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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고양이는 가족, 돼지는 삼겹살?" : 영화 <옥자>와 피터 싱어가 폭로한 우리의 이중성

by cinema-1 2026. 3. 28.

우리는 흔히 반려동물을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모든 동물을 존중할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저는 미세먼지 민간점검원으로 현장을 누비며, 이 믿음이 얼마나 약한 고리 위에 서 있는지 목격했습니다. 순찰 중 만난 이웃분들은 품에 안긴 강아지나 고양이를 가족처럼 아끼면서도, 그날 저녁 식탁에 오를 삼겹살과 치킨에 대해서는 무감각했습니다. 저 역시 그 이중성에서 자유롭지 못했죠.

 

막내 여동생이 키우는 '사랑이'라는 고양이

 

고양이를 키우는 제 동생들은 고양이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지만, 제가 염소 도축장을 점검할 때 들리는 비명 같은 울음소리에는 담담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와 철학자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론'은 바로 이 지점, 우리가 사랑하는 동물과 먹는 동물 사이에 그어둔 날카롭고도 모순적인 선을 파고듭니다. 오늘은 그 이중성의 경계에서 '생명 존중'의 참된 의미를 고민해 보려 합니다.

 

 

세째 여동생이 키우는 '먼지'라는 고양이

 

피터 싱어가 말하는 종차별주의란 무엇인가

 

호주 출신 철학자 피터 싱어는 1975년 저서 『동물 해방』을 통해 현대 윤리학에 폭탄을 던졌습니다. 그는 인간이 자신과 같은 종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생명체의 고통을 무시하는 태도를 '종차별주의(Speciesism)'라고 명명했습니다. 여기서 종차별주의란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처럼 특정 집단을 임의로 차별하는 윤리적 오류를 의미합니다. 싱어는 지능이나 언어 능력이 아니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인 '쾌고 감수 능력(sentience)'이 윤리적 고려의 유일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제가 축산 농가 인근을 순찰할 때마다 느끼는 불편함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소나 돼지도 분명 고통을 느끼는데, 저는 반려묘를 대하는 태도와 전혀 다른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겁니다. 싱어가 제시한 '이익 평등 고려의 원칙(principle of equal consideration of interests)'은 더욱 급진적입니다. 이 원칙은 굶주린 아이의 고통과 도축장으로 끌려가는 소의 고통을 같은 '고통'이라는 관점에서 평등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물론 이 주장은 여전히 논쟁적입니다. 인간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육식까지 금지하자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싱어도 현실적 타협점을 인정합니다(출처: 피터 싱어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대량 생산을 위한 공장식 축산 시스템은 명백히 불필요한 고통을 양산한다는 게 그의 핵심 비판입니다.

영화 옥자가 보여준 공장식 축산의 민낯

봉준호 감독의 2017년 작품 <옥자>는 싱어의 이론을 스크린 위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영화입니다. 주인공 미자에게 옥자는 10년을 함께 자란 가족이자 친구이지만, 미란도 코퍼레이션에게 옥자는 '효율적인 단백질 공급원'일 뿐입니다. 영화 후반부 도축장 장면은 제가 점검 업무 중 마주한 현실과 너무나 닮아 있었습니다.

공장식 축산(factory farming)은 좁은 공간에 동물을 대량으로 사육하여 경제성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뜻합니다. 저는 악취 점검 항목 때문에 가축시장이나 염소도축장을 종종 방문하는데, 그곳에서 본 광경은 영화 속 장면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답답한 우리 안에서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면, 그게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고통의 신호라는 걸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영화는 동물권(animal rights)이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환기시킵니다. 동물권이란 동물 역시 고통받지 않을 권리와 학대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는 윤리적 주장입니다. 미자가 옥자를 구하기 위해 싸우는 모습은, 우리가 반려견에게 쏟는 애정을 왜 소나 돼지에게는 쏟지 않는지 질문을 던집니다. 제 동생들이 고양이에게 보이는 헌신적인 돌봄과, 제가 삼겹살을 먹을 때의 무관심 사이에 놓인 선은 과연 정당한 것일까요?

최근 국내에서도 개 식용 금지법이 통과되면서 개는 더 이상 식용 동물이 아닌 반려동물로 법적 지위를 얻었습니다(출처: 농림축산식품부). 그런데 소, 돼지, 닭은 여전히 식육 목적으로만 존재합니다. 이 기준은 무엇을 근거로 나뉜 것일까요?

민간점검원의 눈으로 본 육식과 환경 문제

제가 현장에서 목격한 공장식 축산의 문제는 동물 복지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축산 농가 주변의 악취는 인근 주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가축 분뇨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대기오염의 주범 중 하나입니다. 저는 영농 폐기물 소각 현장을 단속하면서, 비닐이 불길 속에서 유독가스를 뿜어내는 걸 직접 봤습니다. 그 연기는 하늘을 오염시킬 뿐 아니라, 인근 축사의 가축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민간점검원 순찰을 하다 축사에서 만난 소의 눈망울

 

 

 

싱어의 동물 해방론은 단순히 "고기를 먹지 말자"는 구호가 아닙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고통받지 않을 권리를 평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철학적 토대입니다. 순찰을 돌다 보면 따뜻한 날씨에 강아지와 산책 나온 분들을 자주 봅니다. 그분들의 강아지 사랑은 진심이겠지만, 점심때 먹은 양고기나 치킨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을 겁니다.

저 역시 솔직히 소, 돼지, 닭고기를 자주 먹는 편입니다. 개고기나 염소고기는 전혀 먹지 않지만, 삼겹살 앞에서는 윤리적 고민이 사라집니다. 이게 바로 싱어가 말한 종차별주의의 전형적인 사례일 겁니다. 일부 비건(vegan) 운동가들도 완전 채식을 실천하면서 달걀 정도는 섭취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디까지 어떻게 선을 그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적어도 오늘 먹은 한 끼가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의미 있다고 봅니다.

주요 실천 방향:

  • 공장식 축산이 아닌 동물 복지 인증을 받은 축산물 선택하기
  • 육식 위주 식단을 채소와 곡물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조정하기
  • 식탁에 오른 고기가 어떤 환경에서 사육되었는지 한 번쯤 질문해보기

저는 점검 업무 중 축사에서 마주친 소의 커다란 눈망울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눈빛은 영화 <옥자>에서 미자와 교감하던 옥자의 눈빛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출산율이 역대 최저로 떨어지는 동안, 반려동물 가구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TV 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를 보면 가끔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인간을 하찮게 여기는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이 그들을 훈련시켜 인간에게 복종하도록 교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싱어의 이익 평등 고려 원칙을 모든 상황에 적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소, 돼지, 닭 같은 식용 동물의 권리에 대해서도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계기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만큼이나,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소비하는 생명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윤리적 책임감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참고: https://hitch211122.com/entry/%EC%98%81%ED%99%94-%EC%98%A5%EC%9E%90-%EC%8B%9C%EB%86%89%EC%8B%9C%EC%8A%A4-%EC%82%AC%ED%9A%8C%EC%A0%81-%EC%9D%98%EB%AF%B8-%EB%85%BC%EB%9E%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