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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귀촌 준비 중 느낀 상실감, 그리고 마음을 달래준 영화 《풍기》에 담긴 철학적 해석

by cinema-1 2026. 7. 15.

최근 농지은행과 지인을 통해 토지와 거주할 집을 알아보면서 귀농 준비를 본격화하려던 찰나에 귀농귀촌정책중의 하나인 전입주민환영사업 대상자 미선정 문자 한 통이 날아왔습니다. 저도 딱 그 상황이었습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고, 함께 교육받던 동료가 선정 문자를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건 솔직히 꽤 쓸쓸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그리고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상실감의 정체 —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

전입주민환영사업은 귀농·귀촌인이 새 지역에 정착하는 초기 비용을 지원하는 지자체 정책입니다. 여기서 전입주민환영사업이란, 주소를 옮긴 신규 전입자에게 환영금 형태로 정착 지원금을 지급하여 농촌 인구 유입을 유도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이 지역이 나를 받아들여 줬다"는 상징적 의미가 컸기 때문에, 미선정 문자는 그냥 탈락 통보가 아니라 거절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주중에 시내에서 단기일자리를 하고, 주말에는 귀농인의 집을 오가며 농사실습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미취업 자녀 문제도 신경 쓰면서 귀농 준비를 병행하다 보니 솔직히 모든 것이 반박자씩 늦었습니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 교육 이수, 지자체 행사 자원봉사, 시청 단기일자리 참여—이것들이 제가 귀농을 위해 실질적으로 쌓아온 전부였습니다.

반면 선정된 동료는 교육을 받기 전부터 이미 토지를 매입하고 창고를 개조하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동기생은 건물을 통째로 구입해 임대사업과 거주를 동시에 해결하면서 농업경영체 등록까지 마쳤습니다. 농업경영체란 농업인 또는 농업법인이 농업 활동을 증명하는 공식 등록 단위로, 이것이 있어야 각종 농업 보조금과 지자체 지원 자격이 생깁니다. 저는 그 등록조차 아직이었습니다.

  • 토지 매입 또는 주거 확보 — 정착 의지를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
  • 농업경영체 등록 — 지자체 지원 자격의 기본 요건
  • 체류형 교육 이수 —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님

 

차분하게 돌아보니 심사위원들이 틀린 게 아니었습니다. 귀농 의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서류와 등기부등본이라는 게 답답하기는 했지만, 제가 부족했던 점이 더 많았다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요약: 미선정의 원인은 거절이 아니라 준비 속도의 차이였고, 그 차이는 냉정하게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회복이 시작됩니다.
 
 

영화<풍기>와 노자 무위자연의 사상 이미지

 

자기점검 — 내가 놓친 것들을 직시하기

귀농 준비에서 자기점검이란 단순히 반성이 아닙니다. 지금 내 상태와 남은 과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과정입니다. 제 경험상 이 과정을 건너뛰면, 다음 지원에서도 같은 이유로 또 탈락합니다.

귀농·귀촌 지원 정책을 관할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귀농귀촌 종합센터에 따르면, 정착 지원 심사에서는 정주 의지를 나타내는 부동산 자산 확보 여부와 농업경영체 등록 여부가 핵심 지표로 활용됩니다(출처: 귀농귀촌종합센터). 아무리 교육을 성실히 이수했어도, 이 두 가지가 없으면 심사 기준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속도의 차이일 뿐인데, 서류 몇 장으로 귀농 의지를 판단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생각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닙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원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심사자 입장을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는 기준도 아니었습니다. 실질적인 귀농 실행력을 눈에 보이는 지표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있습니다.

