 즉 조용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브이 포 벤데타의 사회가 바로 이 소극적 평화를 유지하는 사회입니다. 폭력 사건은 없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은 말 한마디를 마음대로 못 하고 삽니다. 갈퉁은 이것을 평화라고 부르지 않았습니다.

반면 갈퉁이 진짜 목표로 삼은 것은 적극적 평화(Positive Peace)입니다. 적극적 평화란 폭력이 없을 뿐 아니라 정의, 평등, 자유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단순히 조용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상태입니다. 대부분의 사회는 소극적 평화에 머물고 있고, 그것을 진짜 평화라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제가 느낀 가장 불편한 지점이었습니다.

 

영화 브이 포 벤데라로 본 갈퉁의 평화 사상 이미지

 

영화 속 'V'의 저항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닙니다. 구조적 억압이 쌓이고 그것을 정당화하는 문화가 오랫동안 작동한 결과입니다. 이러한 구조 문제는 기생충에서도 다르게 드러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유신 시절의 분위기와 겹쳐 보면, 저항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조금은 더 이해가 됩니다. 당시 학생들이 거리로 나온 것도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랜 구조적 억압이 쌓인 끝에 터진 것입니다.

유네스코(UNESCO)는 평화 교육의 핵심이 구조적 폭력과 문화적 폭력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 있다고 강조합니다(출처: UNESCO). 폭력을 '사건'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평화 교육의 첫걸음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실전 적용: 우리 일상 속 구조적 폭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

갈퉁의 이론이 학문적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가정 안에서도 구조적 폭력과 문화적 폭력은 조용히 작동합니다. 최근 일일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어릴 적 엄마에게 버려졌다는 오해를 평생 품고 살다가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그 말을 내뱉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상처가 된다는 것, 그게 바로 언어적 폭력이 쌓여 만들어내는 구조입니다.

국가 간의 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쟁 당사국이 아닌 나라에서도 원유 공급이 끊기면 휘발유 값이 오르고, 비닐봉지 한 장 값에까지 영향이 미칩니다. 저는 이것도 간접적인 구조적 폭력의 연장선으로 봅니다. 폭력의 피해가 직접 맞은 사람에게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갈퉁의 틀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가정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외부에서 함부로 간섭하는 것이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저도 합니다. 완전한 근절은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치하는 것이 해답이 되지는 않습니다. 주변을 조금 더 살피고, 이웃이 고립되지 않도록 연결해주는 작은 실천이 결국 구조적 폭력의 고리를 하나씩 끊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으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배움의 기회를 빼앗기는 것도 구조적 폭력입니다. 진정한 적극적 평화는 그 아이들이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제가 직접 목격한 민주화 이전 시절을 생각하면, 우리가 지금 누리는 자유가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폭력에 더 예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란 여학교를 타격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현장 사진( AFP연합뉴스)


폭력을 '사건'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결국 구조를 그대로 둔 채 개인만 처벌하는 방식으로 이어집니다. 갈퉁이 강조한 것처럼, 진짜 평화는 구조를 바꾸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이처럼 폭력과 인간의 문제는 조커에서도 개인의 붕괴로 나타납니다. 브이 포 벤데타를 단순한 액션 영화로 보고 끝낼 수도 있지만, 저는 이 영화가 그 구조를 우리에게 직접 가리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의 조용한 억압을 알아채는 것, 그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입니다. 

 

🤔 생각해볼 질문
내가 살고 있는 사회에는 어떤 구조적 폭력이 존재하는가?
우리는 왜 보이지 않는 폭력에는 둔감할까?
진짜 평화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참고: https://enterplanet.tistory.com/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