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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 철학과 인터스텔라 (현존재, 죽음, 관계)

cinema-1 2026. 3. 8. 12:31

솔직히 저도 매일 아침 출근길에 "나는 지금 내 삶을 사는 걸까, 아니면 그냥 사회가 정해준 루트를 따라가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월급 들어오면 공과금 내고, 부모님 용돈 드리고, 자식 학원비 내면 통장은 텅 빕니다. 그러다 다음 월급날만 기다리는 삶. 이게 제 삶인지, 아니면 누군가 짜놓은 시스템 안에서 돌아가는 톱니바퀴인지 구분이 안 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하이데거의 철학을 접하게 됐고, 영화 인터스텔라를 다시 보면서 "아, 이게 바로 현존재의 의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철학은 어렵고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하이데거 철학만큼 일상의 고민에 직접적인 답을 주는 사상도 드물었습니다.

현존재와 세계내존재: 우리는 선택받지 못한 세계에 던져졌다

하이데거 철학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개념은 현존재(Dasein)입니다. 여기서 현존재란 단순히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 자체를 질문하고 의식할 수 있는 존재를 의미합니다. 돌이나 나무는 존재하지만 "나는 왜 여기 있는가"라고 묻지 않습니다. 오직 인간만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질문하며, 바로 이 질문 능력이 인간을 다른 존재와 구분 짓습니다(출처: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제가 직장에서 매일 반복되는 업무를 하면서 "이게 의미가 있나" 싶을 때가 많았는데, 바로 그 순간이 현존재로서 제 자신을 의식하는 순간이었던 겁니다. 영화 인터스텔라 속 쿠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농부로 살지만 끊임없이 우주를 향한 질문을 던집니다. "인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나는 왜 여기 있는가"—이런 질문이 바로 현존재의 본질입니다.

 

존재의 의미를 묻는 하이데거와 영화 인터스텔라

 

하이데거는 또 다른 개념으로 세계내존재(Being-in-the-World)를 제시합니다. 이는 인간이 세계와 분리된 독립적 주체가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특정한 환경·시대·관계 속에 이미 던져진 존재라는 뜻입니다. 저는 1960년대 한국에 태어났고, 특정 가족 안에서 자랐으며, 지금 이 직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제가 선택한 게 아닙니다. 하이데거는 이를 피투성(Thrownness), 즉 "던져짐"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내 인생은 내가 선택했다"고 믿고 싶어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이미 정해진 조건 속에서 시작합니다. 인터스텔라 속 지구 역시 먼지 폭풍으로 황폐해진 상태였고, 인류는 그 상황을 선택한 게 아니라 그 안에 던져진 겁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다음입니다. 비록 환경을 선택하지 못했어도,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쿠퍼가 우주로 떠나기로 결심한 순간이 바로 그런 선택의 순간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 개념을 이해하고 나니 조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내가 왜 이런 환경에 태어났을까" 하고 원망하기보다, "지금 이 조건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뭘까"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월급이 적다고 한탄하기보다, 그 안에서 부모님께 용돈이라도 드리고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선택이었습니다.

죽음을 향한 존재와 타인과의 관계: 한계를 의식할 때 삶은 진짜가 된다

하이데거 철학에서 빠질 수 없는 개념이 죽음을 향한 존재(Being-toward-death)입니다. 이는 단순히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는 생물학적 사실이 아닙니다. 여기서 죽음을 향한 존재란, 인간이 자신의 유한성을 의식하고 그로 인해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존재적 조건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죽음이라는 한계를 의식하는 순간 우리는 "정말 중요한 게 뭘까",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됩니다(출처: 한국철학회).

저도 50대 후반이 되면서 이 개념이 실감 나기 시작했습니다. 20대 때는 "나중에 해도 되지" 하며 미루던 것들이 많았는데, 이제 60대가 되니 "지금 안 하면 언제 하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부모님이 연세가 드시면서 "효도는 지금 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고, 자식들이 크는 속도를 보면서 "이 순간은 다시 안 온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하이데거가 말한 것처럼, 죽음을 의식하는 순간 삶은 더 이상 무한한 시간이 아니라 제한된 기회로 다가옵니다.

인터스텔라에서도 이 주제가 강렬하게 드러납니다. 블랙홀 근처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쿠퍼가 겨우 몇 시간을 보낸 사이 지구에서는 수십 년이 흐릅니다. 딸 머피는 늙어가고, 쿠퍼는 그 시간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SF적 설정이 아니라, 시간의 유한성과 그 속에서 후회 없이 살아야 한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시간은 많다"고 생각하며 살지만, 실제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짧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개념이 공존(Mitsein)입니다. 하이데거는 인간이 혼자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고 봤습니다. 여기서 공존이란 단순히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게 아니라, 서로의 존재가 의미를 주고받으며 연결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비로소 진정한 인간이 됩니다.

제 경험상 이 개념이 가장 와닿았던 순간은, 적은 월급이지만 부모님께 용돈을 드릴 때, 그리고 자녀의 학원비를 줄 때였습니다. 돈이 많지 않아도 그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 자체가 제 삶을 의미 있게 만들었습니다. 인터스텔라에서도 쿠퍼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임무 때문이 아니라 딸 머피와의 관계, 즉 사랑 때문입니다. 브랜든 박사가 "사랑은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힘"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바로 이 공존의 의미를 과학적 언어로 표현한 것입니다.

하이데거는 또한 세인(Das Man)이라는 개념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진짜 삶이 아닌 "남들이 사는 대로" 사는 삶을 산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그는 비본래적 삶이라고 불렀습니다. 저도 직장생활 초기에는 "남들도 다 이렇게 산다"며 불만을 삼키고 살았지만, 하이데거 철학을 접한 뒤로는 "내가 선택한 삶인가"를 더 자주 질문하게 됐습니다. 물론 여전히 월급은 적고 공과금은 많지만, 적어도 이 삶이 남의 기준이 아닌 제 선택에 기반한다는 걸 의식하려 노력합니다.

하이데거의 철학은 어렵기로 유명하지만, 핵심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현존재: 자신의 존재를 질문하는 인간
  • 세계내존재: 우리는 이미 세계 속에 던져진 존재
  • 죽음을 향한 존재: 유한성을 의식할 때 삶이 진지해진다
  • 공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이 네 가지 개념만 이해해도 하이데거 철학의 절반은 이해한 겁니다. 일반적으로 철학은 추상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제 경험상 하이데거만큼 일상의 고민에 직접적인 답을 주는 철학자도 드뭅니다.

인터스텔라는 단순한 우주 영화가 아니라, 바로 이 질문들을 영상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우주의 끝까지 가도 결국 중요한 건 관계이고, 시간이 왜곡돼도 후회 없이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는 하이데거가 평생 탐구했던 주제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 영화를 과학적 정확성이나 영상미로 기억하지만, 저는 이 영화가 던지는 철학적 질문이 더 강렬하게 남았습니다. "나는 지금 진짜 내 삶을 살고 있는가"—이 질문이야말로 현존재로서 우리가 평생 던져야 할 질문입니다.


참고: https://jjny1023.tistory.com/86