실존주의(Existentialism)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인간은 스스로 선택한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실존주의란, 인간이 미리 정해진 본질 없이 스스로의 선택과 행동으로 자신을 만들어간다는 철학적 입장입니다. 미선정이라는 결과는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 지금까지 제가 내린 선택들의 총합이었습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자기점검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요약: 귀농 지원 심사는 의지가 아닌 실행력을 보는 구조이므로, 토지 확보와 농업경영체 등록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마음회복 — 다음 발걸음을 준비하는 방법

마음이 무너진 날, 《풍기》(2024)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사업에 실패한 주인공이 경북 풍기로 내려와 인삼 농사를 짓고, 마을 사람들과 부딪히고 화합하는 이야기입니다. 귀농의 현실을 과장 없이 그려내면서도 따뜻함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특히 "상실이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장면에서 제 상황이 겹쳐 보였습니다(출처: 나무위키 〈풍기〉).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I and Thou)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나와 너란, 인간이 타인과 사물을 도구로 대하는 '나-그것' 관계가 아니라, 진정한 만남과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나-너' 관계를 말합니다. 귀농의 과정이 고독하게 느껴질 때, 이 개념이 작게 위로가 됐습니다. 결국 농촌 정착은 땅과 집의 문제만이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과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다시 떠올리게 해줬습니다.

일반적으로 실패 후에는 감정 일기 쓰기나 독서 같은 내면적 실천을 권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그보다 더 빠른 방법을 찾았습니다. 귀농인의 집 마무리 실습 일정을 구체적으로 잡고, 농업경영체 등록을 위한 서류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손을 움직이기 시작하니 머릿속의 상실감이 조금씩 작아졌습니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는 동양철학 개념도 이 시점에 떠올랐습니다. 무위자연이란 억지로 이루려 하기보다 자연의 흐름과 이치에 자신을 맡기는 태도를 말합니다. 당장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고 귀농이 실패한 게 아닙니다. 다만 제 속도대로 흐르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마음을 조금 가볍게 했습니다.

요약: 마음회복의 핵심은 위로보다 다음 행동 목록을 만드는 것이며, 농업경영체 등록과 토지 확보를 구체적 목표로 세우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입주민환영사업에 미선정되면 재신청할 수 있나요?

A. 지자체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연 1회 모집으로 운영됩니다. 미선정 후 다음 회차에 재신청하는 것은 가능하며, 그 전에 농업경영체 등록과 토지 확보 등 심사 기준을 먼저 채워두는 것이 재신청 성공률을 높입니다.

 

Q. 농업경영체 등록은 어떻게 하나요?

A. 농업경영체란 농업인 또는 농업법인이 농업 활동을 공식 등록하는 단위입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NAQS) 또는 관할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농지원부 또는 임차 계약서 등 실경작 증명 서류가 필요합니다. 체류형 교육 이수 중이나 귀농인의 집 입주 후에도 신청이 가능하니 최대한 빠르게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Q.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 교육만 받으면 귀농 지원금을 받을 수 있나요?

A.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 교육 이수는 귀농 준비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지자체 지원 사업은 농업경영체 등록, 전입 신고, 토지 또는 주거 확보 여부를 종합적으로 봅니다. 교육 이수 후 이 요건들을 순차적으로 갖춰가야 실질적인 지원 대상이 됩니다.

 

Q. 귀농 준비 중 자녀 문제 등 개인 사정이 있으면 불리한가요?

A. 심사 기준은 개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제출된 서류와 실행 결과물로 판단합니다. 사정이 있더라도 결국 남는 것은 서류와 등기입니다. 개인 사정으로 인해 준비가 늦어지고 있다면, 우선순위를 정해 한 가지씩 실행에 옮기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결론

미선정 문자를 받은 날은 솔직히 꽤 오래 멍하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탈락이 지금 제 귀농 귀촌준비의 제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준 표지판이었습니다. 교육도, 봉사도, 단기일자리도 모두 의미 있는 경험이지만, 심사 기준이 요구하는 실행력과는 별개였습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명확해졌습니다. 귀농인의 집 마무리 실습을 완료하고, 농업경영체 등록 서류를 준비하며, 토지 또는 주거 확보 계획을 구체화하는 것입니다. 속도가 다른 것이지 방향이 틀린 게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귀농 귀촌은 결국 자신의 속도로 쌓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번 경험이 다시 확인시켜 줬습니다. 같은 상황에 계신 분이라면, 실망하되 멈추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참고: https://namu.wiki/w/풍기(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